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너무나 판타스틱~해요. 『하이킹 걸즈』가 블루픽션상 1회 수상작이거든요. 만약 블루픽션상이 제정되지 않았다면, 제 꿈을 이루지 못했을 거예요. 제 꿈을 이루게 해 준 블루픽션 시리즈가 50권까지 나왔고, 바로 제 작품 『판타스틱 걸』이 기념비적인 블루픽션 50번째 책이라니, 저에게는 특별하고, 아주 신나는 일이에요. 블루픽션 100번째 책도 제 책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 더 열심히, 더 재밌게 쓰려고요.
의도한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걸’ 3부작을 완성하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제가 girl(?)이다 보니까, 소녀들의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세 책 모두 제 자신의 이야기예요. 전 십 대는 아니지만 여전히 내가 누구인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잘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3편의 걸 이야기를 썼어요.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하이킹 걸즈』의 은성,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닌자 걸스』의 은비, 잃어버린 꿈과 나를 다시 되찾으려는 『판타스틱 걸』의 예슬, 이 세 명의 소녀가 모두 저라고 할 수 있어요.
전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미래의 ‘나’가 되어 현재의 ‘나’에게 편지를 쓰곤 해요. 지나보니 다 괜찮다며, 원래 그 시기는 다 그런 거라고, 위로와 응원을 주로 보내는데요, 실제로 효과가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만약 십 년 전의 나라면, 현재의 나를 보고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해지는 거예요. 왠지 미래 시점의 ‘나’의 태도와는 다를 것 같았어요.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살고 있다면, 무조건 감싸 주지 못할 것 같더라고요. 그 상황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소설을 쓰게 되었는데, 쓰다 보니 그 상황이 깜찍한 게 아니라 끔찍하더라고요. 이 소설을 쓰면서 참 많이 울었고, 소설을 완성하고 나니 비로소 제 자신과 화해한 기분이 들었어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제 가장 큰 꿈은 소설가가 되는 거였어요. 그러고 보면, 저는 꿈을 이룬 아주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꿈꿨던 소설가의 모습과 다를 때가 종종 있어요. 소설가만 되면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쓰고, 글 쓰는 일을 즐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도 모르게 주변 눈치를 보게 되고 자신감을 잃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마냥 자신감이 꽉 찬 십 년 전의 저를 불러와요. 아, 그리고 추가로 고백하자면 십 년 전과 가장 많이 변한 건 외모가 아닐까 싶네요. 『닌자 걸스』의 고은비가 제 과거 모습이에요.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건 참 많아요. 재능도 있어야 하고, 노력도 해야 하고…….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나 자신을 믿어 주는 일’ 같아요.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이리저리 부딪치는 일이 많거든요. 그럴 때 스스로 나 자신을 믿지 못하면 아무리 재능이 있고, 노력을 많이 해도 소용이 없어요.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의심해도, 나 스스로가 나를 의심하지 않고 끝까지 믿어 준다면, 조금 덜 흔들리고 조금 덜 방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쫄지 마, 혜정.’ 미래의 제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이리저리 재고, 고민을 만들어서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소설을 쓰다가도 겁을 내고 못 쓸 때가 많아요. 두려워하지 말고 쓰고 싶은 글 다 쓰고, 하고 싶은 일 다 하라고 말할 것 같아요. 만약 제가 미래의 조언대로 잘 해 나간다면, 전 글 쓰는 일을 가지고 아주 재밌게 노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 십 대를 위한 성장 소설을 계속 쓰면서, 안데르센에 버금가는 동화 작가가 되어, 저와 같은 꿈을 가졌던 사람들에게 글 쓰는 것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을 거예요, 분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