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문학상

 bir_awards_logo_g 「난 책읽기가 좋아」 시리즈로 그림책에서 본격적인 읽기책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사랑을 받아온 비룡소가 저학년을 위한 동화를 공모하기 위해 시작하는 새로운 문학상입니다.

 당선작

대상 : 이분희 「한밤중 달빛식당」

심사위원: 김진경(동화작가), 김리리(동화작가),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본상: 상패

부상: 대상 1,000만 원(선인세)

 

연령 7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8년 3월 15일 | 정가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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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달빛 식당 (보기) 판매가 8,550 (정가 9,5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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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경위

저학년 동화의 지평을 넓히고 참신하고 재능 있는 작가의 발굴을 위해 비룡소에서 제정한 비룡소 문학상의 7회 수상작이 결정되었습니다.

지난 6월 30일 원고를 최종 마감한 제7회 비룡소 문학상에는 옛이야기, 의인화동화, 생활동화, 판타지, SF 등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담은 저학년 동화 총 157편의 응모작이 접수되었습니다.

본심작

  • 「구름이 집으로 들어온 날」
  • 「아골 루디아미 아르소케」외 2편
  • 「내 친구, 구일호」
  • 「엉터리 산신령」외 2편
  • 「비밀로 씨의 비밀 식구」
  • 「한밤중 달빛식당」
  • 「우주 물건 대백과사전」

심사위원으로는 김진경, 김리리, 김지은 님을 위촉하여 심사하였고, 예심 결과 총 7편을 본심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심사위원 세 분이 지난 8월 22일 본사에 모여 논의한 결과, 이분희의 「한밤중 달빛식당」을 대상작으로 결정했습니다.


심사평

노는 글과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는 글

중, 저학년 동화를 많이 읽다 보면 중, 저학년 동화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 한 부류는 어린이에게 친근한 소재를 가지고 어린이가 주인공과 공감하며 이야기 속에 들어와 상상하며 놀게 만드는 동화이다. 이러한 동화는 여백이 많다. 또 다른 부류는 보통의 어린이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이나 주제를 다루는 동화이다. 이러한 동화는 어린이가 그 낯선 경험이나 주제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기 위해 촘촘하게 짜여진다. 놀 수 있는 여백이 없고 그 이야기를 수동적으로 따라가며 그 여운을 음미하게 된다. 둘 다 필요한 동화이고 우열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본심에 올라온 일곱 편의 동화 중 「아골 루디아미 아르소케」, 「내 친구, 구일호」, 「엉터리 산신령」은 노는 동화에 해당한다. 「아골 루디아미 아르소케」는 아골 악마와 계약을 맺어 사람을 사라지게 할 수 있게 된 주인공이 자신에게 싫은 말이나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없애나가는 이야기다. 결국 선생님과 주위의 친구들과 부모까지 모두 사라지자 비로소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고 악마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사라진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내 친구, 구일호」는 사고로 돌아가지 못한 산타 9-1호가 주인공 구선호의 반에 나타나면서 겪는 사건들을 통해 착한 아이 나쁜 아이가 구분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는 이야기인데 산타를 어린 아이로 설정하여 독자인 어린이들이 공감하며 놀 수 있게 만든 점이 흥미로웠다. 두 작품의 장점은 친근한 소재를 살짝 비틀어 독자인 어린이가 공감하며 놀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하지만 어린이가 노는 과정에서 어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지점을 치고 나가는 대목이 없어 전체적으로는 어른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어린이들이 놀게 될 것 같은 아쉬움이 있었다.
「엉터리 산신령」은 친근한 옛이야기 소재를 현재 어린이들의 삶 속에 끌어들여 어린이들이 공감하며 놀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낸 좋은 작품이다. 엉뚱하게 옛이야기 소재를 끌어들여 현재화하며 능청맞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어린이들이 놀면서 어른들이 따라올 수 없는 감각을 치고 나가는 대목도 엿보여 대상 후보로 마지막까지 논란이 되었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놀면서 치고 나가는 부분이 디테일에 한정되고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어린이들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놀게 만들 것 같다는 한계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비밀로 씨의 비밀 친구」와 「우주 물건 대백과사전」은 두 부류 동화의 속성이 모두 나타나는 동화들이다. 「비밀로 씨의 비밀 친구」는 많은 문학적 훈련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이 작가는 어느 소재 어느 주제라도 일정 수준의 작품을 만들어내겠구나 하는 느낌을 줄 정도로 작품을 만드는 솜씨가 뛰어났다. 하지만 몰래 버리고 간 개 두 마리를 어쩔 수 없이 기르며 익숙해지고, 개를 몰래 버린 범인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주인공을 어린이로 했다면 어린이가 놀 수 있는 작품으로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주인공을 어른으로 내세워 촘촘한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주 물건 대백과사전」은 필요한 것을 다양하게 실현할 수 있는 기구들을 가지고 지구로 살러 온 외계인이라는 설정을 통해 아이들이 재미있게 상상하며 놀만한 여지를 만든 작품이다. 하지만 주제를 전개해 나가는 이야기 뼈대는 평범한 어린이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전체적으로는 촘촘한 구성을 하고 있다. 이 우주인이 지구에 살려면 같이 사는 평가자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처음에는 고양이를 평가자로 오인해서 고양이에게만 잘 보이려 하다가 실제 평가자인 풀을 말라죽게 하고, 두 번째는 평가자인 개에게 잘 보이려고 소원을 들어주다가 개가 인기인이 되어 다른 별로 가는 바람에 실패한다. 세 번째는 인간이 평가자인데 인간이 반려자를 원해서 만들어준 과자 인간이 온갖 말썽을 부리는 바람에 인간과 우주인은 함께 속을 썩인다. 마지막엔 과자 인간이 마법적 기구가 든 가방을 들고 가출을 하는 바람에 우주인은 모든 능력을 상실하여 오히려 인간의 돌봄을 받는 짐이 된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그 때문에 우주인은 인간으로부터 함께 살자는 합격 평가를 받게 된다. 진정한 관계는 좋은 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부담을 안으면서도 상대방의 모든 면을 끌어안는 것이며, 그 진정한 관계에서 나오는 복잡하고 미묘한 느낌이 마음을 이룬다는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어린이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를 어린이들이 놀기 좋은 소재를 가지고 표현해 내려한 점이 좋아 대선 후보작으로 마지막까지 논란이 되었으나 그 두 가지 요소가 적확하게 짜여지지 않아 산만한 느낌을 준다는 한계 때문에 아쉽지만 제외되었다.

「구름이 집으로 들어온 날」, 「한밤중 달빛식당」은 어린이가 접근하기 어려운 새로운 경험이나 주제를 어린이가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촘촘하게 짜여진 작품이다. 「구름이 집으로 돌아온 날」은 뛰어난 문학성, 서정성을 지닌 작품이다. 하지만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볼만한 그림책 원고 같기도 하고 시 같기도 해서 저학년 어린이에게 적합한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한밤중 달빛식당」은 어머니가 죽어 실의에 빠져 있는 아버지와 생활하는 아이의 이야기이다. 실의에 빠져 있는 아버지는 새벽에 나가 일하고 밤에 돌아오면 술에 빠져 지낸다. 주인공 아이는 방치된 속에서 단벌옷에 구멍 뚫린 실내화를 신고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며 지낸다. 주인공 아이는 반의 친구가 흘린 오만 원 지폐를 발견하여 줍고 찾으러 온 친구에게 돌려주지 않는다. 그 돈으로 실내화와 학용품을 산 날 밤 아이는 동네 뒤 언덕길을 걷다가 한밤중 달빛식당이라는 식당을 발견하고 들어간다. 두 여우가 운영하는 이 식당은 음식 값으로 나쁜 기억을 받는다. 주인공은 오만 원을 훔친 나쁜 기억을 주고 음식을 먹는다. 낮에는 이 식당이 있던 자리엔 고압선 철탑이 서있을 뿐 식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두 번째 식당에 갔던 밤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된 나쁜 기억 두 개를 주고 음식을 먹는데 아내의 장례식을 마치고 술에 취한 아저씨가 들어온다. 아저씨는 상자가 안 닫힐 정도로 많은 나쁜 기억을 이 식당에 음식 값으로 지불한 상태였다. 다음 날 학교 가는 갈에 주인공은 전날 식당에서 본 아저씨가 모든 기억을 상실한 채 술에 취해 경찰차에 실려 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친구에게 오만 원을 훔친 것이 적발되지만 오만 원을 훔친 기억도 그것으로 실내화와 학용품을 산 기억도 나지 않는다. 주인공은 학교에 가지 않고 헤메다 밤이 되어 다시 한밤중 달빛식당을 찾아간다. 음식은 시키지 않고 왜 나쁜 기억을 없앴는데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더 슬퍼지는가를 묻고 나온다. 집으로 가다 자신을 찾는 아버지를 만나는데 죽은 어머니의 기억이 사라진 주인공은 아버지와 갈등을 빚는다. 엄마가 이미 죽었다는 아버지의 말에 충격을 받은 주인공은 억지로 기억을 해내려다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간다. 그리고 다시 한밤중 달빛 식당에 간 주인공은 기억을 다시 찾아오고 자신의 슬픔에 빠져 주인공의 아픔을 방치했다고 반성하는 아버지와 화해한다.
「한밤중 달빛식당」은 소재도 평범한 어린이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새로운 경험이지만 주제 또한 만만치 않게 어려운 것이다. 인간의 삶은 기억 즉 과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기억하기 싫은 과거라고 해서 잊어버리면 사람들과의 진정한 관계 진정한 삶 역시 사라져 불행해지며, 그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끌어안을 때만 화해를 통해 진정한 관계를 회복하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는 어린이에게 이해시키기 참 난감한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어린이가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환상성을 도입하여 감동까지 주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역량은 충분히 대상에 값한다.

비룡소 문학상의 응모 작품 수준은 매번 놀랄 만큼 높아지고 있다. 사실 이번 본선에 올라온 작품들은 모두 대상을 받을 수도 있는 작품들이었다. 이번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더욱 정진하기를 바란다.

김진경

요즘에는 하루에도 열 번씩 비가 내렸다가 해가 쨍했다가 날씨가 아주 변덕스럽다. 그래도 마음이 즐겁다. 나쁜 대통령이 물러나고 세상이 바뀌어서 즐겁고, 더운 여름 좋은 작품을 읽으며 보내게 되어서 즐겁다. 앞으로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이렇게 좋은 작품들이 모두 책으로 출간되어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마음껏 책을 읽으며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훌륭한 작품이 많아서 옥석을 가리기가 힘들었다. 예심을 본심처럼 치렀고, 본심에 오른 작품 모두 개성 넘치고 매력적인 이야기라 심사위원들 고민이 컸다.

한밤중 달빛식당
본심에 오른 작품 중에서 이미지가 가장 오래 남는 작품이다. 제목만 떠올려도 어느새 노란 불빛이 등대처럼 반짝거리는 달빛식당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새하얀 앞치마와 머릿수건을 단정하게 맨 속눈썹 여우와 걸걸 여우가 친절하게 맞아주고,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가득한 곳. 황금빛 작은 조각들이 찻잔 속에 떠다니는 향긋한 유자향 차, 하얀 생크림 사이에 새빨간 딸기가 박혀 있는 샌드위치 등 상상만 해도 저절로 입안에 군침이 돈다.
나쁜 기억을 주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달빛식당에서 주인공 연우는 죽은 엄마에 대한 기억을 주고 음식을 사 먹게 된다. 엄마 없이 하루하루 사는 게 버거운 연우에게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잊고 싶은 나쁜 기억이 될 뿐이다. 작품을 읽는 내내 주인공의 상처가 느껴져서 가슴이 먹먹했다. 신비롭고 매력적인 캐릭터와 달콤한 음식들. 분위기는 이국적이고 환상성이 강한 작품이지만 담겨 있는 정서는 지극히 한국적이고 주제는 무겁다.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재와 묵직한 주제를 작가는 한 땀 한 땀 수를 놓은 것처럼 간결하고 정갈한 문장으로 작품에 담았다. 나쁜 기억은 잊어야만 하는 게 아니라 직면하고 스스로 극복해가야 한다는 마지막 메시지도 오랫동안 깊은 울림을 준다.
훌륭한 작품은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감동을 준다. 저학년 아이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엉터리 산신령」 외 2편
「엉터리 산신령」 산신령이 된 지 1년밖에 안 된 꼬마 산신령. 초보인 만큼 찾아오는 사람들의 소원을 어떻게 들어줘야 하나 고민이 많다. 죽은 엄마가 보고 싶어서 매일 산신령을 찾아가 사탕을 바치는 대수. 산신령은 대수가 매일 바치는 사탕을 좋아하지만 대수의 소원을 어떻게 들어줘야하나 고민만 더 커진다.
산신령은 모두 나이 많은 할아버지라는 편견을 깨고, 이 작품에서는 산신령이 꼬마로 등장한다. 산신령 된 지 얼마 안 된 꼬마 산신령 이야기가 신선하다.
「오 나의 용사님」 가장 용감한 용사를 찾다가 우주를 만난 꼬마 도깨비 왕구. 그러나 왕구의 기대와는 달리 우주는 벌레도 무서워하고 높은 데도 못 올라가는 겁쟁이다. 그러나 자신을 믿어주는 우주를 위해 왕구는 기꺼이 우주를 용사님으로 모시기로 한다. 자신을 용사님으로 믿어주는 왕구 같은 친구가 있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다. 관계에 있어서 믿음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게 해 주는 작품이다.
「뱀이냐 용이냐」 학교 숙제 때문에 낙엽을 주우러 갔다가 이무기와 친해지게 된 주인공은 그 뒤로 매일 이무기 홍섬형을 찾아간다. 그러나 용이 되면 하루밖에 못 살고 죽는 다는 걸 알게 된 주인공은 홍섬형이 용이 되게 그대로 둬야 하나 고민이 생긴다. 결국, 홍섬형이 용이 되는 걸 방해하고 주인공은 그 벌로 이무기의 저주를 받게 된다.
이무기인 홍섬형 캐릭터는 개성 넘치고, 홍섬형과 나누는 대화는 유머러스하다. 깔깔거리며 웃다가 가슴속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든다. 홍섬형은 성공을 위해서 죽어라 공부만 하는 이웃집 형이나 누나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담보 잡힌 채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아이들을 위해 성공을 빌어줄 것인가, 아니면 모든 걸 내려놓고 현재를 즐기라고 말해줄 것인가 고민이 생긴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던 시기는 끝났다고 한다. 홍섬 형이 살던 개천도 물이 더러워져서 용이 되어도 하루 밖에 못 살게 되었다. 홍섬 형의 말처럼 ‘이건 뭐, 용도 아니고 이무기도 아니고’라지만 그럼 어떠랴. 우리 아이들에게 용이 안 되어도 홍섬 형처럼 멋진 이무기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걸 빌어주어야 할 것 같다.
작가는 산신령, 도깨비, 이무기 등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익숙한 주인공을 데려와 매력 넘치는 주인공으로 재탄생시켰다.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뛰어난 입담으로 거침없이 풀어낸, 진정한 이야기꾼의 이야기다. 이번에 좋은 작품이 많아서 수상작이 되지는 못했지만, 꼭 책으로 출간되어서 아이들을 즐겁게 해 주면 좋겠다.

내 친구 구일호
어느 날 전학 온 산타 구일호. 크리스마스 전날 밤 선물을 배달하다가 사고가 나서 선호의 선물을 잃어버린 꼬마 산타는 썰매에서 떨어져 선호네 집에 머무르게 된다. 자기가 산타라고 우기는 구일호와 머리가 좀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하지만 내심 정말 산타가 아닐까 마음이 혼란스러운 구선호는 서로 티격태격하며 우정을 쌓아간다.
만약에 꼬마 산타가 우리 집에 머무르게 된다면?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이야기다. 시니컬한 꼬마 산타 구일호와, 안 착한 아이 구선호. 그리고 잃어버린 선물. 크리스마스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전해준다는 이야기를 작가는 거침없이 뒤집어 버렸다. 상상력의 전복을 통해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 낸 것이다. 꼬마 산타 이야기는 환상적이지만 구일호와 구선호, 그리고 할머니 세 인물의 대화는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다. 리얼리티와 환상성의 조화를 잘 이룬 작품이다. 학교에서는 나쁜 아이지만 부모 없이 할머니랑 씩씩하게 살아가는 선호의 모습이 애잔하게 느껴진다.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여서 좋았다. 그러나 마지막 구일호의 편지 내용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감동적인 부분도 있지만 작가의 메시지가 너무 직접적으로 드러나 작위적으로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비밀로 씨의 비밀 친구
비밀로 씨의 집 앞에 버려진 강아지 산타와 코코. 비밀로 씨는 산타와 코코를 집 앞에 버린 범인을 찾으려 동네를 돌아다닌다.
혼자 외롭게 살다가 말을 잃어버린 비밀로 씨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앞으로 비밀로 씨처럼 말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아 걱정이다. 동화작가인 비밀로 씨, 유기견 산타와 코코, 독거 노인인 푸들 할머니, 자전거포를 하는 도끼 아저씨 등 작가는 평범한 이웃들에게 특별한 이름을 지어주어서 개성 있는 인물을 만들어냈다. 전체적으로 문장이 세련되고 간결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 있게 읽히는 작품이다. 작가의 뛰어난 감각이 돋보인다. 누가 개를 버린 범인일지 함께 추리하는 재미도 있다. 비밀로 씨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목소리를 찾게 되는 따뜻한 마무리도 좋았다. 그러나 외로운 주인공과 유기견의 이야기는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이미 다루었다. 익숙한 소재와 주제가 서사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이 있었다.

구름이 집으로 들어온 날
장미는 부끄러울 때마다 얼굴이 빨개져서 고민이다. 어느 날 집에 들어온 구름을 뒤집어쓰고 몸을 숨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장미는 부끄러울 때마다 구름 속으로 몸을 숨긴다. 문장이 간결하고 시적이다. 작가는 소심하고 겁이 많은 장미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한 장면 한 장면 그림책을 보고 있는 것처럼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도 이 작품의 장점이다. 그러나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장미가 단지 구름 속에 숨거나, 친구의 훔친 물건을 돌려주는 정도로 별다른 사건이 없이 이야기가 끝나서 아쉬웠다. 문장이 너무 간결하고, 이야기가 정적이라 조금은 지루하게 읽히기도 한다. 저학년 아이들은 에너지가 많고, 생동감이 넘친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는 작품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것 같다.

「아골 루다아미 아르소케」 외 2편
「아골 루다아미 아르소케」 어느 날 준이 앞에 나타난 악마 아골. 아골은 주문을 외우면 누군가를 없앨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준이에게 준다. 준이는 선생님, 축구대장, 친구들, 엄마 아빠까지 없애버리고 결국 혼자가 된다. 뒤늦게 후회한 준이는 우여곡절 끝에 악마를 없어지게 하고 사라졌던 사람들을 되돌린다.
악마가 소원을 들어주는 설정은 익숙하지만 작가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서 흥미롭게 서사를 끌고 가고 있다. 그러나 준이가 아골을 불러낼 수밖에 없는 계기가 약하다. 소재와 주제가 익숙한 만큼 좀 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작품이다.
「내 별명은 선검단, 아니 피구왕」 피구를 좋아하는 조하란은 선머슴처럼 천방지축 사내아이 같아 친구들 사이에서 ‘선검단’이라고 불린다. 남자아이 같은 조하란과 달리 여자아이 같은 민성이는 사사건건 부딪치지만 피구시합을 통해 서로를 조금씩 이해해간다. 그 뒤로 이야기가 좀 더 진행됐으면 했는데 성급히 마무리되어서 아쉬웠다.
「짝사랑 상담소」 세 편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짝사랑 상담소에서 좋아하게 되는 약을 산 보라. 보라는 치오한테 약을 주고 자신을 좋아하게 만든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보라가 치호한테 먹인 약은 불끈불끈 용기의 묘약이었다. 약은 엉터리였지만 둘의 사랑은 진짜였다는 이야기이다. 짝사랑이란 소재는 언제 봐도 재밌다. 짝사랑 상담소 아줌마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믿음은 마법과도 같다. 믿음이 사라지는 순간, 마법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다가 나름 생각할게 있는 작품이다. 저학년보다는 3, 4학년 아이들이 더 공감할 것 같다.
세 편 모두 문체가 발랄해서 이야기가 술술 잘 읽힌다. 첫 번째 이야기는 주제가 묵직하지만 나머지 두 편은 가볍고 발랄하다. 세 편으로 이 작가의 작품 세계를 평가하기에는 좀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작품들은 어떨지 궁금하다. 앞으로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주 물건 대백과사전
요롱요롱 별에 사는 외계인은 열 살이 되어서 우주 통행증을 받고 지구인이 되기로 한다. 고양이 어기뚱을 만나 친구가 되고, 골목 여왕의 소원을 들어주기도 하고, 쿠키 인간 빠사삭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빠사삭은 가정부 일을 시키려고 만들었는데, 사고만 치다가 외계인의 가장 소중한 가방을 들고 집을 나가버린다.
슈트를 입으면 뭐든지 변신할 수 있는 외계인, 고양이 어기뚱, 골목 여왕, 쿠키 인간 빠사삭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 만점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이렇게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을 만들어낸 작가의 상상력이 놀랍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정리가 좀 덜 된 느낌이 들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이야기의 연결고리는 좀 약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집주인과 함께 살게 된 외계인이 마음을 갖고 싶었다고 소원을 말하는 부분은 너무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그 전에 외계인의 고민이나 내면이 좀 더 드러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좀 더 다듬고 공을 들인다면 훌륭한 작품이 될 것 같다.

이번에 좋은 작품이 많았는데, 대상 작품을 하나밖에 낼 수 없어 아쉬웠다. 소중한 작품 응모해주신 작가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년에는 출판시장이 나아져서 더 많은 수상작을 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리리

이번 비룡소 문학상은 유년동화의 미덕을 이해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구성력과 문장을 갖춘 작품들이 많이 응모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심사의 자리에 참여할 수 있었다. 어린이의 생활을 일반적인 성인의 이해와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시선,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 짧은 글이지만 예리하게 다듬어진 이야기의 각도 등이 눈에 띄는 작품이 상당수 있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그러한 작품 대부분이 아직 작품으로 출간되기에는 조심스러운, 각자의 중요한 약점을 가지고 있어서 당선작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참여해주신 분들의 정진의 노력과 작품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점을 생각하면 결과는 아쉬움이 있다. 최종적으로 한 편의 당선작에 그치게 되었다. 거론하는 작품들은 의미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작가로 판단되며, 각 편을 인상 깊게 읽었음을 알려드린다. 앞으로 더 멋진 전개의 또 다른 작품으로 만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구름이 집으로 들어온 날>은 남 앞에 서는 일을 두려워하는 내성적인 어린이의 내면을 잘 담아냈다. 환상적이고 흥미있는 장치를 마련했고 그 장치가 생활 서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 읽고 났을 때 작품이 독자를 환대하는 느낌이 든다. 이것은 상당한 장점이다. 좀 더 생기가 넘쳤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고 상징성이 짙은 편이어서 어린이들이 이 작품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분위기를 누릴 수 있을지 고민이 되어 내려놓았지만 작가의 시선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골 루디아미 아르소케>는 단편집이다. ‘짝사랑 상담소’가 흥미로웠으며 각각의 단편들이 어느 정도 안정된 구성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야기의 속도감도 눈에 띈다. 동작이 많은 활동적인 사건들이 이어지면서도 몇몇 장면은 독자를 집중시키는 힘이 있지만 작가가 각 작품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가 정확히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필력이 있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다만 서사의 구성을 좀 더 가다듬어보았으면 좋겠다.

<내 친구 구일호>는 구일호와 구선호가 한 집에서 지내게 되는 장면이 약간 어색했지만 산타가 어린이일 수 있다는 상상과 그들이 함께 어울리게 되는 사연이 애틋하다. 리얼리티와 환상성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를 구분하지 않는 작가의 시선도 건강하다. 다만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몇 군데 흩어지는 느낌이 있고 이 작품 속 크리스마스의 분위기와 정조가 지금 어린이들의 느낌과 얼마나 닮아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부분이 있어 아쉬웠다.

<엉터리 산신령>은 문장이 좋고 분위기에서 흥이 넘친다.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에게 충분한 이야기 속 공간을 내어주고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작품 전체를 읽고 책을 덮었을 때 어디선가 어른이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은, 답답함이 느껴진다. 옛이야기 스타일이 가지는 한계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더 도발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갔으면 좋겠다. 세 편 모두 무난했지만 이무기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대화 처리와 사건을 넘기고 돌려받는 감각이 뛰어났다. 당선작이 될 만한 독특한 매력을 내세우지 못하는 구성이어서 아쉽게 내려놓았지만 앞으로 정진을 기대한다.

<비밀로 씨의 비밀 식구>는 유기견과 그 유기견을 돌보는 사람을 다루는 관계의 설정에서 별다른 새로움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안타까운 점이었다. 하지만 작품은 무척 세련되었고 작가로서 이야기를 구성하는 힘은 탄탄하다고 느꼈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이야기의 전면에서 좀 더 뒤로 배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등장인물의 캐릭터도 매끄러움보다는 엉성하더라도 좀 더 인간적인 면이 들여다보이는 현실감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주물건대백과사전>은 마법과 신기한 물건에 의지한 이야기로 작가의 변화무쌍한 재치가 돋보였다. 그러나 이 다채로운 내용이 ‘마음을 갖고 싶었다’는 고백으로 귀결되면서 너무 싱겁게 갈무리되는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작가가 문학작품을 쓴다는 생각을 풀어놓고 전개하다가 후반부에서 갑자기 문학작품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뒷부분이 부자연스러운 편이다. 본문에서 거칠고 비하로 여겨질 수 있는 몇몇 표현이 걸러지지 않은 것도 내려놓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유년동화의 감각을 꿰뚫고 있는 작가의 패기와 역량에 대해서는 기대가 된다.

최종 논의 끝에 <한밤중 달빛식당>을 당선작으로 정했다. 나쁜 기억을 내면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라는 설정은 으스스한 느낌과 함께 몰입도를 높인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분위기도 있고 일본 동화의 설정과 유사성이 느껴진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동화의 독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임에 틀림없었고 작가만의 목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유년동화가 어디까지 문학적인 함축을 담고 갈 수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바를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그 장면을 그려보면서 작가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

당선작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의 수준이 고르게 훌륭하여서 고민이 많고 시간도 오래 걸렸던 심사였다. 어떤 작품을 더 앞세우는 것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본심의 치열함을 엿보면서 예상되다시피 많은 예심에 투고된 작품들도 상당히 여러 작품이 긴장감 있는 작품 세계를 향해서 정진하고 있었다. 어려운 동화 창작의 길을 선택해주신 모든 투고자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또한 깊이 감사드린다.

김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