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작
본상: 상패
부상: 1,000만 원(선인세)
심사 경위
제2회 비룡소 캐릭터 그림책 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참신한 캐릭터로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아이와 부모 모두 함께 웃을 수 있는 최고의 그림책을 발굴하기 위해 올 초부터 3월 31일까지 다양한 그림책을 공모 받았습니다. 그 결과 총 35편이 접수되었습니다. 심사위원은 작년에 이어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그림책 작가 고대영 님과 ‘뽀롱뽀롱 뽀로로 1, 2기’ 프로듀서, ‘꼬마버스 타요 1, 2, 3기’ 감독이자 ㈜스튜디오게일 대표이사이신 신창환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올해는 특히 주인공 캐릭터가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보여주거나 소재의 기발함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두 심사위원의 의견이 일치한 3편이 본심에 오른 가운데 창의성과 완결성, 시장성 등을 깊이 고려하여 최종 수상작을 결정했습니다. 브로콜리라는 채소에 대한 기발한 접근, 우리 아이들을 닮은 친근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인물 캐릭터, 유머가 넘치고 완결성이 높은 이야기인 「브로리」를 대상작으로 뽑았습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가 보더라도 이야기 속 재미를 발견하여 즐거워하고, 캐릭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작품입니다. 제3회 캐릭터 그림책 상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도서정가제에 따른 판매경로의 축소, 중고서점 활성화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어린이 책 출판계의 불황이 길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림책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림책을 출간하고자 하는 작가들은 점점 늘고 있다. 공모전은 그런 작가들에게 좋은 디딤돌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공모전 심사를 맡는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하다. 즐거운 마음과 한편 설레는 마음으로 심사에 임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신창원 스튜디오게일 대표와 함께 심사를 진행했다. 약간의 견해차는 있었지만, 3권의 출품작을 최종 심사에 올리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최종심에는 「브로리」, 「대단한 수염」, 「착한 아이 아예」가 선발됐다.
먼저 「브로리」는 브로콜리를 캐릭터화한 작품이다. 아이들이 싫어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 성장에 꼭 필요한 영양소를 담뿍 담고 있는 채소를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먹여야만 한다. 무작정 먹으라고 하면 당연히 안 먹을 테고, 그러니 그런 채소를 아이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는 게 관건이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채소가 캐릭터로 등장하는 그림책이 많은 편이다.
「브로리」는 브로콜리의 모양과 색깔만 가져왔다. 상대역으로는 아이들과 아주 친숙한 공룡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 점만 보면 작가는 그림책에 대해 나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과 친숙한 캐릭터와 새로운 캐릭터를 결합해서 좋은 상호작용을 끌어냈다. 내용은 아주 단순하다. 그림도 내용 못지않게 단순하다. 하지만 간략한 내용과 그림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가면서 즐거움을 줄 거라고 생각된다. 대상으로 선정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다.두 번째, 「대단한 수염」은 표지만 봤을 때,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이었다. 그만큼 그림 표현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고양이와 쥐, 아이들에게 가장 친숙하지만, 그래서 식상해지기도 쉬운 캐릭터들이다. 작가는 그 자체가 장점이면서 단점이 될 수 있는 캐릭터를 택했다.
수염이 없어져서 새롭게 수염을 찾는다는 설정, 신기한 능력을 갖게 하는 다양한 수염의 등장, 이 자체만으로는 충분히 수상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끝맺음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해석을 해 보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 전반부만으로는 탁월했지만, 끝마무리가 많이 아쉬웠다.세 번째, 「착한 아이 아예」. 이 작품은 ‘늘 동생에게 양보하라는 엄마의 말을 잘 듣는 아이’ 아예가 주인공이다. 어린이 독자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가졌다. 하지만, 중간에 아예가 마법사라는 설정이 전체 흐름을 완전히 깨버리고, 오히려 독자에게 몰입도와 공감도를 확 빼앗아버렸다고 생각된다. 왜 작가는 그런 설정을 중간에 했을까, 판면 디자인도 바꾸고, 화면 설정도 좀 다르게 한 것으로 봐서는 이야기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구분해 주는 전환점을 만들려고 한 것 같다.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긴 한데, 마법사라는 설정은 너무 과하지 않았는가 싶다. 아쉬운 점이 남지만, 그 부분만 잘 고민하면 더 좋은 작품으로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 밖에도 ‘조금만 더, 요 부분만 고치면’이란 가정을 갖게 하는 작품들이 있었지만, 지면상 다루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 주길 바란다. 공모전을 위해 애쓴 작가들 모두에게 수고하셨다는 격려의 말로 심사평을 마치고자 한다.
그림책 작가 심사위원 고대영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 비룡소 캐릭터 그림책상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출품 편수는 줄어들었지만 전체적으로 고른 질적 성장이 눈에 띄었다는 점이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그림책의 특성인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 구조가 약한 작품들 또한 많았다는 점은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캐릭터와 그림이 우수한 출품작품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보이며, 캐릭터를 활용한 시리즈로 발전시켜 꾸준히 책으로 만나보고 싶은 캐릭터가 눈에 띄었다. 수상작 가운데 이야기와 캐릭터 모두 뛰어난 작품들에 대한 짤막한 평을 전한다.
「대단한 수염」은 놀라운 캐릭터와 화면 연출이 단연 최고인 작품이었다. 사랑스러운 고양이 캐릭터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과 동작이 그대로 전해졌다. 특히 최근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현시점에 시장성과 상품성이 대단히 돋보이는 캐릭터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완결 부분에서 모호하게 처리된 이야기를 조금 더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다듬는다면 완벽한 캐릭터 그림책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착한 아이 아예」는 무표정한 듯한 토끼 캐릭터가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지만 재치 있는 작명처럼 위트 넘치는 그림이 곧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 생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 또한 훌륭한 작품이다. 이야기의 중반부에 약간의 수정을 거친다면 이야기가 조금 더 명확하게 매끄러워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브로리」는 본 적 없는 독특한 그림체와 아이들에게 친근한, 단순하면서도 성격을 확실히 보여주는 주인공 캐릭터가 단연 돋보였다. 채소를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채소 캐릭터 그림책 시리즈로서의 가능성도 열어둘 수 있었다. 장면마다 웃음 짓게 하는 독특한 위트와 개성까지 더해져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완결된 이야기로서 마지막을 조금만 더 다듬는다면 곧바로 출판해도 좋을 것 같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캐릭터 그림책 심사위원으로서 좋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비룡소 캐릭터 그림책 상’이 앞으로 10년 20년 넘게 계속되어 우리나라를 넘어 전세계 아이 독자들에게 좋은 캐릭터 그림책을 만날 수 있게 하는 등용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애니메이션제작사 ㈜스튜디오게일 대표이사/감독 신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