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책 이야기: 더 잘하고, 더 주목받고, 더 칭찬받고 싶단 말이야.

요즘은 경쟁 시대예요. 아무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할 거예요. 아기들은 이 세상에 첫발을 디디는 순간, 신생아실에서 누워 있을 때부터 옆의 아기와 비교되기 일쑤지요. 엄마들은 산후조리원에서 다른 아기가 어떤 분유를 먹는지, 키는 더 큰지, 몸무게는 몇 그램이라도 더 나가는지 잔뜩 촉각을 세운답니다. 이런 분위기는 쭉 이어져 아기가 커서 초등학생이 되면 절정을 이뤄요. 당연히 내가 남보다 잘해야 하는 건 맞고, 그런 욕망은 자꾸 커져만 가지요. 동화 『오아시스 상점의 비밀』은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꼭 집어내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어요. 남들보다 좀 더 잘하고 주목받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을 판타지 형식으로 풀어낸 이 책은, 발레 공연에서 주인공을 꿈꾸던 솝이가 거울에 비친 또 다른 ‘솝이’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오려 주면서 거울 안 세계로 들어가게 되고, 거울 밖 세계로 다시 나오기 위해 유리 사막, 선인장 사막, 향기 없는 마을 등 여러 모험과 신비한 캐릭터를 만나 벌이는 모험을 그려 나가지요.

남들보다 잘하고 싶고, 주목받고 싶은 마음은 어느 시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지만 요즘처럼, 유아 시절부터 경쟁과 비교 속에서 커 온 아이들에게 내가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것은 어쩜 ‘착하게 살아야 한다’라는 진리처럼 마음속에 당연히 세뇌되고 자리 잡은 절대적인 가치일 거예요. 거울 속 또 다른 자아 ‘솝이’가 거울 밖 자신이 해내지 못했던 발레 동작 그랑 주떼를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그림자를 오려 준 뒤 거울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이유도 바로 더 주목받고 더 잘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지요.

하지만 욕망이 이루어졌는지 그렇지 못했는지의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그 욕망에 다다르기까지의 과정일 거예요. 이야기 속 주인공 솝이도 어쩌면 그런 마음속 바람, 욕망에 져, 자신의 그림자를 거울 속 또 다른 자신에게 건네 버리는 실수를 저질러요.

“더 이상 남을 부러워할 필요 없어. 발레에서 주인공도 해 보고,
시험도 잘 보고. 힘들게 노력할 필요도 없는 세상, 그곳을 내가 대신 해 줄 거니까.”

이제 가짜 솝이가 100점을 받고, 모두에게 칭찬받는 아이가 되어 가는 동안, 거울 속 가짜 솝이는 거울 속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스무고개와 같은 수수께끼를 풀어나가요. 평소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발레극 「호두까기 인형」의 주인공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들을 만나 모험을 펼치기도 하고, 향기가 없는 도자기 인형 마을에서 인형들을 위한 최고의 발레 공연을 선사하기도 하고요. 솝이는 오아시스 상점에서 거울 속 세계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키워드를 하나씩 얻을 때마다 몸으로 체득한 깨달음도 함께 얻어요. 땀의 가치, 최고가 아니라도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즐겁게 해낼 때 얻는 기쁨, 마음은 결코 쉽게 만들어 낼 수 없으며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모두 우리 마음속에서 잉태된다는 메시지는 이 동화가 품고 있는 미덕이에요.

솝이는 현실 세계에서 절대 해내지 못했던 그랑 주떼 동작을,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즐기는 순간 비로소 해내게 되며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되지요. 작가는 완벽하게 모든 걸 잘해 내고자 하는 욕심 대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즐길 때, 스스로 행복해진다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멋지게 전달한답니다.

이 동화의 큰 매력 중 하나는 판타지 세계와 화려한 발레 동작을 잘 포착해 내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서한얼의 그림이라고 봐요. 섬세하고도 디테일이 살아 있는 그림은 판타지 세계를 그야말로 환상적이고도 현실감 있게 그려 내어 책의 분위기를 한껏 북돋워 주고 있는데, 마치 눈 내린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을 연상시키기도 하지요.

한 해를 마감하는 연말을 맞아 판타지 동화를 읽으면서, 늘 경쟁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자기가 가장 즐거운 일을 해낼 때 느낄 수 있는 행복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는 아이에게도, 그리고 어른에게도 의미 있는 일일 거예요. 공자의 가르침 또한 생각나는 대목이에요.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같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같지 못하다.
(子曰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