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작

심사 경위

제5회 비룡소 캐릭터 그림책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참신한 캐릭터로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아이와 부모 모두 함께 웃을 수 있는 최고의 그림책을 발굴하기 위해 8월 31일까지 다양한 그림책을 공모받았습니다. 올해는 총 54편의 응모작이 접수되었습니다. 심사위원은 그림책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 작가 고대영 님과 ‘뽀롱뽀롱 뽀로로 1, 2기’ 프로듀서, ‘꼬마버스 타요 1, 2, 3기’ 감독이자 ㈜스튜디오게일 대표이사이신 신창환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올해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재치 있는 이야기가 돋보이지만, 완결성이 아쉬운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두 심사위원의 선택으로 4편이 본심에 오른 가운데 창의성과 완결성, 시장성 등을 깊이 고려하여 심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아쉽게도 올해는 출간으로 이어질 만한 응모작이 없는 것으로 두 심사위원이 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비룡소 캐릭터 그림책상에 출품된 작품은 총 54편이었습니다. 공모전 심사의 첫 번째 기준은 바로 ‘출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가’입니다. 특히 대상작은 약간의 수정을 거친다고 해도 바로 출간하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완결성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는 뚜렷한 캐릭터가 있어야 합니다. 캐릭터 그림책상의 취지를 생각했을 때 당연한 기준입니다. 셋째는 참신한 아이디어입니다. 내용이든 형식이든 독자들이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지점이 있어야 합니다.

신창환 심사위원과 함께 검토한 끝에 최종심에 추천한 작품은 네 작품이었습니다. 긴 시간 심사숙고했지만, 출간할 만한 작품은 끝내 고르지 못해 아쉽습니다. 최종 본심에 오른 네 편의 작품에 대해 평을 남깁니다.

 

『룰루 랄라와 달쿠키』에는 ‘룰루’와 ‘랄라’라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사라진 달을 쿠키로 만드는 과정은 아이들의 관심을 끌 만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가 연상된다는 점에서 참신함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물고기 보숭이』는 보드북 형태의 작은 그림책입니다. 글과 그림이 매우 간결해서 유아 그림책이리라 생각했지만, 내용이 정체성 고민인 걸로 봐서는 독자 대상이 다소 모호합니다.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내용과 형식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자바 형사–사라진 글자를 찾아라』는 사라진 글자를 찾는다는 아이디어가 인상 깊었습니다. 아이디어를 좀 더 발전시키면 참신하고 재미있는 그림책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가 한글에 좀 더 관심을 두고 취재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팔팔 국수』는 한 그릇의 잔치국수를 만드는 과정을 그린 그림책입니다. 음식 만들기는 여전히 재미있는 주제입니다. 잔치국수에 들어가는 재료를 고전 사극에 등장하는 인물로 만들어 이야기를 만든 점 또한 참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이야기 구성이 좀 더 치밀해지고, 캐릭터를 더욱 뚜렷하게 다듬어 보면 좋은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공모전 심사를 하면서 수상작을 선정하지 못하면, 마치 제 잘못인 것처럼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그림책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작가를 꿈꾸는 분들이 느는 건 분명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작가가 되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더 많은 공부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림책 작가, 심사위원 고대영

코로나 팬데믹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힘든 일상을 안겼지만, 그중에서도 맘껏 뛰어놀고 상상력의 나래를 펼쳐야 할 어린이들이 겪었을 고통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어린이들에게 멋진 캐릭터 그림책을 선사하고자 하는 작가들의 창작혼과 정성이 가득한 그림책 작품들을 보는 것은 정말로 가슴 뛰고 벅찬 일이었습니다.

점차 다양해지는 영상의 홍수 속에서도 그림책이 주는 정서와 교훈은 뉴미디어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여전히 최고의 첫 미디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에 “신나고 유쾌한 캐릭터와 이야기로 연작이 가능한 캐릭터 그림책을 발굴하겠다”라는 본 공모전의 취지에 맞는 54편의 응모 작품들을 고대영 심사위원과 함께 4시간에 걸쳐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긴 토론 끝에 아쉽게도 대상을 선정할 수 없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수준 높은 작화와 교육적인 이야기로 정성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그림책들이었지만, 본 캐릭터 그림책의 독자인 어린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한지, 아이들의 시선에서 이해 가능하고 수용 가능한 그림과 이야기인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심사에서 선정된 네 작품인 『룰루 랄라와 달쿠키』, 『물고기 보숭이』, 『자바형사–사라진 글자를 찾아라』, 『팔팔국수』에 대한 심사평을 드리고자 합니다.

 

『룰루 랄라와 달쿠키』는 친근한 캐릭터와 회화풍의 배경이 아주 멋들어지게 조화를 이룬 캐릭터 그림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다소 예측 가능하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창의적인 판면구성과 색감은 매우 인상적이었기에 앞으로의 작품이 기대됩니다.

『물고기 보숭이』는 아주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 전개와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매력적인 그림책입니다. 하지만 어린이, 특히 유아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언어적 유희가 내포되어 있다는 점이 수상을 망설이게 하였습니다. 캐릭터 자체의 매력은 이번 응모작 중에서 단연코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자바형사–사라진 글자를 찾아라』는 시리즈물로서 매우 가능성이 높은 그림책으로 평가됩니다. 이야기를 조금 더 매력적으로 보완하고 체계적인 교육적 목표와 로드맵을 갖춰서 캐릭터 그림책 시리즈로 발전시킨다면 교육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확장 가능해 보이는 수작입니다.

『팔팔국수』는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번 응모 작품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즐겼던 그림책입니다. 어딘가 약간 어색하지만 상당히 직관적이고, 캐릭터 하나하나가 가진 매력과 개성이 뚜렷해 심사 이후에도 내내 머릿속에 남아 있던 작품입니다.

 

비록 수상작은 아쉽게도 선정하지 못하였지만, 내년의 응모작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경연의 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그림책 작가들을 응원합니다.

애니메이션제작사 ㈜스튜디오게일 대표이사/감독 신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