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캐릭터 그림책상

당선작

대상 : 당선작 없음

 


심사 경위

제4회 비룡소 캐릭터 그림책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참신한 캐릭터로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아이와 부모 모두 함께 웃을 수 있는 최고의 그림책을 발굴하기 위해 올 초부터 3월 31일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공모했습니다. 그 결과, 올해는 총 56편의 응모작이 접수되었습니다. 심사위원은 시인이자 그림책 작가, 번역가로 활동하는 이상희 님과 그림책과 만화, 동화책을 넘나들며 다양한 그림체를 선보여 온 일러스트레이터 윤정주 님을 위촉하여 예본심을 치렀습니다.

올해는 캐릭터와 소재는 돋보이지만 이야기의 완결성이 아쉽거나, 그림책 형식을 두루 갖추었으나 캐릭터상에 부합하지 않은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심사위원의 선택으로 3편이 본심에 오른 가운데 창의성과 완결성, 시장성 등을 깊이 고려하여 심사를 실시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올해는 작년 대비 응모 편수는 늘었으나 출간으로 이어질 만한 응모작이 없는 것으로 두 심사위원이 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어린 시절에 만난 그림책 주인공은 일생을 함께하는 친구가 되곤 합니다. 또는, 우리 내면 깊이 자리잡은 채 일과 사랑과 우정의 동기 혹은 지침이 되기도 하지요.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못할 주인공’으로 ‘그림책 구성과 이미지의 서사를 구현한 작품’을 선정하는 캐릭터 그림책 상은 그 목표나 작업 과정 자체가 엄청난 과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온갖 이야기 속의 캐릭터를 섭렵하며 시시때때 자기 식의 주인공을 만들며 즐겨온 이, 글과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그림책 방식의 화법과 서사에 매료된 이, 아이와 함께할 그림책 고르고 읽는 것을 일상으로 여기는 이가 상당한 시간과 공력을 들여 도전했으리라 믿습니다. 그러니 심사 과정의 안타까운 국면은 심사위원 간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때가 아니라, 반짝이는 아이디어 또는 능란한 손재주가 일말의 성찰 없이 급조한 결과물을 맞닥뜨릴 때입니다. 긴 시간 논의 끝에 최종 논의에 오른 세 작품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너 어디 봐?」의 ‘포포’는 매력적입니다. 노랗고 통통한 몸체에 커다란 눈과 빨간 코 빨간 입의 어릿광대 얼굴이 낯익고도 강렬해서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진심과 다르게 겉치레 말을 할 때마다 몸에 눈이 하나씩 생겨난다’라는 설정 또한 무척 흥미롭습니다. 이처럼 주인공 캐릭터가 매력적일수록 사건을 끌어가는 동력과 스토리에 대한 기대는 커지는 법이지요. 아쉽게도 포포의 이야기는 그러한 기대에 응답하기보다 다분히 관념적인 설정 그 자체를 보여 주는 데 그쳤습니다.

시리즈 더미북 「미자랑 놀자」 여덟 권의 주인공 ‘미자’는 투고작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인물 캐릭터입니다. 핑크색 긴 머리 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외모이지만 엉뚱하고 도발적인 사건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서 일관성 있게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판타지와 현실을 거침없이 넘나드는 미자의 일상 서사들은 다음 장면이 보고 싶어 안달이 나도록 매력적이지요. 그러나 과연 어린 독자가 주인공과 동일시되어 일체감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이 세련된 화법이 오히려 어린 독자를 소외시키고 있지 않은가, 등등의 혐의가 적잖이 시간을 끌며 논의되었습니다.

「반죽쟁이 박씨」는 장면과 이미지를 구현하는 솜씨가 그토록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와 서사가 빈약할 경우의 실패를 보여 주었습니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반죽쟁이 아저씨도, 반죽에서 태어나 기름 풀장에 뛰어내려 튀겨지고 가판대에 진열되었다가 팔려나가는 꽈배기들도, 이야기다운 이야기를 만나지 못한 채 장면과 장면의 흐름에 먹히고 말았습니다.

첫눈에 매혹된 만큼 마음 깊이 신뢰하고 오래 사랑할 주인공과 이야기를 찾지 못한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투고작에서 캐릭터 그림책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고, 우리 그림책 창작의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심사위원 이상희(그림책 작가, 번역가)

 캐릭터가 ‘있는’ 그림책을 만들기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나 이 어려운 시기에 많은 분이 그림책에 대한 열정을 자신 있게 보여 주신 것에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열정 속에 반짝이는 좋은 작품을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완성도가 부족한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작품 속에서 소통이 안 되거나, 이야기 구조는 잡혔으나 그림의 완성도가 너무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는 완성도와 구성면에서는 완결성을 갖췄으나, 지나치게 익숙하거나 교훈만을 강조하려는 점이 보이는 작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고가 드는지 알기에 아쉬움도 더욱 컸습니다. 우선 본심에 오른 세 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미자랑 놀자」는 시리즈물로 여덟 권이나 되었습니다. 그림책으로서 완성도도 있고 단순하면서도 본인만의 감성을 잘 표현한 참으로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캐릭터 자체로서의 돋보임이 약하여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너 어디 봐!」는 매력적인 색채감과 개성이 돋보인 작품이었습니다. ‘포포’ 캐릭터도 좋았고, 그림책으로서 구조도 안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가 지나치게 압축되어 있어 내용적인 측면에서 아이들이 이해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히나 그 압축성을 ‘눈’에 몰두하다 보니 포포의 캐릭터가 다소 산만하고 기괴하게 느껴집니다.

「반죽쟁이 박씨」는 치밀한 구성을 위한 고민이 느껴지는, 아주 세련된 감각을 발휘하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캐릭터도 살아 있고, 완성도도 있고, 기분이 좋아지는 맛있는 그림책입니다. 단지 그림을 너무 세련되게 디자인화시키다 보니, 캐릭터의 생동감이 잘 전달되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심사위원 윤정주(일러스트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