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없는 아이의 심리를 섬세하고도 발랄하게 묘사한 책

잔은 늘 수학 시험만 보면 점수가 형편없다.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의 질문에 엉뚱한 답을 해 친구들의 놀림을 받는다. 심지어 잔이 좋아하는 뱅상까지 잔을 바보라고 놀린다. 잔은 너무 속상해서 그만 감기까지 걸리고 만다. 집에서 쉬고 있던 어느 날, 잔은 옆집에 사는 화가 안느 아줌마네 집에서 앙리 마티스의 ‘금붕어’라는 그림을 보게 된다. 안느 아줌마는 화가들이 모두 수학을 잘했던 것은 아니라며 잔의 기운을 북돋워 준다. 자신감을 되찾은 잔은 학교에 가 운동장 바닥에 멋진 그림을 그려 놓는다. 아이들과 선생님은 모두 감탄하며, 잔은 수학은 못해도 자신이 진정으로 잘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깨닫고 기뻐한다.

작가는 아이들의 심리를 섬세하면서도 유쾌하게 묘사한다. 주인공 잔의 목소리로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직접 전달하고 있어 어느 아이가 읽어도 마치 친구 이야기를 듣는 듯 공감할 수 있다. 한창 친구들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단계인 초등 저학년 학생들은 아이들의 사소한 놀림이나 선생님의 꾸중에도 쉽게 자신감을 잃고 소극적으로 되기 쉽다. 작가는 수학을 못하는 주인공 잔을 통해 ‘수학 공포증’을 가진 많은 아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수학을 못하는 잔이 수학 시험 전에 공포를 느끼는 장면이나, 선생님의 꾸중과 아이들의 놀림을 받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마치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함께 웃을 수 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진정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며, 아주 작은 것이라도 자신의 능력을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화가 아줌마를 통해 수학을 잘하는 것만이 인정받는 길이 아님을 알게 된 잔이 자신감을 되찾는 모습을 통해, 아이들은 좀 더 자신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으며, 성장 과정에서 으레 겪게 되는 자신에 대한 의문과 불신을 날려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그린 것 같은 친근한 그림

아이가 그린 것처럼 단순하고 깜찍한 그림 또한 아이들 눈높이에 시선을 맞춘 작가의 섬세함을 보여준다. 프랑스에서 많은 그림책에 그림을 그린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스테파니 블레이크는 단순한 먹 선과 간결한 묘사로 아이들의 심리를 생생하게 그려 냈다. 마치 아이가 그린 것처럼 화려한 묘사 없이 단순한 형태만 그린 그림은 세세한 묘사와 화려한 색을 입힌 그림들보다도 오히려 강한 느낌을 준다. 간결하고도 명확하게 잡아 낸 아이들의 표정이나 익살맞은 예술 작품들의 묘사는 아이들이 한발 더 책읽기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