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스토리킹

당선작

당선작 없음


심사위원

천효정(동화작가)
김은권(만화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심사 경위

저학년 엔터테이닝 스토리 공모 ‘리틀 스토리킹’의 제3회 수상작은 아쉽게도 뽑지 못했습니다.
지난 3월 31일 응모 마감한 결과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담은 총 87편의 작품이 접수되었습니다. 어른 심사위원단으로는 천효정(동화작가), 김은권(만화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예심 결과, 1차 본심작으로 총 3편이 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 심사위원단이 직접 읽고 심사할 작품을 가리기 위해 지난 5월 13일 비룡소 본사에서 2차 본심 회의를 가졌으나 최종 심사작을 뽑지 못했습니다.
3회 수상작을 내지 못하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리틀 스토리킹은 계속해서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을 기다리겠습니다. 4회부터는 주제를 제시해 공모전을 새롭게 운영해 보려고 합니다. 자세한 공모 내용은 요강을 참고해 주세요. 내년 4회 리틀 스토리킹에도 많은 응모 부탁드립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3회 리틀 스토리킹 심사평

1차 본심작 3편

  • 「베개 왕자와 이불 공주」
  • 「오선생 살롱드 헤어샵」
  • 「냄새 박사 소우주의 킁킁 프로젝트」

리틀 스토리킹 공모전이 어느덧 3회에 접어들었다. 이번에 응모된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난감하다’는 것이다. 뭔가 오해가 있었고, 그 오해가 차츰 깊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선 ‘재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어린이는 어떤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는가? 재미는 의미역이 넓은 용어다. 말놀이, 유머, 유쾌한 희극을 다룬다고 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무서운 이야기나 슬픈 이야기를 읽고도 독자는 재미를 느낀다. 그러니 재미란 특정 종류의 정서라기보다는 정서가 체험되는 특정 방식에 더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후련함이나 슬픔 등의 정서가 얼마나 강렬하게 체험되는가? 이야기를 읽는 내내 충분히 잘 몰입되는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면에서 살펴보자면 이번 응모작에는 재미를 단지 소재적 유머에서만 찾으려는 시도가 너무 많았던 것 같다. 예로, ‘방귀, 똥, 코딱지’ 드립으로 유발되는 유머는 즉각적으로 환기되는 장점이 있지만 깊이는 얕다. 몇 초 동안 하하 웃고 나면 사라지는 종류의 재미라는 뜻이다. 성인에게는 유치한 소재지만, 어린이는 좋아할 것이라 여긴다면 어린이 독자를 너무 만만히 여기는 것이다. 상상 속의 어린이가 아닌, 실제 어린이 독자에게 사랑받는 책들을 살펴보라. 도서관 대출 순위, 서점 판매 순위에서 상위에 랭크된 어린이 도서들은 성인이 읽어도 탁월하게 재미있다. 어린이용 소재는 없으며, 이들이 승부하는 것은 멋진 플롯과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다음으로 ‘저학년’이다. 저학년 도서라는 것은 저학년 수준에 맞는 책이라는 뜻이 아니라 저학년이 읽고 싶어하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저학년 독자가 욕망하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은 모든 인간의 욕망과 마찬가지로 ‘내 멋대로 좀 살아보고 싶다’ 아닐까. 아픈 부모를 위해 모험을 떠나는 어린이 주인공은 누구의 판타지인가? 오히려 아픈 강아지를 위한 모험보다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어린이의 말에 대해서도 숙고하자. 주변에 1-2학년 어린이가 있다면 두세 명만 섭외하여 패스트푸드점에 데려간 후, 그들이 30분간 나눈 잡담을 녹음해 보길 권한다. 진짜 어린이가 어떤 식으로 대화하는지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비문학 엔터테인’에 대한 것이다. 이것의 목적은 초성 퀴즈나 숨은 그림 찾기의 재미를 누리는 것이 아니다. 책의 일방향 시스템에 약간의 빈칸을 두어 독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러니 절대로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미로 찾기 워크시트를 삽입하기 위해 굳이 길을 잃는 에피소드를 삽입하는 일이 여기에 해당된다. 독자 참여 코너는 이미 충분히 완결된 이야기에 뿌려지는 파슬리 가루 정도면 충분하다. 또 하나, 이러한 장치를 쓰고 싶다면 좀 더 신박한 아이디어를 내주었으면 한다. (나무집 시리즈를 다섯 권 이상 읽어 보면 신박함에 대한 느낌이 올 것이다.) 최종심에서 거론되었던 작품 몇 편에 대해 간단하게 말씀드리고자 한다.

<베개 왕자와 이불 공주>
‘이 이야기는 누워 있는 사람의 귀에만 들려. 그러니까 누워서 편하게 들어.’로 시작되는 베드타임 스토리다. 주변에 굴러다니는 이불, 베개를 가지고 이야기꾼이 즉흥적으로 지어낸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이번 응모작에서 유일하게 웃을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플롯이 너무 평이하다. 글자 수수께끼는 부드러운 구술적 분위기를 갑자기 기술적인 딱딱함으로 전환하여 오히려 재미를 방해하는 면이 있었다. 과장과 유머의 스토리텔링에 강점이 있으니, 좀 더 스케일이 큰 민담 풍 이야기를 써보시면 어떨까 제안드린다.

<오선생 살롱드 헤어샵>
도입 부분을 읽을 때는 ‘이거다’ 싶을 정도로 흥미로웠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갈피를 잃는다. 해수의 헤어스타일이 산뜻하고 아름답게 변신할 때 독자들은 당연히 해수의 삶 역시 그렇게 변화하길 기대한다. 거의 마지막 챕터에 이르러서야 가정 폭력의 장면을 다루면서, 해수가 홀연히 바다로 흘러가 버리는 결말은 너무 무책임하다. 동화의 결말이 모두 해피엔딩일 수는 없지만, 이러한 결말을 계획했다면 이야기의 처음부터 이미 암시되어야 한다.

<냄새 박사 소우주의 킁킁 프로젝트>
3회까지 심사를 하면서 글과 그림이 이 정도로 완성도 있게 결합한 원고는 처음이다. 글에도 그림에도 스타일이 있다는 점은 좋았다. 글의 경우, 개성적인 생각은 들어 있지만 플롯이 상당히 산만하다. 인물의 마음속 대사와 내레이션이 구분 없이 섞여 있고, 서술 시점이 바뀌며, 시간의 흐름도 선조적이지 않다. 소설에서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저학년 동화에서는 치명적이다. 그림의 경우, 예쁘고 깔끔하지만 역동성이 부족한 느낌이다. 주인공의 매력도가 가장 떨어진다는 점도 아쉽다. 미추를 떠나 주인공에겐 선명한 캐릭터와 아우라가 필요하다.

천효정(동화 작가)

먼저 출품하신 작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보내 주신 작품은 여러 번 거듭 읽었습니다. 그러나 심사 결과 아쉽게도 최종 본심작으로 올릴 만한 작품을 가려낼 수가 없었습니다. 작가님들의 정성과 열정을 알기 때문에 개인으로서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러나 책임 있는 심사위원으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다음 출품작 준비하실 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공모전에는 완성된 원고를 출품해 주셔야 합니다. ‘쓰다 만’ 느낌의 글이 상당수 있었습니다. 이야기 중간에 갑자기 끝나는 경우, 충분한 완결성이 느껴지지 않는 경우, 결말이 납득이 안 되거나 큰 감흥이 없는 경우, 결말까지 가는 과정이 구조적으로 허술한 경우, 충분하게 퇴고 하지 않은 글 등입니다. 특히 반복적인 오탈자는 퇴고하지 않은 증거이기 때문에 신경 써 주셔야 합니다.

재미가 최우선입니다. 정답과 교훈을 주려고 애쓰지 말아 주세요. 글을 읽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만의 깨달음을 찾아 갈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 주세요. 어린이 독자를 신뢰해 주세요. 작가의 의도를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설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다고 이가 듬성듬성 빠진 허술한 이야기를 쓰라는 것이 아닙니다. 글은 빈틈없이 단단한 완결성이 있어야 합니다. 제시된 궁금증은 작품 내에서 모두 해소되어야 합니다. 흥미로운 설정, 캐릭터, 사건을 늘어놓고 최종적으로 그것들이 어떻게 됐는지 알려주지 않고 끝나면 곤란합니다.

후속편을 염두에 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출품된 원고만으로 온전함이 있어야 합니다. 시리즈를 너무 고려하면 나중을 위해 지금 당장 사용해야 하는 것을 안 쓰게 됩니다. 사람 심리가 주로 더 좋은 것을 아껴 두기 때문에 지금 쓰고 있는 글에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됩니다. 지금 구상한 것은 바로 사용하세요. 그래야 나중에 더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릅니다. 우물은 퍼내어야 새로운 물이 들어온다는 것을 명심해 주세요.

수수께끼, 퍼즐, 미로 같은 부가적인 요소도 일단 고려하지 말아 주세요. 억지로 넣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면 재미를 더해 줍니다. 그러나 너무 무리하게 배치하려 하면 내용이 어색해지고 독서 리듬이 깨집니다. 엔터테이닝 요소는 일단 잊고, 이야기 자체를 리듬감 있게,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것에 먼저 집중해 주세요.

그리고 이 공모전은 순문학 공모전이 아닙니다. 분명한 목적성이 있습니다. 이제 막 읽기 독립을 시작한 7, 8, 9, 10세 어린이 독자가 신나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글을 모집하는 공모전입니다. 목표 독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글을 써야 합니다. 주변에 이 연령대 어린이들이 있으면 최대한 기분 맞춰 주고, 맛있는 거도 사 주면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세요. 가능하면 함께 뛰놀고, 놀이터에 함께 가 보고, 책도 함께 읽어 보고, 아이가 보고 싶어 하는 유튜브와 숏츠도 함께 시청하고, 게임도 함께해 보세요. 무엇이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제한하지 말고 관찰해 주세요. 아이가 어떤 것에 재미를 느끼고 좋아하는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살펴봐야 합니다. 바로 그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여야 합니다.

지금을 사는 어린이 눈높이와 정서에 맞춰야 합니다. 쓰신 분 관점에서만 재미있으면 곤란합니다. 본인이 어렸을 때 재미있게 봤던 스타일도 권장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습작했던 글을 조금 다듬어서 출품하는 경우도 상당히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예전에 유행했던 방식이나 오래된 글을 재활용해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그대로 사용하지 마시고 요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정서와 감각으로 고쳐서 출품해 주세요.

당연히 술술 잘 읽혀야 합니다. 잘 읽히는 간결한 문장은 기본입니다. 잘 읽어지지 않는 글은 심사할 때도 곤혹스럽습니다. 어린이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습니다. 또 문장을 읽으면 머릿속에 캐릭터와 장면이 저절로 떠올라야 합니다. 그렇다고 설명만 주구장창 이어지면 안 됩니다. 쉬운 단어와 표현으로 간단명료하게 묘사해 주세요.

이야기는 캐릭터들의 대사로 이끌어 가야 합니다. 특히 대사는 당연히 ‘입말체(구어체)’여야 하는데, ‘글말체(문어체)’인 경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이러면 대사의 생동감이 떨어지면서 독서 리듬이 어색해집니다. 반드시 글을 연극하는 느낌으로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저도 지금 이 글을 퇴고하면서 소리 내 읽어 보고 있습니다. 그럼 뭐가 문제인지, 뭘 고쳐야 할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더욱 추천하는 방법은 타인에게 낭독을 요청해 보세요. 덜 다듬어진 내 글을 다른 사람이 소리 내 읽으면 듣는 내내 엄청나게 괴롭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선명하게 어떤 것이 문제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당수 글이 아이디어만 나열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아이디어는 중요하지만 글의 밑바탕일 뿐입니다. 아이디어를 토대로 캐릭터와 사건을 구상하고, 이것들을 조합해 구조화해야 합니다. 건축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이디어는 땅, 캐릭터와 사건은 건축 자재, 이야기는 건물입니다. 땅에 건축 자재로 건물을 아름답게 구조적으로 지어야 합니다.

잘 읽어지는 이야기는 구조화가 잘 되어 있습니다. 이야기 구조화 방법을 학습해 주세요. 천재는 학습 없이 그냥 써도 좋은 결과물이 나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천재가 아닙니다. 내가 천재가 아닌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이 구조적 글을 쓰려면 이론을 알아야 합니다. 최소한 ‘시드 필드의 3막 구조’나 ‘크리스토퍼 보글러의 영웅의 여정 12단계’, ‘블레이크 스나이더의 Save the Cat’ 등과 같이 활용성이 검증된 기초 이론들을 살펴봐 주세요. 주로 할리우드 영화에서 사용하는 방법론들이지만, 모든 이야기에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관련 서적을 구입해도 되고, 강좌를 수강해도 좋습니다.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영상도 많습니다.

이론은 수학 공식과 비슷합니다. 공식을 알면 그 풀이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어쨌든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처럼, 이론에 맞춰 사건을 전개하면 누구나 어느 정도 구조화된 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론을 바탕으로 쓰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점차 익숙해지면서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면 이론을 가지고 놀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론을 넘나드는 높은 수준에 다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더 당부하고 싶은 것은, 재미난 사건이 즉시 발생해야 합니다. 상황과 캐릭터를 초반에 지루하게 설명하지 말아 주세요. 이야기 진행하면서 차차 하면 됩니다. 유튜브와 숏츠에 열광하는 세대를 주 독자로 하는 글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시작하자마자 강렬한 사건으로 시선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상황을 끊임없이 보여 주면서 흥미를 계속 유발해야 합니다. 의외성과 궁금증을 거듭 제시해야 합니다. 이야기의 결말이 너무 궁금해 도저히 독서를 멈출 수 없는 몰입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글을 끝까지 읽습니다.

마지막으로 맨 처음 했던 이야기를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적당히 쓰다 만 글, 충분하게 퇴고하지 않은 글은 어디에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손질할 것이 없다고 생각 될 때까지 고치고 또 고쳐야 합니다. 즉시 출판이 가능한 수준까지 완성한 후 출품해 주세요.

거듭 이번 공모전에서 수상작을 선정하지 못해 안타깝고, 심사를 위해 기꺼이 기다려 준 리틀 스토리킹 어린이 심사위원단에게도 양해를 구합니다. 다음에는 기쁜 마음으로 수상작을 발표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여러분 모두 응원합니다. 파이팅!

김은권(만화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