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심리 여행: 수줍음이 많은 의존적인 아이,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요? 2편

그림책심리여행-제랄다와거인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27 | 글, 그림 토미 웅거러 | 옮김 김경연
연령 7~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6년 5월 1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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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랄다와 거인』에는 어떤 치유적인 요소가 들어 있을까요?
아이들은 『제랄다와 거인』을 보고 참으로 다양한 반응을 보여 줍니다. 어떤 아이는 피 묻은 칼을 보며 무섭다고 인상을 찡그리고, 어떤 여자아이는 예쁘고 요리도 잘하는 제랄다가 왜 험상궂은 거인과 결혼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며 불쾌해 합니다. 제랄다가 거인에게 차려 준 화려한 식탁을 보고 “나도 이런 음식을 먹어 보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사람 잡아먹는 무서운 거인을 좋은 사람으로 바꾸어 놓은 제랄다의 능력을 본받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 그림책에 대한 엄마들의 반응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썩 호의적이지는 않더군요. 엽기적이다, 아이를 잡아먹는 괴물이 나오는 그림책이 교육용으로 적합한가? 같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부분은 대충 얼버무려 넘어가고 식탁이 나오는 부분만 중점적으로 보여 줘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엄마도 만났습니다.
이런 반응들을 만날 때마다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디 맑고 깨끗하기만 하던가요? 우리는 자랄 때 맑고 깨끗하고 순수한 이야기만 들었던가요? 잔인한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호랑이가 사람 잡아먹는 이야기를 듣고도 문제없이 잘 컸는데 다 잊어버리셨나 봅니다. 무슨 걱정이 그리도 많으세요? 모범적이고 도덕적인 내용의 책만 보여 준다고 해서 아이의 마음이 건강해질까요? 때로는 아이 내면에 잠든 괴물을 깨워 주어야 스트레스도 풀리고 살아갈 에너지를 얻게 되는데 말이죠.” 또 아이가 어떤 그림책을 싫어하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이유를 물어보고 그 뜻을 존중해 주면 되는데 “잘못 샀네, 별로네!”라는 식으로 그림책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부모들의 부정적인 반응과는 달리 저는 상담이나 부모 교육을 할 때 『제랄다와 거인』을 곧잘 활용합니다. 치유적인 가치가 풍부한 책이기 때문이지요. 부모들은 안전을 위해 아이를 숨겼지만 아이들에게 ‘숨기’는 즐거운 놀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거인이나 성, 쌓여 있는 금덩어리, 진귀한 음식들은 현실 세계에 없는 판타지입니다. 판타지 그림책을 통한 대리만족 또한 독서가 주는 이점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독서치료나 문학치료에서는 ‘인상적이거나 강렬한 표현이 있는 작품’을 활용하는데 사실 『제랄다와 거인』은 표지 그림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칼을 든 거인과 거인의 무릎에 앉아 있는 여자아이.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일까? 소녀는 험상궂은 거인의 무릎에 앉아 있으면서 왜 즐거워하는 표정일까? 거인은 왜 칼을 들고 있는 걸까? 이런저런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질문에 엄마와 아이들은 또 다양한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아빠와 딸 사이 같다” “아이가 나쁜 사람에게 납치된 것 같다.” “거인이 아이를 보호하는 것 같다” “거인의 인상은 험한데 여자아이가 웃고 있는 걸 보니까 마음이 따뜻한 거인일 것 같다” “사실 아이는 지금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거인의 기분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억지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다”는 식의 이야기들이지요. 이러한 대답 하나 하나에 꼬리를 잇는 또 다른 질문을 하면서 과거 상처와 현재의 마음 상태, 때로는 인간관계에 대한 힌트를 얻기도 하고요.

『제랄다와 거인』을 보고 달라지기 시작한 호준이
호준이와 엄마는 표지 그림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호준이는 거인을 나쁜 사람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털도 있고 못 생겼지만 여자아이의 좋은 친구라고 하더군요. 만약 나쁜 사람이 나타나면 칼로 무찔러서 여자아이를 보호해 줄 거라고 했습니다. 호준이한테도 거인처럼 자신을 보살펴 줄 사람이 있는지 물었더니 “엄마.”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만약 엄마가 호준이 곁에 없게 되면 어떻게 할 거냐는 후속 질문에는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엄마는 죽을 때까지 나랑 있어 준다고 했어요.”라며 엄마에 대한 강한 믿음을 보였습니다. 만약을 가정해서 어떤 얘기가 펼쳐질지 상상해 보라고 제안했더니 호준이는 어려워서 못하겠다며 그냥 읽자고 했습니다. 호준이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습니다. 책읽기를 마친 후 치유적인 질문을 하면서 호준이의 마음에 다가갔습니다.

상담사 : 『제랄다와 거인』을 본 느낌이 어때?
호준이 : 재미있어요.
상담사 : 어떤 장면이 가장 재미있었어?
호준이 : (거인이 쓰러져 있는 장면을 펼치며) 여기요.
상담사 : 왜 이 장면이 가장 재미있었니?
호준이 : 수레에 있는 돼지랑 당나귀 표정이 웃겨요. 한번 보세요.
상담사 : 그래! 선생님도 볼게. 돼지랑 당나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지?
호준이 : 걱정스럽게 제랄다를 보고 있어요.
상담사 : 선생님 눈에도 그렇게 보여. 그런데 돼지랑 당나귀의 걱정스러운 표정이 왜 웃기는지 말해 줄 수 있겠니?
호준이 : 우리 엄마 같아요.
상담사 : 조금 더 자세히 말해 주면 선생님이 호준이랑 가까워지는 데 도움이 될 거야.
호준이 : 엄마는 맨날 맨날 내가 걱정이래요.
상담사 : 엄마가 왜 그렇게 말씀하신다고 생각해?
호준이 : 몰라요. 이상해요. 옛날에는 엄마가 다 해 줬는데 지금은 자꾸 혼자 하래요.
상담사 : 엄마 때문에 호준이가 헷갈리는구나!
호준이 : 계속 엄마가 다 해 주면 좋겠어요.
상담사 : 호준이는 지금 아홉 살인데도 엄마가 뭐든 다 해 주면 좋겠어?
호준이 : 네!
상담사 : 제랄다는 여섯 살 때부터 요리를 했는데 말이야.
호준이 : 이건 그림책이잖아요. 누가 여섯 살 때부터 요리를 해요?
상담사 : 그래. 맞아! 그림책이야. 우리 제랄다 얘기를 좀 더 해 볼까.
호준이 : 마음대로요.
상담사 : 제랄다는 어떤 아이일까?
호준이 : 음! 바보 같은 아이요.
상담사 : 왜 바보 같은 아이라고 생각하니?
호준이 : 거인을 왜 보살펴 줘요? 잡아먹힐 수도 있는데.
상담사 : 그래! 그럴 수도 있었어. 그런데 제랄다가 거인에게 잡아 먹혔니?
호준이 : 아니요. 같이 성으로 갔어요.
상담사 : 성으로 가서 제랄다는 제일 먼저 무엇을 했지?
호준이 : 아빠를 모셔 왔어요.
상담사 : 오! 대단한데. 이야기를 꼼꼼히 잘 읽었구나.
호준이 : 이 정도는 기본이죠.
상담사 : 그다음에 제랄다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니?
호준이 :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거인한테 줬어요.
상담사 : 그다음에는 또 어떤 일을 했지?
호준이 : 이웃에 사는 거인들을 초대해서 맛난 음식들을 먹여 줬어요.
상담사 : 그래 맞아! 맛있는 음식을 맛본 거인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호준이 : 아이들을 먹지 않게 됐어요.
상담사 : 또 하나 제랄다와 거인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대.
호준이 : 끝은 뻔해서 좀 시시해요. 미녀와 야수 같아요.
상담사 : 행복한 결말이어서 선생님은 기분이 좋은데.
호준이 : 나쁘진 않아요.
상담사 : 만약 제랄다가 거인을 두고 도망쳐 버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호준이 : 거인은 굶어 죽었겠죠.
상담사 : 그래! 제랄다의 따뜻한 마음과 용기가 행복한 일들을 만들어 낸 게 아닐까?
호준이 : …….
상담사 : 아직도 제랄다가 바보 같은 아이라고 생각하니?
호준이 : 아니요.
상담사 : 그럼 어떤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
호준이 : 멋있어요. 사실은 부러워요.
상담사 : 호준이도 제랄다처럼 멋있어지면 되지.
호준이 : 어떻게요?
상담사 : 지난번에 선생님이 내 줬던 숙제를 다시 시작하는 거야.
호준이 : 숙제요? 그게 뭐였어요?
상담사 : 두 달이나 지나서 잊어버렸구나. 집중해서 생각해 보렴.
호준이 : 모르겠어요.
상담사 : 친구들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행동을 해 보는 거였는데.
호준이 : 아! 맞다, 맞아요.
상담사 : 선생님은 호준이가 숙제를 멋지게 해낼 거라고 믿어.
호준이 : 해 볼게요.
상담사 : 또 한 가지만 더 해 보면 어떨까?
호준이 : 또요? 아이! 귀찮은데.
상담사 : 멋있는 사람이 되는데 한 가지만 해서 되겠니? 두 가지는 노력해야지.
호준이 : 뭔데요?
상담사 : 호준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는 거야. 예를 들면 아침에 혼자 일어나서 학교 갈 준비하기, 숙제하기, 방 정리하기.
호준이 : 혼자 할 수 있는데 귀찮아서 안 한 거예요.
상담사 : 그랬구나! 엄마가 호준이에 대해 조금 잘못 알고 계셨던 것 같아. 호준이가 아기 같아서 혼자 못한다고 생각하시거든. 엄마의 오해를 풀어 드리면 어떨까?
호준이 : 좋아요.

이렇게 해서 호준이는 포기했던 숙제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사랑과 관심을 받으려 했던 행동들이 오히려 친구들 눈을 거슬리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동안 친구들 대화에 눈치 없이 끼어들어 주제와 상관없는 얘기를 해서 미움을 받았는데 이야기를 잘 듣고 그에 맞는 얘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아기처럼 말하지 않게 된 덕분에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지 않게 되었고요. 기복은 있어도 자기 일을 스스로 챙겨서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엄마를 흐뭇하게 했습니다.
상담의 끝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그림책 『중요한 사실』을 활용해 글쓰기 치료를 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너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너는 바로 너라는 거야. 예전에 너는 아기였고 무럭무럭 자라서 지금은 어린이고, 앞으로 더 자라서 어른이 된다는 건 틀림없어. 하지만 너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너는 바로 너라는 거야.”라는 글을 자기 이야기로 패러디해 보면서 자신감을 갖게 했습니다. 호준이는 이렇게 썼습니다. “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나는 바로 호준이라는 거야. 예전에 나는 엄마가 다 해 주는 아기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 제랄다처럼 용기 있게 살아서 멋진 어른이 될 거야. 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바로 내가 호준이라는 거야.”

『제랄다와 거인』을 보고 달라지기 시작한 엄마
매번 상담할 때마다 엄마를 위한 시간도 따로 마련했습니다. 무엇이든 다 해 주다가 어느 순간부터 “네가 알아서 해야지.” 하고 태도를 바꾼 엄마 때문에 호준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먼저 인식시켜 주었지요. 호준이는 잘못이 없습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엄마가 다 해 주니까 스스로 할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겁니다. 아이가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기 주도적인 생활 습관을 익히려면 점진적인 단계가 필요한데 호준이 엄마의 양육 방식은 극과 극을 달렸습니다.
호준이가 달라지기를 원하면서도 아들을 불안하게 보는 시선이 여전했습니다. 『제랄다와 거인』에서 어린 딸을 혼자 장에 내보낸 제랄다 아빠에 대해 이야기할 때 호준이 엄마의 불안이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어떻게 아프다는 핑계로 어린 딸을 혼자 장에 보낼 수 있냐고 하더군요. 아파 죽어도 자기가 장에 갔다 와야 하는 게 아니냐며 흥분했습니다. 한시도 아이한테서 눈을 뗄 수 없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대부분 제랄다 아빠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합니다. 저는 호준이 엄마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공감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제랄다의 아빠를 마냥 부정적으로만 보아야 할까요? 하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엄마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저를 바라보더군요. 자기 일을 딸에게 미루고 딸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는 무심한 아빠가 아니라 누구보다 딸의 용기와 지혜를 믿는 아빠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풀어 보았습니다. 아빠가 딸을 세상 속으로 내보내면서 펼쳐진 일들을 하나씩 짚어 보았더니 호준이 엄마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엄마에게 호준이가 자기 일을 스스로 하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아직도 아들이 불안한 마음, 두 마음 중에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 솔직히 들여다 볼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엄마에게도 과제를 내 주었습니다. 호준이가 도와달라는 말을 하기 전에 먼저 나서서 도와주지 않기, 호준이가 도와달라는 말을 하면 무조건 손을 내밀기보다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인지 생각해 보고 혼자 할 수 있도록 격려하기, 호준이의 행동이 느리고 답답하더라도 혼자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는 믿고 기다려 주기,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듯 따라다니지 말고 먼발치에서 바라보기, 아들을 아기처럼 대하지 않기, 남편과 불화했던 과거의 상처를 되새기지 말고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구상하기, 아들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등이 과제였습니다.
상담이 진행되는 동안 매주 과제를 내고 확인하면서, 격려와 긍정적인 피드백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엄마와 호준이의 관계는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두 사람이 변하니까 남편도 늘 싱글벙글 웃는다고 하더군요. 6개월가량 이어진 상담은 기분 좋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아이가 의존적인 아이가 되는 이유를 알아볼까요?
의존적인 아이를 둔 부모들을 살펴보면 불안이 심하고 예민한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아이의 말과 행동에 더욱 그렇지요. 검은색이 칠해진 호준이의 그림을 보고 걱정되어 미술 치료사를 찾아간 엄마의 행동도 불안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불안한 부모들은 아이의 모든 것을 통제해야 안심이 되므로 끊임없이 간섭하고 잔소리를 합니다. 이런 부모의 양육 태도는 아이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며 자율성 발달을 방해해서 의존적인 아이가 되게 합니다.
아이를 과잉보호해서 뭐든 알아서 다 해 주는 부모,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은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도 의존적입니다. 아이들은 실패와 성취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자율성을 키워 가는데 두 유형의 부모는 아이에게 이런 경험을 통해 성장할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또 아이가 허약하거나 병을 앓고 있는 경우,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것을 안쓰럽게 여겨 부모가 일일이 챙겨 주게 되니까요. 이런 경우 아이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조차 부모가 해 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책임감과 자율성이 있는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모가 알아서 다 해 주다가 어느 순간 “이제 너도 다 컸으니까 혼자 할 수 있지?” 하고 단번에 태도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럴 경우 아이는 무척 헷갈립니다. 친절하게 무엇이든 알아서 해 주던 부모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지면 아빠 엄마가 자신에게 화가 나 있다고 오해하게 되지요. 그러면서 부모의 눈치를 보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그동안 의존적인 아이로 키워 왔다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나 행동을 한두 가지 정해 직접 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신의진 교수(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신의진의 아이심리백과」(갤리온 펴냄, 2007)에서 아이의 자율성을 키워주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한두 가지 목표에 익숙해지고 여기서 성공의 경험을 맛보게 되면 조금 더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며 천천히 생활 습관을 바꾸어 줍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아이의 실수를 너그럽게 받아들일 것을 당부합니다.
물론 그 전에 아이와 대화하여 목표 행동을 정하고 실천에 옮겨야 하며 부모 생각대로, 부모가 원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정해 아이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이가 충분히 할 수 있고 좋은 목표라 해도 아이가 싫어하면 그 이유를 들어 보고 부드럽게 아이를 설득하거나 협상을 통해 절충점을 찾는 것이 현명하며 보상으로 아이에게 원하는 상을 직접 정하게 해서 동기 부여를 하는 방법도 권합니다. 이때 아이가 터무니없는 것을 요구할 수도 있으므로 적정선을 미리 정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화초 돌보기, 동물이나 곤충 키우기, 자기 방 정리하기, 식구 수만큼 식탁에 숟가락과 젓가락 올려놓기, 갈아입은 옷과 양말을 빨래 바구니에 담기, 자기가 먹은 그릇은 직접 설거지통에 갖다 넣기, 작은 일의 결정(예를 들어 유치원이나 학교에 갈 때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신발을 신을지, 어떤 그림책을 선택해서 읽을지, 가족 생일이나 기념일에 어떤 선물을 할지)하기 등을 스스로 하게 하는 것은 의존적인 아이를 변화시키는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를 놓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모 교육 전문가들은 ‘아이=엄마’나 ‘아이는 나의 전부’라는 공식을 버리고 연애하듯 아이를 대하라고 합니다. 아이를 약한 존재로, 혼자서 뭘 할 수 있겠느냐는 식으로 불안하게 바라보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봐 주고 아이에게 내재된 능력을 믿는 것이지요. 그 믿음에 사랑이 전제하고 적절할 경우 아이는 부모가 바라는 대로 자랍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아이에게 맡겨 두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통제를 하되 아이가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그림책은 아이가 동일시하기 쉬운 책을 먼저 활용해 보세요.
만약 그림책을 활용한다면 처음에는 부족하고 의존적이고 게으르지만 차츰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책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했던 『난 무서운 늑대라구』(고슴도치), 『깃털없는 기러기 보르카』(비룡소)를 비롯해 『띳띳띳 꼴찌 오리 핑이야기』(한길사), 『겁쟁이 빌리』(비룡소), 『치킨 마스크』(책읽는 곰),『뛰어라 메뚜기』(보림) 등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유능하고 적극적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그림책은 아이로 하여금 동일시를 통한 위안보다 거리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그림책을 보고 나서 『제랄다와 거인』(비룡소),『루비의 소원』(비룡소),『프레드릭』(시공주니어)처럼 용기 있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가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그림책을 보여 줍니다. 아이에게 행동의 목표를 정하게 하고, 부모는 격려하고 긍정적으로 피드백을 해 주며 바람직한 행동을 강화시켜 줄 수 있습니다. 아이는 점차 의존성이 줄어들고 자기 주도적인 삶을 개척하는 멋진 사람으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엄마는 아이가 세 살이 되던 해부터 가족끼리 외식하러 가면 일하는 분께 아이 밥을 작은 그릇에 따로 담아 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어릴 적부터 한 사람으로 대접하고 독립심을 길러 주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그 아이가 지금 일곱 살인데, 가족끼리 여행갈 때 자기 가방을 스스로 챙길 만큼 ‘똑소리’ 나게 야무집니다. 아이가 걸을 무렵부터 작은 여행용 가방을 마련해 줬던 엄마의 혜안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겁쟁이 빌리』

『겁쟁이 빌리』

『루비의 소원』

『루비의 소원』

 

 

 

 

 

 

 

 

 

 

 

 


d_img4글 : 김은아 (마음문학치료연구소 소장, 행복한그림동화책연구소소장)
대학에서 국어 국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아동가족상담과 문학치료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행복한 그림동화책 연구소와 마음문학치료 연구소를 운영하며 대학에서 아동상담과 아동문학, 부모교육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책 기획자, 특별 기고가로서 어린이책의 매력을 전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으로 마음 나눔을 실천하고자 행복한 도서관 만들기 운동과 다문화 가정 그림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