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잔, 짠!

누구든 우리 가게 모자를 쓰면 멋져져!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지 뭐야?

멋진 모자를 만드는 게 진짜 다일까?

고양이 씨씨가 전하는 배려와 나눔의 이야기

귀여운 캐릭터에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김송이 작가의 첫 창작 그림책이 ㈜비룡소에서 출간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모자 가게 주인인 고양이 씨씨. 손님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외모에 대한 고민을 모자 하나로 단번에 해결해 준다. 소문에 소문을 타고 손님은 점점 더 많이 늘어나는데……. 손님이 많고 유명한 게 전부일까? 고양이 씨씨의 동선을 따라가며 독자들도 함께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진정성은 물론, 나와 타인에 대한 관계와 배려, 나눔까지도 찬찬히 생각할 여지를 준다.

■ 겉모양이 아닌, 진심을 담은 씨씨의 따뜻한 모자

화려하고 다양한 모자들로 가득한 고양이 씨씨의 모자 가게. 독특한 소재와 질감은 물론 디자인도 각양각색이다. 한가득 진열된 모자 가게의 전경이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가게 앞, 길게 늘어선 손님들의 줄을 자세히 살피면 다양한 인물들이 숨어 있다. 하나씩 찾아서 뒤에 나오는 인물들과 비교하고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외모에 불만인 손님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어떻게 변신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점 많은 귀부인 얼굴도, 유난히 얼굴이 넓적한 백작 부인도, 눈두덩이 까만 점이 싫은 판다도 기발한 모자 하나로 짠! 하고 멋지게 변신한다. 자신이 만든 모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씨씨. 하지만 어느 날, 똑 떨어진 단추를 사러 단추 가게로 가는 여정이 씨씨의 생각을 바꿔 놓는다. 빗물에 둥지가 젖어 알을 못 품는 새를 위해 모자 둥지를 만들고, 무너진 집을 짓는 두더지에게 힘내라고 빵 모자를 선물한다. 그리고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단추 가게 주인집 아들에게는 추위에 끄떡없는 모자를 만들어 준다. 이 과정에서 씨씨는 자신의 ‘모자가 담을 수 있는 진정한 가치’에 대해 깨닫는다. 겉모양을 꾸미는 게 다가 아닌, 꼭 필요하고 절실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진짜 멋진 모자에 대해서 말이다.

■ 표정이 살아 있는 캐릭터, 질감이 다채로운 그림체

깜찍하고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는 물론, 등장하는 인물들의 다양한 표정을 담고 있는 그림이 재미나다. 표정은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 주며, 상황에 대한 이해도 더 쉽게 풀어 주고 있다. 모자 가게 안과 숲의 전경 등 배경에서 오는 볼거리를 찾다 보면, 마치 씨씨를 따라 길을 걷고 있는 느낌이 든다. 오일 파스텔의 부드러운 질감과 연필 선의 섬세함이 어우러져 따뜻함을 더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