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심리 여행: 감사할 줄 모르는 아이, 왜 그럴까요?

인성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 어른들에게 요즘 아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다수가 ‘감사할 줄 모르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풍요와 기회를 당연하게 여기면서 부모에게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점점 욕심쟁이가 되는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지요.
영국 최고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년~1616년)는 ‘고마워할 줄 모르는 아이는 뱀의 이빨보다 더 날카롭다.’는 명언을 남겼지요. ‘감사는 결코 졸업이 없는 과정’이라는 명언도 있듯이 감사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는 것은 유아기부터 성장하는 내내 이뤄져야 하는 인성 교육 덕목 중 하나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주현이(가명)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세상에 없는 것처럼 생활하는 아이입니다. 자신이 누리는 모든 것이 당연하고 아빠, 엄마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모두 해 주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능력 있는 부모 덕분에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누리다 보니 부모의 능력과 재력이 자신의 것인 양 착각하면서 물질에 대한 자랑이 심합니다. 학용품도 금방 새것으로 바꾸고 명품이 아닌 옷과 신발은 몸에 걸치려고 하지 않습니다. 친구들을 사귀는 방법도 주로 예쁜 연필이나 지우개, 액세서리를 주면서 환심을 사는 식이지요.
아빠, 엄마는 주현이의 이런 행동이 마뜩치 않지만 딸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외면했습니다. 그러던 중 미국에 계시는 할아버지가 한 달가량 한국에 머물면서 주현이랑 시간을 보낸 것이 계기가 되어 상담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감사할 줄 모르는 손녀를 진심으로 걱정한 할아버지는 상담의 긍정성을 알 정도로 생각이 세련된 분이었습니다.
2년 만에 만난 손녀에게 “감사할 줄 알아야지.”라는 식으로 훈계하면 혹여 상처가 될까 봐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감동을 주는 책을 선물해서 간접적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쳤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현이에게 그 책들은 그저 할아버지가 주는 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주현이가 이렇게 자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돌이 채 되기도 전에 친인척이 아닌 남의 손에 맡겨져 키워졌습니다. 해외 출장과 야근이 잦아서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미안함을 아빠, 엄마는 물질로 보상하려고 했지요. 함께 놀아 달라고 떼쓰는 딸을 떼어 놓고 일하러 가기 위해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사 주는 식으로 아이를 달랬던 겁니다. 딸 하나인데 그 정도도 못해 주겠냐는 생각도 있었다고 합니다. ‘다른 부모들도 다 자식을 그렇게 키우고 있는데 뭘!’ 하면서 잘못된 양육 태도를 합리화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처음에 주현이는 아빠, 엄마가 사 주는 인형과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위로받았지만 점차 자라면서 부모가 자기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을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함께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물질로 보상하려 한 부모의 양육 태도가 딸을 감사할 줄 모르는 아이로 만든 것입니다. 엄마는 상담을 의뢰하면서 제게 주현이의 멘토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딸에게 친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지요.

첫 만남에서 주현이는 다짜고짜 “선생님은 돈 많아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많지는 않지만 쓸 만큼은 있어.”라고 대답했더니 “우리 아빠, 엄마는 엄청 부자예요.” 하고 자랑하더군요.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입고 있는 옷과 신고 있는 구두가 얼마인지부터 큐빅이 박혀 있는 머리띠까지 자랑을 늘어놓았습니다.
“주현이는 부자 아빠, 엄마가 있어서 좋겠다. 옷이랑 구두, 머리띠도 참 예뻐.” 하고 반응해 주었더니 좋아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럼, 선생님도 사면 되잖아요.” 하고 누구나 값비싼 물건을 쉽게 살 수 있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습니다.
물질을 자랑하는 주현이에게 ‘내가 가진 재산 적기’ 활동을 제안했습니다. 제일 먼저 스케치북에 자신의 모습을 크게 그린 다음 왼쪽에는 물질적인 재산을, 오른쪽에는 마음의 재산을 적어 보는 활동입니다. 그리고 각 항목마다 가격을 적고 더해 봅니다. 주현이는 물질적인 재산에 코트 35만원, 운동화 18만원, 머리띠 7만원, 시계 20만원, 가방 17만원을 적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의 재산은 아무것도 적지 못했습니다. 마음의 재산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행복한 기분, 즐거움, 감사하는 마음, 기쁨, 건강한 생각 등이 있다고 덧붙여 설명해 주었는데도 주현이는 하나도 적지 않았습니다. 물질적인 재산을 중요하게 여기는 주현이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연령 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1월 31일 | 정가 9,500원

다행히도 주현이는 상담을 받으러 오는 데는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학교 수업 끝나고 학원에 다녀와서 밤 10시까지 도우미 아주머니와 단 둘이 있다가 일주일에 한 번이나마 친구가 되어 주는 사람을 만나 좋았는지 제 앞에서 쉴 새 없이 말을 쏟아 냈습니다. 세 번째 만남까지는 주현이가 하는 이야기를 주로 들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네 번째 만남에서 뜬금없이 “선생님은 내 이야기가 재미있어요?” 하고 묻는 겁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조금은 재미있고 또 조금은 재미없어.” 하고 대답했더니 “재미없는데 왜 계속 들어 줘요?” 하고 또 물었습니다. “주현이가 열심히 이야기하는데 재미없으니까 그만하라고 하면 얼마나 기분 나쁘겠어? 선생님도 내가 이야기하는데 누가 말을 자르면 마음이 많이 상하거든. 어느 책에서 봤는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는 행동이 배려라고 적혀 있었어.”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는 ‘배려’로 향했고 “주현이는 지금 여기서 내게 어떤 배려를 해 줄 수 있을까?” 하고 물었습니다. “잘 모르겠어요.”라는 솔직한 대답에 “내가 주현이 이야기를 잘 들어 준 것처럼 주현이가 선생님을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게 한 가지 있는데 말이야. 선생님은 상담사야. 그래서 주현이가 행복해질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하거든. 이제 뭘 하려는지 알겠지?”
한참 후에 주현이는 “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거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꺼낸 책이 『행복 요정의 특별한 수업』(비룡소)입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독일의 판타지 작가 코넬리아 풍케가 쓴 그림책 『행복 요정의 특별한 수업』은 뭐가 못마땅한지 늘 부루퉁한 얼굴을 하고, 행복을 모르는 아이 루카스에게 행복 요정 피스타치아가 특별한 수업을 통해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는 이야기입니다.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데다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는 기존의 요정들과 달리 ‘행복 요정’은 뚱뚱하고 퉁명스럽기까지 합니다. 루카스를 대하는 말과 행동은 단호하고, 소원도 들어주지 않지요. 대신 루카스에게 행복을 가르쳐 주겠다며 다짜고짜 달려듭니다.
행복 요정이 알려 주는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포근하고 부드러운 침대’와 ‘따뜻한 코코아 한 잔’ 그리고 ‘온 세상에 반짝이는 색깔들’이랍니다. 많은 이들이 이미 누리고 있고, 또 당연히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지요. 다른 요정들이 새로운 것을 안겨 줌으로써 기쁨을 선사하는 것과 달리, 행복 요정은 우리가 이미 가진 것들을 잠시 거두어 감으로써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의 빈자리를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자칫 추상적인 의미로 머물 수 있는 행복을 실제로 체험하게 하지요. 행복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던 꼬마 루카스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존재인지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행복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진부하지 않은 전개 방식과 표현의 강렬함이 돋보이는 이 책은 심리 치료용으로 괜찮은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며 누리고 있는 작은 행복들을 없애 불편함을 직접 겪게 하는 행복 요정의 교육 방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녀에게 끌려 다니는 부모들에게 꼭 필요한 단호한 태도를 행복 요정이 보여 주고 있는 셈이지요.

책을 읽은 후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얘기해 보라고 했더니 주현이는 행복 요정이 루카스를 침대 위에서 둥둥 떠다니게 한 장면을 꼽았습니다. 정말 둥둥 떠다닐 수 있으면 지루하지 않고 신이 날 거라고 하더군요. 아빠, 엄마가 오실 때까지 혼자 노는 건 너무도 지루하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로 인상적인 장면은 부엌에서 엄마가 루카스에게 코코아를 따라 주는 장면을 꼽았습니다. 주현이는 엄마가 만들어 주는 떡볶이를 먹는 상상, 생일날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해서 촛불 끄는 상상을 한다며 엄마의 손길이 그리운 아이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아빠, 엄마는 자기를 외롭게 하니까 무엇이든 다 해 줘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당연한 걸 받는데 왜 고마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아래는 주현이와 나눈 대화의 일부분입니다.
“주현이는 딸을 외롭게 하면 아빠, 엄마는 뭐든지 다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구나?”
“자식을 낳았으면 책임을 져야죠.”
“그래. 그 말은 맞아. 그렇다면 주현이가 딸로써 아빠, 엄마에게 어떤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도 한 번 생각해 볼까?”
“…….”
“생각이 안 나면 지금 당장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런데 만약 행복 요정이 주현이한테서 아빠, 엄마를 빼앗아 가면 어떻게 될 것 같아?”
“글쎄요.”
“지금 주현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참 많지? 비싼 옷, 예쁜 구두, 반짝이는 머리띠, 좋은 집. 이 모든 것들을 계속 가질 수 있을까?”
“…….”
“일주일 동안 생각해 보고 다음에 얘기하자.”
주현이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주현이 엄마에게는 주말에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어 딸과 함께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아빠, 엄마에 대한 서운함과 외로움을 상담사가 언제까지나 대신해 줄 수 없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주현이를 만날 때마다 정성을 다했습니다. 손으로 쓴 편지를 건넸고 직접 만든 테디 베어 열쇠고리를 선물했는데 이런 선물의 가치를 주현이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주현이를 연구소에 데리고 오는 아주머니한테서 주현이가 매일 제가 쓴 편지를 꺼내 읽고 열쇠고리는 아까워서 쓰지 않고 책장 위에 모셔 놨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주현이도 속으로는 좋으면서 쑥스러워서 고맙다는 표현을 못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주에 만났을 때, 지난 주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지 물었더니 말하기 싫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인정해 주었습니다. 주현이가 얼마나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는지를 일깨워 주려는 의도에서 그림책 『거짓말 같은 이야기』(시공주니어)를 보여 주었습니다. 기본 인권조차 누리지 못한 채 세계 곳곳에서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담은 책이지요. 주현이는 어른들은 꼭 이런 책을 보여 주면서 자기들에게 감사하며 살 것을 가르친다고 말하더군요. “와! 주현이는 완전 족집게인데. 내 속을 다 읽었어.” 하고 놀라워했더니 제가 준 선물을 받고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고맙다는 얘기 들으려고 선물한 게 아니라는 제 말에 “안 서운했어요?” 하고 묻는 겁니다. “아니! 서운할 게 뭐 있어? 감사는 마음에서 우러나야 하는 건데 억지로 인사할 필요는 없지.” 하고 대답했더니 “선생님은 다른 어른들과 다른 것 같아요.” 하면서 마음을 많이 연 듯했습니다. 그날 상담을 종료하면서 “오늘도 시간 맞춰 와 줘서 고마워. 그리고 나한테 미안하다고 해 줘서 고마워.”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주현이도 어색하게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섰지요. 상담을 시작한 지 6주 만의 일입니다.
다음 만남에서는 주현이 입에서 “고맙습니다.”라는 인사가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그림책 『고맙습니다』(봄봄)를 활용했습니다. 이 책은 어린이들이 하루 일과에서 느끼는 고마운 마음들을 담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느끼는 모든 고마움. 서로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이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행복은 모두 같습니다. 가장 행복한 기쁨은 아주 단순한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지요. 주현이는 아빠, 엄마에 대한 서운함 때문에 사람을 향한 고마움은 표현하기 싫어했는데 자연에 대한 고마움, 물건에 대한 고마움에 대해서는 곧잘 이야기했습니다.
주현이에게 행동주의 상담에서 주로 하는 과제를 하나 냈습니다. 물론 주현이와 협의한 과제입니다. 감사 일기장에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감사 인사를 했는지 적어 보는 것이지요. 목표량을 설정했습니다. 일주일 동안은 하루에 세 번, 다음 일주일 동안은 하루에 다섯 번. 이렇게 횟수를 늘려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이에 대한 강화물은 제가 하는 칭찬밖에 없는데도 주현이는 과제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처음에는 일하는 아주머니, 선생님, 친구들, 경비 아저씨에 대한 감사였고 아빠, 엄마를 향한 감사는 과제를 시작한 지 2주가 지나서야 등장했습니다. 주현이가 아파트 단지 앞에서 아빠에게 머리를 쥐어 박히며 야단맞는 아이를 보았거든요. 주현이는 한 번도 자신을 때린 적 없는 아빠가 고마워서 늦은 밤 아빠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딸의 변화에 감격한 아빠는 물질로 보상하는 것을 그만두고 늦은 밤 주현이와 함께 편의점에 가서 구운 계란을 먹으며 데이트를 했다고 합니다. 아빠와 함께 먹은 구운 계란은 지금까지 자기가 먹어 본 음식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고 자랑을 늘어놓았습니다.
이날 이후 주현이 가족의 데이트는 주로 밤에 이루어졌습니다. 낮에는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고 밤에 공원 나들이나 대형 할인마트 쇼핑을 하면서 전에 누리지 못했던 소소한 재미를 누리게 된 것이지요. 주현이는 버릇없거나 마음이 아픈 아이가 아니라 단지 외로운 아이였을 뿐입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집단 문학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행복 요정의 특별한 수업』과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자주 활용하는데 슬프게도 많은 아이들이 지금 누리는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뭘 어쩌라고요?”, “저 아이들이 힘들게 사는 건 우리 탓이 아니잖아요.”라는 말까지 하더군요. 아이들 마음속에 ‘감사’의 씨앗이 심어지지 않은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습니다. 학원에 안 가겠다는 아이를 달래고 설득하느라 결국 고가의 스포츠웨어를 사 주고야 마는 부모, 밥 먹기 싫다고 투정부리면 제발 밥 좀 먹으라고 애원하는 엄마. 물질 만능주의 또는 성적 지상주의가 만연하면서 부모들은 아이들과의 파워 게임에서 지고 말았습니다. 내 자식이 기죽을까 봐, 성적 떨어질까 봐 걱정돼서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다 보니 아이들은 감사하는 마음보다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반면 행복 요정 ‘피스타치아’처럼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단호하게 바로잡는 엄마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엄마는 학원에 가기 싫다며 투덜대는 아들 손을 잡고 즉시 학원으로 찾아가 직접 수강 취소를 했습니다. 아들은 엄마의 단호함에 뜨끔했고요. 설마 모든 과목을 수강 취소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것이지요. 한 달간 신나게 놀던 아들은 친구들이 모두 학원에 다니는데 혼자만 노는 것이 슬슬 불안해졌는지 엄마에게 “수학만이라도 다시 다니면 안 될까요?” 하고 묻더라는 겁니다. 이 엄마는 이번에도 단호했습니다. “네가 학원에 가고 싶다면 보내 주고 가기 싫다고 하면 그만두게 하는 게 과연 엄마가 너를 사랑하는 방법일까? 조금 더 놀아도 돼. 엄마는 네가 성적 잘 받는 것보다 말에 책임지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니까.”라고 말했습니다. 보름쯤 후 아들은 진심으로 엄마 앞에서 자신의 행동을 뉘우쳤고, 그날부터 다시 학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90도로 숙여 감사 인사까지 하고 학원에 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엄마는 웃음이 나더랍니다. 몇 달 후에 아들의 성적이 올라간 것은 물론이고 아들은 평소에도 고맙다는 말을 잘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감사’는 인성을 넘어서 심리 건강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합니다. 감사하는 마음과 태도는 자신감을 높이고 변화와 위기에 대한 대처 능력을 증진시킵니다. 또한 창의력 향상을 가져 오게 하고 삶에 큰 활력을 주므로 자녀 교육에서 가장 우선해야 한다고 말하는 교육자들도 있습니다.
감사할 줄 모르는 아이가 많아진 것은 어른들의 잘못된 교육 탓이지 아이들의 마음이 병들어서가 아닙니다. 가정 교육으로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고 행복을 느끼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생활 속에서 부모부터 감사의 말을 습관화하고 매일 감사 일지를 적어 보시기 바랍니다. 작심삼일이어도 좋습니다. 작심삼일도 100번 하면 300일, 65일이 모자라는 1년입니다.

 

글 : 김은아 (마음문학치료연구소 소장, 행복한그림동화책연구소소장)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아동가족상담과 문학치료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행복한 그림동화책 연구소와 마음문학치료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대학에서 아동상담과 아동문학, 부모교육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책 기획자, 특별 기고가로 어린이책이 가진 매력을 전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림책으로 마음 나눔을 실천하고자 행복한 도서관 만들기 운동과 다문화 가정 그림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1. 이도심
    2012.6.28 9:46 오후

    좋은 정보 글 감사합니다.
    인성교육 자료로 잘 활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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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혜진
    2012.6.28 11:53 오전

    외동아들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많이 공감이 갑니다. “하나니까 해주지 뭐” 이런 안일한 생각이 아이를 ㅁㅇ치게 하는데 말이죠… 엄마의 역활이 점점 힘들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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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권정애
    2012.5.10 9:57 오전

    풍요를 당연하게… 이 글이 맘에 걸리네요. 엄마가 어릴 적 못해 본걸 내 아이에게는 꼭 시켜주고 싶어 약간의 강요와 함께 였던 이런 저런 일들이 아이에게 어쩌면 당연히 자신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라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잊어가고 있지 않은지… 제가 고민을 해야할 문제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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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주선아
    2012.5.8 11:54 오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주제였네요….. 정말로 깊이 고민을 해보아야 할 문제인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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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전샛별
    2012.4.25 10:48 오전

    감사하지 못하는 아이도 부모의 잘못이네요. 감사할 일이 많은데도 감사하지 못하고 있는 제 자신을 보게 됩니다.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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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은아
      2012.4.27 10:35 오전

      저 역시도 감사할 일이 많은데도 이것저것 불만을 토로합니다. 모범 답안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제 모습을 들여다보며 때때로 반성을 합니다. 사례를 이야기하다 보면 모든 것이 부모 잘못으로 귀결되는 경향이 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것도 있고 부모의 양육 태도와 상관없이 펼쳐지는 일들도 많으니까요. 대한민국 어머님들! 힘내세요. 어머니, 엄마는 위대합니다. 김은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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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정미란
    2012.4.11 10:26 오후

    좋은글 담아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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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김윤숙
    2012.4.11 8:59 오후

    맞습니다. 요즘 애들한테는 감사하는 마음이 많이 부족한것 같아요. 다 어른들이 잘못 가르친 탓이겠지요. 마음에 와닿는 글 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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