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의 문혜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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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그림책 단행본 | 문혜진 | 그림 이수지
연령 1~4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6월 21일 | 정가 14,000원
수상/추천 교보문고 추천 도서 외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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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선생님의 첫 동시집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가 출간되었는데요, 첫 시집만큼이나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책을 받아든 소감이 어떠셨는지요?

20대 후반, 첫 시집이 나올 때만큼이나 ‘두근두근 콩콩’이었습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았다는 쾌감도 있었고요. 기대 이상으로 동시와 그림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져 책장을 넘기는 내내 웃음이 나기도 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습니다. 또, 아기를 재우고 밤늦게 책상에 앉아 더 좋은 시어를 찾느라 밤하늘에 얼굴을 내밀고 찬 공기와 마주하던 외로움도 떠올랐어요. 그만큼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를 만나는 일은 설레고 행복했습니다.

Q2.동시집을 보면 사랑스러운 아이의 일상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고, 곳곳에 아이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넘쳐흐릅니다. 실제로 두 아들을 키우고 계신데 육아 경험이 동시를 쓸 때 많은 도움을 주었을 것 같아요. 이런 동시를 쓰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큰아이 때는 아이가 예쁜 줄 모르고 힘겹게만 느꼈던 것 같아요. 마감 시간에 쫓겨 방문을 잠그고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글을 쓴 적도 있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을까 싶지만 그 아픈 시간들이 쌓여서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가 태어난 것 같습니다. 세상 많은 아기들과 동시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었어요. 가장 익숙한 ‘아기말’로 가장 아름답고 신선한 시어를 발굴하고 싶었습니다. ‘쪼그리 꼬꼬 엄마 품에 // 보드레 삐악삐악 병아리들 // 깜박깜박 꼬박꼬박’ 엄마 품에서 가장 여리고 순하고 투명한 눈빛들이 반짝반짝 엄마를 올려다볼 때의 그 감동, 경이로움! 품 안에서 꼬물거릴 때, 더 많이 품어 주고 더 많이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아기들이 엄마와 매일 주고받는 숨결, 살결처럼 자연스러운 동시, 누구나 몇 번 들으면 저절로 입에 붙고, 따라 하다 보면 엄마도 아기도 웃게 되고, 모두 행복해지는 그런 동시를 써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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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에는 재미나고 신선한 의성어, 의태어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동시를 쓸 때 특별히 염두에 두신 점이 있나요?

아가들을 많이 웃게 하자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기들이 좋아하고 웃게 하는 소리에 관심을 가졌죠. 아기들은 재미있는 소리에 (요즘 말로) 빵! 터지더라고요. 몸놀이 하면서 리듬을 살려 노래하듯이 하면 더 좋아하고요. 그래서 리듬에 특히 신경을 썼습니다. 매일 해도 좋아하는 까꿍, 간질간질, 어부바, 쭉쭉이 같은 놀이들을 더 발전시켜 시어에 공을 들였습니다. 의성어나 의태어를 두 개씩 조합해서 발음해 보니 소리도 너무 재미있고 느낌이 색달랐어요. 또 아기도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까르르까르르 뿡뿡, 오동보동 포동이, 부비부비 코코, 기리기리 쭉쭉, 이런 시어들을 놀이로 반복하다 보니 말을 빨리 배우고 확실히 표현력도 좋아지는 것 같았어요.
어느 날, 둘째 아기가 막 웃다가 방귀를 뀌길래, 까르르까르르 뿡뿡, 하면서 놀렸더니 아기가 따라하면서 너무 재미있어 하는 거예요. 또 리듬을 살려 몸동작도 만들어서 춤추듯이 하면 아기가 너무 좋아합니다. ‘까꿍’ 놀이도 ‘석현이 꽃이 피었습니다. 까꿍!’ 했더니 어느새 ‘엄마 꽃이 피었습니다. 까꿍!’ 하면서 응용해서 말을 받더라고요. 이런 경험도 너무 신기했어요. 확실히 아기가 동시로 리듬감 있고 재미있게 의성어 의태어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언어 감각이 길러지고 말도 빨리 배우게 되더라고요.

Q4.『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는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엄마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름다움과 가치를 이야기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기들은 엄마에게 가장 신비한 우주이자 가장 숭고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 시기의 엄마들은 대게 아기를 통해 고통과 쾌감을 느끼고 또 아기를 통해 치유 받습니다.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에서는 그런 엄마들의 마음을 생생한 동시로, 아름다운 그림으로, 따뜻한 음성으로 위로를 건네는 ‘엄마 작가’들의 따뜻한 격려가 있어서 많이들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우리 집에서 매일 벌어지는 소소한 풍경들, 일상의 감동, 사랑스러운 개구쟁이가 내 아기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늙어서 좋다’라고 어떤 작가가 말했는데, ‘엄마가 되니 참 좋더라’ 이런 가치도 있습니다. 엄마라는 자리, 숭고하고 아름다운 자리이지만 막막하고 외로운 자리이기도 하지요. 누구나 서투르고 불안해 하며 연습도 없이 엄마가 됩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내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도 바로 당신, 엄마입니다. 그 눈물과 한숨을 딛고 아기를 품고 어루만지고 입 맞추며 짓는 웃음이야말로 진짜 엄마의 웃음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엄마들이 이 동시집을 읽고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아기와 함께 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아까울 만큼 벅차고 반짝반짝 아름다운 시간이었음을 동시를 쓰며 깨달았습니다. 아기의 살냄새, 숨결 속에서 엄마가 아니면 누릴 수 없었던 가치와 사랑을 배웠지요. 세상 모든 엄마들이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이 아름다운 순간을 오롯이 즐기고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Q5.『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 동시 중에서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동시와 선생님이 가장 마음에 드는 동시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특별히 그 동시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요?

작가사진_3스물네 편의 동시가 하나같이 다 애착이 가고 마음이 갑니다. 그중에서 ‘살구 웃음’이라는 동시를 좋아해서 특별히 소개한 바 있고요. ‘새콤달콤 꼬스름’이라는 동시도 특히 좋아합니다. 아기 살냄새 맡으며 잠드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달콤한 시간인데요. 육아에 지치다가도 저녁에 아기 씻겨서 보송보송하고 향긋한 아기 살냄새 맡으면 너무 행복하고 가장 큰 위안이 되더라고요. 엄마라면 누구나 자기 아이의 살냄새를 구분할 수 있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향기는 ‘새콤달콤 꼬스름’한 우리 아기 살냄새라고 치켜세울 것입니다. 아기랑 나가서 놀다 돌아오면 머리에서 강아지 냄새같이 비릿하고 고소한 냄새가 나는 것도 아주 특별했어요. 과일 먹고 나서 앵두 같은 입술에 입 맞추면 새콤달콤한 입 냄새도 너무 좋았고요. ‘아이 좋아 아이 좋아 / 우리 아기 살냄새 / 새콤달콤 꼬스름’이란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오더라고요. (^^)
우리 아기도 매일 오디오북을 틀어놓고 동시들을 따라하는데, 매일 들어도 너무 좋아합니다. ‘까르르까르르 뿡뿡’이라는 동시를 특히 재미있어 했어요. 소리가 재미있게 느껴졌는지 ‘스컹크는 방귀쟁이 / 걸을 때도 뿡뿡 / 웃을 때도 뿡뿡 / 까르르까르르 뿡뿡’ 그림에 나오는 아가처럼 엉덩이를 쑤욱 내밀고 ‘뿡뿡!’ 하면서 집안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요.

 

Q6.아이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동시를 들려주는 게 좋다고 하는데, 많은 엄마들이 동시를 읽어 주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동시를 재미있게 읽어 주는 선생님만의 비법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

엄마들이 동시를 낯설어 하고 다가가기 힘든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만큼 아기의 숨결, 리듬과 닮아 있는 장르는 없다고 생각해요. 아기가 강아지라는 단어보다 멍멍이를 더 빨리 받아들이잖아요. 아기가 좋아하는 동물 소리나 표정을 흉내 내며, 소리의 강약과 리듬에 감정을 실어서 노래하듯이 읽으면 입에 착, 붙어서 아기들이 좋아하더라고요. 아기가 어려 누워 있을 때는 신체 접촉을 많이 하면서 들려주면 좋은 것 같아요. 아기들은 신체 접촉을 통해 뇌 발달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애착 형성에도 매우 도움이 됩니다. 아기가 돌이 지나고 걸어 다니게 되면, 아기랑 몸으로 놀면서 동시를 읽어 주면 더 좋아하는데요.
아기와 ‘엄마 코 아기 코 / 부비부비 코코’ 하면서 코를 부비다 보면 아기랑 더 친밀해지고 교감할 수 있어서 좋아요. 우리 아기도 ‘부비부비 코코’를 좋아하고, 8살인 큰아이도 엄마의 사랑 표현이 좋은지, 아직도 이 놀이를 좋아합니다.
밥을 먹을 때도 ‘흘려도 괜찮아 / 떨어뜨려도 괜찮아 / 하하 호호 맛있게 냠냠 쩝쩝’, 엉망으로 어질러진 식탁 앞에서 ‘괜찮아, 괜찮아.’ 하다 보면 엄마도 자기 암시가 되어 좀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Q7.동시집은 그림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이번 동시집 그림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수지 작가가 그려 주셨어요. 선생님도 이수지 작가의 팬이라고 들었는데, 같이 작업하신 소감이 어떠신지요?

이수지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평소에도 좋아해서 같이 작업하게 되어 매우 뜻깊고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림들이 한 장면 한 장면 너무 사랑스럽고 아름다워서 감동이 배가 된 것 같아요. 제 어눌한 동시들에 날개를 달아 주신 느낌이랄까요.
‘주춤주춤 엉거주춤’에서 벽 잡고 힘을 주며 ‘거사’를 치르는 아기의 모습은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터졌어요. ‘오동보동 포동이’의 물장난 하는 아기는 포동포동 살 오른 우리 아기랑 너무 닮아서 깜짝 놀랐답니다. 또 ‘살구 웃음’에서도 살구를 한 입 베어 문 아이의 표정이 너무 사랑스럽잖아요. 살구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싱그러운 아기의 표정에서 그 섬세한 관찰력과 표현력, 세련된 색감이 너무 좋았어요. 이수지 작가님의 ‘드물고, 빼어난’ 그림들이 이 동시집을 더욱 빛나게 해 주는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동시집 작업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8.벌써 선생님의 두 번째 동시집이 기다려지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아기들이 동시를 통해 우리말의 ‘재미’와 ‘아름다움’에 눈뜰 수 있도록 시어의 공을 들인 동시를 더 많이 써 보고 싶습니다. 아기를 위한 동시일수록 ‘격’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는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매일매일 꾸준히 쓸 수 있으면 좋겠고, 쓰다 보면 새로운 것이 보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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