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김려령 선생님

시리즈 읽기책 단행본 | 김려령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2월 5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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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물 흐르듯이 살았어요. 성과적인 면에서 무엇 무엇을 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데, 계곡물 흐르듯이 여기저기를 돌고 돌아 부딪치면서 살았습니다. 완득이 영화가  개봉하면 실컷 보고 즐기고 싶었는데,『가시고백』퇴고 시기와 맞물려서 영화를 제대로 못 즐겼습니다.

타고난 것 같아요. 그런 부담을 안 느껴요. 작품마다 최선은 다하지만 그랬다고 결과까지 같은 게 아니거든요. 다음 작품을 쓸 때는 전작의 기운을 싹 버려야 하기 때문에, 그 작품이 어떤 주목을 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가시고백』은, ‘우리를 정말 힘들게 하는 고통은 어디서 오는가’에서 출발한 거예요. 타인이 주는 고통은 “너 때문이야.” 라고 해소할 수 있는 장치라도 있는데, 자기 스스로 만든 고통은 그런 핑계조차 댈 수 없거든요. 스스로 치유해야 합니다. 그것을 고백이라는 장치로 사용했어요. 집필 기간보다 준비 기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준비 기간만 2년이 넘었던 것 같아요. 작품에 나오는 것처럼 직접 병아리를 부화시켜 봐야 했고, 거기서 나오는 결과가 단순하게 실험적 마무리가 아니라 생과 문학적 사유로 귀결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가시’는 원죄하고도 비슷한 거예요. 스스로를 찌르는 원죄.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숨기고 있는 죄의식이 하나씩은 있을 거예요. 이것이 작은 가시처럼 시작한 것일지라도, 계속해서 자기 정체성을 흔들고 숨길수록 심장을 꾹꾹 찌른다면, 더 깊이 박혀 곪아 터지기 전에 뽑아내야 합니다. 그런 의미로 가시고백이라는 제목을 사용했습니다.

실제 모델에서 60%를 가지고 오고, 나머지 40%는 작품의 흐름에 맞게 제가 설정합니다. 그래야 인물이 작품 속에서 붕 뜨지 않거든요. 작품 속 인물은 ‘어느 곳에 살고 있는 누구 같다.’ 이지, 실제 그 ‘누구’가 아니에요. 작품 속에서 다른 인물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움직이는지, 작품 속 현실에 얼마나 발붙이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소설을 읽다가 간혹 “저런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 하는 분들도 계신데, 현실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작가가 문학적 인물을 창조할 이유가 없죠. 소설 속 인물은 자체가 이미 커다란 ‘상징’입니다. 이게 지나치게 현실과 멀어져서 하이 판타지같이 되어 버리면 곤란하겠다 싶어서, 저는 그 간극을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에 뿌리를 두는 방법으로 메우고 있습니다. 작품마다 가장 마음 가는 캐릭터가 있긴 있습니다. 『완득이』에서는 ‘이동주’ 선생님이 그랬지요.『가시고백』에서는 지금은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바로 그 지점입니다. 그게 바로 이미 정치적인 사회화 과정을 마친 어른의 시각이죠. 그러니까, “너 걔랑 놀지마.” “친구를 잘못 만나서.” 라고 말하는 부모가 있는 겁니다. 어른들이 볼 땐 어떻게 이런 아이와 저런 아이가 친구가 될 수 있는지, 그렇게 되면 누가 손해 아닌가? 하는 거죠. 이때 아이들은 시기와 공격성도 왕성하지만, 품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인성도 매우 탄력적입니다. 아직 ‘계산’이 아니라 ‘공감’에 더 자유로운 아이들이거든요. 이상적인 결말로 보는 자체가 이미 굳어 버린 어른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질문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죽을 때까지도 그 이상적인 관계가 무엇인지 잘 모를 것 같습니다. 다만 어떤 관계에서라도 인간이라면 절대로 버리면 안 되는 인간 본연의 순수함과 염치를 늘 염두에 두고 산다면, 상대를 덜 아프게 하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10대 독자를 염두에 둡니다. 하지만 10대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쓴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어떤 이야기와 문제의식은 어느 나이 때부터는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할 때, 독자의 나이를 설정합니다. 단 10대부터 성인까지 함께 염두에 두다 보니, 쉽게 전달하되 유치한 전개가 되지 않도록 고민은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정해진 방향성이 없다는 게 가장 매력적입니다. 어디로 가도 괜찮다는 겁니다. 실수를 해도 괜찮고, 실패를 해도 괜찮습니다. 그 모두가 훗날에는 갚진 경험과 관록으로 남을 것입니다. 많이 울고 많이 웃고 많이 도전하십시오. 단,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도전은 안 됩니다. 누군가를 밟고 가는 게 아니라 함께 가는 것입니다.

계획이 없습니다.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좀 쉬고 싶습니다.

  1. 유정민정맘
    2012.5.10 12:51 오전

    가시고백을 읽으며 제 맘 속의 가시도 살짝 꺼냈어요. 해일이의 가시고백과 담임선생님의 거울. 잊지 못할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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