새롭게 읽는 어린이 명작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3월 8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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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한적한 골목에 사는 일곱살 소년 세드릭은 안타깝게도 어려서 아빠를 잃은 슬픔보다 아빠의 죽음으로 엄마가 너무나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듬직한 아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엄마 앞에선 아빠 얘기를 너무 자주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엄마가 말없이 가만히 앉아 난롯불을 들여다보거나 창밖을 내다보게 두면 안된다는 것도 잘 알죠. 그런 세드릭의 가장 큰 매력은 처음보는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친하게 지내는 다정한 마음씨예요. 이런 세드릭의 태도는 어릴적부터 몸에 배었던 것으로 사람을 잘 믿고 함께 공감하며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꼬마 신사예요. 

 

 세드릭의 가장 친한 친구는 길모퉁이에서 식료품점을 하는 홉스 아저씨와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구두닦이 딕, 그리고 공원 근처에서 사과를 파는 할머니가 모두 세드릭의 소중한 친구죠. 며칠 뒤, 세드릭이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백작 할아버지의 심부름으로 도린코트 백작 가문의 변호사가 느닷없이 찾아왔을때 세드릭은 기쁘지 않았어요. 단지 자신에게 찾아온 이 엄청난 행운이 당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뜻밖의 친절을 베풀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기쁠 뿐. 값비싼 고가의 물건이 아니어도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도움이 뭔지 잘 알아요. 평소 얼마나 주위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큰 지 사려깊은 선물 하나하나에 깜짝깜짝 놀랄 수 밖에 없어요. 그러는 사이 동안 세드릭은 자신이 백작이 되면 좋은 점들을 더욱 분명히 깨닫기 시작해요.  

 

  반면에 평생 자신밖에 사랑하지 않은 채 살아온 백작은 이기적이고 거만하고 제멋대로인 불같은 성격에 오로지 자신의 즐거움만 생각하느라 다른 사람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어요. 다만 나이가 들어 건강이 나빠지자 자신이 가진 엄청난 재산과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높은 지위, 권력에도 불구하고 주변에는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 늘 외로워요. 오랫동안 도린코트 백작 가문의 변호사로 일해 온 해비셤씨 역시 냉철하고 사무적인 관점에서 백작 가문의 엄청난 재산과 지위를 물려받을 다음 후계자에 관심이 컸던 지라 직접 세드릭을 만나 그의 생각을 듣고 그의 행동을 하나 하나를 지켜보면서 백작이 얼마나 심한 편견에 휩싸여 오해를 하고 있는지 알아차렸죠.

 

  무엇보다 자신을 위한 아무런 조건 없이 오로지 아들의 미래를 위해 힘든 결정을 내리는 세드릭의 어머니에게 백작이 한 말을 그대로 전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생각이라 그 부분에 있어서는 백작의 실수를 인정하는 눈치였어요. 그리고 그가 백작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은 세드릭이 백작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오로지 백작에게 달려 있다는 그의 진심이 느껴져요. 그도 그럴것이 세드릭이 영국에 도착해서는 어머니와 떨어져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세드릭이 모르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어린아이라고 해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엄마를 할아버지가 싫어한다는 것이 엄청난 충격이자 마음에 상처가 될 테니까요. 다행히 세드릭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요. 오히려 아들 여럿을 잃은 할아버지를 더 이해하는 듯 해요. 드디어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손꼽히는 도린코트 성에 도착한 세드릭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잿빛 성의 수많은 창문이 눈부시게 빛나고 성을 둘러싼 멋진 정원은 눈길이 닿는 곳마다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워요. 마치 동화책에서나 나오는 멋진 궁전같아요.

 드디어 화려한 제복을 입은 하인의 안내를 받으며 책이 빽빽이 꽂힌 책장들로 가득한 서재에서 할아버지를 처음 대면하는 세드릭은 자신보다 몇 배는 큰 개나 흰 머리가 덥수룩한 백작의 사나운 눈초리를 보고도 겁내거나 수줍어 하지 않죠. 아무렇지 않게 개 목에 손을 얹고 낯가림없이 다정하게 백작을 벌써 가까운 친척처럼, 편한 친구처럼 대하는 모습이 백작은 어리둥절해요. 늘 백작 앞에서 무서워하고 당황해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해져 있어서 오히려 이런 낯선 상황이 너무 새로워서 가슴이 벅찰 정도예오. 특히 백작은 아이들을 좋아한 적이 없었던 지라 사내아이라면 질색했고 엄격히 다루지 않으면 이기적이고 욕심부리고 까불거리기나 한다고 생각해서 더 그런지 몰라요.

 

 이미 백작은 첫째와 둘째 아들에게 크게 실망을 했고 그나마 사랑을 줬던 막내아들마저 자신이 반대하는 결혼을 하자 아들에 대한 미움으로 손자에 대한 어떤 애정도, 기대도 없었죠. 그저 손자가 자신의 후계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지금에서 다만 남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분별력이 있기만 바랬을 뿐 또래 애들답지 않은 빼어난 외모에 다정하고 친절하고 정직하고 예의바른 어린 손자는 기대 이상 백작의 마음을 기쁘게 했어요. 더욱이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여자의 아이란 사실이 믿기 힘들 만큼 자신이 어린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즐거워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그였죠. 그리고 어린 손자의 용기와 참을성을 시험해 볼 요량으로 건장한 하인의 부축대신 세드릭의 작은 어깨를 잡고 걷는 사이에 슬쩍 곁눈질로 세드릭을 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가하며 나중에는 장난감 놀이도 배우고, 함께 승마도 즐기고 여덟살 세드릭의 생일잔치도 여는 등 손자에 대한 각별한 사랑이 그를 점점 변화시켜요. 

 결정적 세드릭의 그 한마디 “저는 크면 꼭 할아버지처럼 되고 싶어요!” 그리고 세드릭과 함께 달리는 마차 안에서 백작은 어딜 내다봐도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창밖 너머로 아주 다른 것을 보고 있죠. 그건 평생 부유하게 살아왔지만 진정한 친구 하나 없는 자신의 지나 온 삶을 되돌아보며 과연 자신이 누구에게 존경을 받을 만한 사람인가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 변화의 시작은 백작 스스로가 하루 아침에 세드릭이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사람이 된 것은 아니지만 분명 스스로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외면하지 않죠. 예전같으면 평소대로 교회와 자선 단체라면 끔찍하게 싫어했을 거고 어김없이 누군가 가난하고 아파 도움을 구하기라도 하면 불같이 화를 냈을 그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됐으니까요. 

 

 저 어릴적만해도 80년대 TV만화로는 캔디, 책으로는 소공녀, 소공자 같은 문학책이 큰 인기여서 괜히 엄마한테 혼나는 날이면 눈물 콧물을 닦으며 ’난 캔디처럼 울지 않을거야!’ 캔디놀이에 빠졌다 이때 나에게도 소공자같은 그런 멋진 부자 할아버지가 나타나 위로하는 환상에 젖곤 했었는데요. 시간이 어느덧 흘러서 절 닮은 아들 딸 낳고 보니 오히려 자식을 훌륭하게 키워낸 세드릭의 어미니에게 더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그중 항상 어린 세드릭에게 언제나 사람들의 좋은 점을 보라고 가르치던 것이 결국 백작 안에 숨겨져 있던 좋은 면을 일깨운 셈. 최근 신문기사에 절판된 아동문학 관련 문의가 크게 늘어 새롭게 출간예정인 전집이 적지 않다는 기사를 보니 어린시절 자신이 감명깊게 읽은 명작동화를 다시금 자녀와 함께 공유하고픈 부모 마음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