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책 이야기: 『마녀 위니와 우주 토끼』 속에 꼭꼭 숨어 있는 이야기!

부스스한 머리에 알록달록 고깔모자를 꾹 눌러쓰고, 깡마른 손가락으로 요술 지팡이를 휘두르며 외칩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얍!” 누군가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으세요? 맞아요! 이번 속닥속닥 책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마녀 위니랍니다.

처음 『마녀 위니와 우주 토끼』의 편집을 맡게 되었을 때,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몰라요. 마녀 위니 시리즈는 30여 개국에서 300만 부 이상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니까요.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시리즈의 후속작을 맡았다는 것이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웠답니다. 많은 분들이 마녀 위니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며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고 계시니까요. 하지만 노은정 선생님의 번역 원고를 받아든 순간, 다행히 안심할 수 있었답니다. 선생님은 그동안 「마녀 위니」 시리즈의 전작을 여러 권 번역하셔서 마녀 위니의 세계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셨거든요.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의성어 의태어를 풍부하게 살려 번역 원고만 소리 내어 읽어 봐도 웃음이 나올 정도였죠. 예를 들면, 고양이 윌버의 울음소리조차도 “이야옹!”, “끼야아아옹!” 등 상황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요. 울음소리를 통해 윌버의 심리를 어렵지 않게 추측해 볼 수 있지요.

제목을 정할 때는 참 고민스러웠어요. 원제 『Winnie in Space』만큼이나 귀에 쏙 들어오면서, 표지 그림과도 멋지게 어우러지는 제목을 만들어 내야 했거든요. 고민해서 만든 여러 개의 제목안들 가운데 ‘우주로 간 마녀 위니’, ‘마녀 위니의 우주 소풍’, ‘마녀 위니와 우주 토끼’ 를 가지고 마지막까지 고민했어요. 「마녀 위니」 시리즈 마니아라면 이미 아시겠지만, ‘우주로 간 마녀 위니’ 는 『바다에 간 마녀 위니』와 너무 비슷했어요. 한 시리즈 안에 비슷한 제목이 있으면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죠. ‘마녀 위니의 우주 소풍’은 이야기의 흐름과 잘 맞아 떨어지지만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느낌을 주었어요. 반면 ‘마녀 위니와 우주 토끼’ 는 다소 엉뚱하지만 ‘우주 토끼가 뭐지?’ 하고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다음은 표지 위에 앉혀서 그림과 예쁘게 어울리는지 시험해 볼 차례였지요.

짜잔~ 결과는 보시는 바와 같이 대만족이었답니다. ‘우주 토끼’의 ‘토’자 위에 앙증맞은 안테나가 보이시나요? 신비로운 우주 생물 우주 토끼를 형상화한 그림이랍니다. 담당 디자이너의 센스와 재치가 돋보이는 부분이에요! 거기에 번쩍이는 은박으로 제목을 입히니 훨씬 더 멋있어졌죠. 모든 책들이 다 그렇지만, 『마녀 위니와 우주 토끼』는 책을 실제로 봤을 때 더 예뻐요. 빛에 대고 이리저리 기울여 보면 번쩍이는 제목이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와 얼마나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지 바로 알 수 있거든요.

표지를 만들면서 본문 내용도 깔끔하게 다듬었어요. 노은정 선생님께서 번역을 잘해 주셨지만 독자들에게 책으로 내놓으려면 글 교정과 함께 글을 본문에 적절히 앉히는 과정이 필요하거든요. 혹시 글과 그림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은 없는지도 꼼꼼히 살펴보고요. 그러던 차에, 그림을 살펴보다가 배경의 별들이 이상한 모양으로 뭉쳐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어요. 이미 책을 읽으신 분들은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아실 거예요. 그건 바로 작가 코키 폴의 서명이었답니다! 반짝이는 우주의 별들 사이에 조그만 별들을 수놓아 자신의 서명을 남긴 거예요. 자, 두 눈 크게 뜨고 잘 찾아보세요.

재미있게도 거의 모든 페이지에 이런 서명이 들어가 있답니다. 서명을 숨겨 놓아 그림을 보는 색다른 재미를 하나 더 마련한 거죠. 여러분도 책을 읽으면서 ‘숨은 서명 찾기’를 해 보시면 어떨까요?

본문을 거듭 읽으며 글을 쓴 밸러리 토머스와 그림을 그린 코키 폴이 얼마나 멋진 콤비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어요. 글과 그림이 자연스럽게 서로 소통하며 어우러져 있는 것이 마치 한 사람의 솜씨 같아 보일 정도였죠. 예를 들면, 우주로 가기로 결심한 위니가 어떻게 하면 우주로 갈 수 있는지 고민하는 장면에서 “Then she looked up at the moon, and she had a wonderful idea.(위니는 멀뚱멀뚱 달을 올려다보다가 좋은 생각이 퍼뜩 떠올랐어요.)”라는 문장이 나와요.

위의 그림을 보면 로켓 모양의 위니네 집 지붕 뒤에 달이 떠 있는 모습이 보이시죠? 위니는 ‘달’을 보려다가 ‘지붕’을 보게 되고, 지붕과 닮은 ‘로켓’을 퍼뜩 떠올리게 된 거예요! 위니가 로켓 모양의 집을 보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고 굳이 글로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들은 그림을 통해 짐작할 수 있어요. 글과 그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멋진 이중주이지요? 마지막 장면도 마찬가지예요.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집에 돌아온 위니는 아무것도 모르고 마냥 기뻐하지만, 윌버는 우주 토끼들이 몰래 따라왔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두 저자는 그런 상황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대신, 글과 그림에서 살짝 녹여 내는 솜씨를 보여 줘요. “He was very glad to be home.(아마 윌버도 집에 돌아와서 기막히게 좋은가 봐요.)”라는 애매모호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독자들이 마음껏 상상할 여지를 남겨 놓는 거죠. 이 마지막 문장의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노은정 선생님과 함께 무척 고민했답니다.

책을 읽다 보면 눈길을 끄는 것을 또 하나 발견할 수 있어요. 바로 각 장의 첫머리를 태양계 행성으로 장식한 특이한 구성이죠. 또 각 행성의 이름 앞에는 , , , 등 천문 기호를 함께 실어 놓았어요. 천문 기호란 천체를 표현하는 기호인데, 금성을 뜻하는 는 금성의 수호신인 아프로디테의 손거울을 나타내고, 화성을 뜻하는 는 화성의 수호신인 아레스의 창과 방패를 나타내요. 이 두 기호는 각각 여성과 남성을 나타내는 기호로도 흔히 쓰이지요.
이렇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순서대로 등장하는 별들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태양,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이 돼요. 어때요? “수금지화목토천해명” 하면서 외웠던 태양계 행성의 순서가 떠오르지 않나요? 본문에는 지구와 화성 사이에 지구의 위성인 달을, 화성과 목성 사이에 소행성들도 빠트리지 않고 살짝 집어넣어 주었답니다. 책을 순서대로 읽다 보면 태양계 행성의 순서를 저절로 알 수 있는 거죠.(명왕성은 이제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이 아니라 왜소행성으로 다시 분류되었지만, 여전히 태양계의 식구예요.) 우리가 “수금지화목토천해명” 하며 암기하는 것처럼 외국에도 태양계 행성 순서를 외우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 봐요. 위니 영어판에서는 마지막 페이지에 다음처럼 암기법을 실어 놓았답니다. 행성의 영어 이름과 그 머리글자를 활용한 것이지요. 한국어로 옮기기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어서 한국판에는 싣지 못했어요.

자, 지금까지『마녀 위니와 우주 토끼』에 꽁꽁 숨어 있는 이야기를 남김없이 다 풀어 놓았답니다. 『마녀 위니와 우주 토끼』의 출간에 맞추어서 지난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코키 폴이 다시 한 번 한국을 방문했어요. 번역서를 만들면서 책의 저자를 직접 만나는 건 정말 흔하지 않은 기회예요. 담당 편집자로서 코키 폴을 만났을 땐, 정말 감회가 새로웠답니다. 코키 폴의 강연회와 사인회 때 저자와 역자, 편집자, 그리고 독자까지 모두 동시에 만났던 순간은 더욱 감동적이었고요. 코키 폴은 3일간의 짧은 일정에도 최대한 많은 독자와 소통하기 위해 애썼답니다. 코키 폴이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궁금하신 분들, 코키 폴과 함께한 시간을 되새기고 싶으신 분들은 비룡소 홈페이지를 통해 행사 스케치를 감상하실 수 있답니다. 엉뚱하고 실수투성이지만 재치 있고 사랑스러운 마녀, 위니! 많이많이 사랑해 주세요!

코키 폴 방한 행사 스케치

  1. 익명
    2010.12.1 1:55 오후

    elegant03님 마녀 위니 시리즈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어린이들이 푹~ 빠질만한 책이지요. 앞으로도 마녀 위니의 신나는 모험 계속~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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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정유진
    2010.11.27 8:15 오전

    우주속으로 들어간 두 아이들 넘좋아해요..~~
    사실!! 마녀위니의 왕 팬이거든요.. 마녀위니 수집도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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