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문학상

 bir_awards_logo_g 「난 책읽기가 좋아」 시리즈로 그림책에서 본격적인 읽기책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사랑을 받아온 비룡소가 저학년을 위한 동화를 공모하기 위해 시작하는 새로운 문학상입니다.

당선작

대상 : 우미옥의 「등 뒤에 고양이」외 4편
우수상 : 허가람의 「늑대들이 사는 집」

심사위원:

예심| 김리리(동화작가),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한윤섭(동화작가)
본심| 김진경(동화작가), 김리리(동화작가),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한윤섭(동화작가)

본상: 상패

부상: 대상 1,000만 원(선인세) / 우수상 500만 원(선인세)

연령 7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5년 3월 13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비룡소 문학상 외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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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경위

저학년 동화의 지평을 넓히고 참신하고 재능 있는 작가의 발굴을 위해 비룡소에서 제정한 비룡소 문학상의 4회 수상작이 결정되었습니다.

지난 6월 30일 원고를 최종 마감한 제4회 비룡소 문학상에는 옛이야기, 의인화동화, 생활동화, 판타지 등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담은 저학년 동화 총 200편의 응모작이 접수되었고, 예·본심의 심사 과정을 거쳐서 우미옥의 「등 뒤에 고양이」외 4편을 대상작, 허가람의 「늑대들이 사는 집」을 우수작으로 선정했습니다.

본심작

  • 「아삭 짭짤 단무지 같은 날!」
  • 「팝핀 마리오네트」 외 2편
  • 「늑대들이 사는 집」
  • 「바보형제 무지리와 무가내 이야기」
  • 「등 뒤에 고양이」 외 4편
  • 「고양이 박물관」

심사위원으로는 예심에 김리리, 김지은, 한윤섭 님을 위촉하여 심사하였고, 그 결과 총 6편을 본심작으로 선정, 본심 회의에 천거하였습니다. 본심에서는 김진경, 김리리, 김지은, 한윤섭 님이 지난 8월 22일 본사에 모여 논의한 결과, 우미옥의 「등 뒤에 고양이」 외 4편을 대상작, 허세황의 「늑대들이 사는 집」을 우수작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심사평

뭘 어떻게 써야 할까? 그리고 쓸 수밖에 없는 이유

꼭 그런 제한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신인을 뽑게 되는 문학상 심사에서는 작품과 함께 그 작가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게 된다. 무엇을 어떻게 썼나가 작품의 문제라면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가? 이 사람은 작가로서 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가?는 작가로서의 발전 가능성 문제이다.
쓸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작가가 자기 작품세계를 가지고 있는 큰 작가가 되기는 어렵다. 그런 작가는 많이 쓴다 하더라도 창작자라기보다는 기능적인 라이터의 범주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를 기준으로 보면 평가할 만한 응모작은 많아지는데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느껴지는 작품은 점점 적어진다.

<고양이 박물관 외 4편>은 글을 쓴 사람이 쓸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가지고 있구나 라는 느낌을 주어서 관심이 갔다. 그러나 써야 할 것들과 쓸 수 있는 에너지가 관념 덩어리로 뭉쳐 있어서 언어를 통해 잘 풀어지고 있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여러 작품 중에 ‘시간 도둑’은 좀 정리가 되어 있어 재미있게 읽혔다.

<바보 형제 무지리와 무가내 이야기>는 영악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강박을 주는 지금의 세태에서 바보 이야기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 관심이 갔다. 그러나 많이 본 듯한 옛날 바보 이야기를 넘어서는 작가만의 더듬이가 잘 보이지 않았다.

<아삭 짭잘 단무지 같은 날>은 혼자 집을 지키며 짜장면을 시켜 먹는 아이의 심리나 이웃과 관계를 맺지 않고 경계하며 살아가는 세태를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아이와 배달부 헬멧뚱의 캐릭터도 재미있고, 도둑들이 문 옆에 표시해 놓은 암호를 해독해 가는 아이의 추리 과정도 재미있다. 그런데 결정적인 흠은 좀도둑질을 위해 연립주택의 집집마다 전업주부인지 아닌지, 식구가 몇인지, 집을 비우는 시간이 언제인지, 도둑질할 날짜를 암호로 표시해 두는 도둑은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암호를 없애거나 변경하는 것은 추리물의 구조를 가진 이 작품의 골격을 허물어뜨리기 때문에 곤란해 보였다. 유일한 방법은 도둑들에 얼간이 도둑 캐릭터를 부여하는 건데 그러자면 전면 개작이 필요할 것 같아 아쉽지만 당선작에서 제외시켰다.

<팝핀 마리오네뜨 외 2편>은 아이들이 결여를 느끼는 지점에 환상성을 도입하여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그려내고 그것을 통해 현실의 비극성을 살짝 드러내는 좋은 단편들이다. 충분히 당선작으로도 할 수 있는 작품이었으나 저학년 아이들이 잘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걸렸고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상성도 좀 걸렸다. 감상성은 작중인물이나 상황에 대한 작가의 감정이 은연중에 직접 노출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인데 기실 작중 인물이나 상황에 대한 감정 노출은 작가의 자기연민의 표현이다. 이러한 감상성은 작가의 감정을 독자에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극복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이 작가에게 감상성을 기계적으로 버리라거나 기술적으로 해결하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미숙함 때문에 노출되는 감상성 혹은 작가의 자기연민은 기실 작가의 쓸 수밖에 없는 이유의 징표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극복방식은 버리는 게 아니라 석탄이 엄청난 지층의 압력과 열을 받아 금강석으로 변하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다음 기회에 빛나는 작품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늑대들이 사는 집>은 외모를 보고 상대방을 악마적 타자로 인식하는 통념을 뒤집는 재미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실제로는 악마적 타자성이란 대개 매우 친근하고 호감 가는 외모 속에 있는 것이고 밖으로 보이는 모습을 기준으로 상대방을 악마적 타자로 규정하는 것은 사실은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악마성을 은폐하기 위한 것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우화적 방법이 아니면 저학년 아이들에게 전달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냥 저학년 동화라고 하면 무턱대고 우화를 쓰는 작가들이 있는데, 여기에서 우화는 굉장히 적절했다. 다만 글이 너무 깔끔해 세련된 나머지 조립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그 점이 아쉬워 당선작이 아닌 우수상으로 뽑아 작가를 격려하기로 했다.

<등 뒤에 고양이 외>는 참 좋은 저학년 단편들이다. 저학년 아이의 눈으로 사물을 보고 갈등하고 상상하는 작품을 써낸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천착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리라. 그러나 우려되는 바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옛이야기와 동화는 갈등을 해결해 주는 초월적 존재가 있어 대개의 경우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점에선 같다. 그러나 극명하게 다른 점은 옛이야기는 옛이야기 바깥의 세계도 옛이야기의 세계처럼 왕 같이 갈등을 해결해주는 초월적 존재가 실재했지만 동화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동화는 갈등을 해결해 주는 초월적 존재가 있는 해피엔딩의 세계지만 동화 바깥은 초월적 존재가 없어 갈등의 해결이 불가능한 비극적 세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화의 본령은 아이들의 옛이야기 같은 주관적 세계 자체를 보여주는 데만 있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주관적 해피엔딩의 세계와 그 반대의 현실세계가 살짝 부딪치면서 드러나는 비극성을 보여주는 데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 비극성은 아이들의 주관적인 해피엔딩 세계와 대비되기 때문에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것이 동화가 어린이 독자를 넘어서 가질 수 있는 문학적 가치이며 동화 작가가 작가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들에는 그러한 비극성이 아쉽다. 작가가 작품 세계를 현실세계의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나지 않는 영역으로 제한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작품들은 깔끔하고 안정적이지만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솔직 캠프 마지막 밤에 일어난 일>같이 조금 작품세계를 넓혔을 때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우화적 기법을 사용한다든지 하는 게 그런 우려를 갖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작가가 보이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천착 속에 작가가 작가여야 하는 이유가 숨어 있으리라는 믿음이 들어 만장일치로 <등 뒤에 고양이 외>를 당선작으로 정했다.

김진경

올해도 비룡소로부터 묵직한 원고 박스를 선물로(?) 받았다. 작년보다 박스가 더 크고 무겁다. 원고 박스를 집에 모셔 놓고 긴장이 되었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궁금해지면서, 대단한 이야기꾼의 작품이 숨어 있는 건 아닌지 기대가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박스 무게에 비해 이야기가 빈곤하면 어쩌나 걱정되기도 했다. 몇 년 동안 힘들게 쓴 작품을 응모해 놓고 밤잠을 설치고 있을 작가들을 생각하며 작품을 보는 내내 더 긴장이 되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비룡소 문학상’에 응모된 작품의 수준이 고르게 나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는 주인공만 저학년 아이로 설정해 놓고 문체와 소재가 저학년 동화에 맞지 않은 작품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작가들이 저학년 동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것 같아 반가웠다. 아쉬웠던 점은 저학년 아이들의 생활에 갇혀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비슷한 이야기가 많았고, 서사가 안정적이긴 하지만 작가의 독창성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작품이 많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양적 풍요 속에 보석 같은 작품들이 숨어 있었다.

『등 뒤에 고양이』는 「등 뒤에 고양이」,「딱 한 가지 소원」,「걱정 많은 걱정인형」 등 다섯 개 단편으로 구성된 작품인데, 각각의 제목이 주는 느낌처럼 다섯 편의 이야기가 다 사랑스럽다.
「등 뒤에 고양이」호빵맨처럼 얼굴이 동그랗고 팔다리는 타이어 인간처럼 올록볼록한 3학년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다. 등에 멘 고양이 가방 때문에 생긴 오해이긴 하지만 칭찬을 받은 아이가 자존감을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주인공 아이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 볼처럼 생동감이 있다.「딱 한 가지 소원」은 폐지 줍는 할아버지를 도와주고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상자를 얻게 된 준영이 이야기다. 멋진 모습으로 바꿔 달라고 할까, 부자가 되게 해 달라고 빌어 볼까, 천재로 만들어 달라고 할까, 딱 한 가지 소원을 비는 게 쉽지가 않다. 소원을 비는 이야기가 새롭지는 않지만, 이런 저런 소원을 고민하며 갈등하는 준영이의 심리가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걱정 많은 걱정인형」은 다섯 작품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걱정 많은 소이는 이모한테 걱정인형을 선물로 받는다. 그러나 소이보다 더 걱정이 많은 걱정인형. 소이는 거꾸로 걱정인형의 걱정을 들어주는 신세가 된다. 걱정인형의 고민을 들어 주면서 점점 자신의 걱정을 잊게 되는 소이. 많이 알려진 걱정인형 스토리를 뒤집어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이밖에 다른 단편들도 모두 저학년 아이들의 바람이 잘 담겨 있어서 좋았고, 평범한 아이들의 일상을 뒤집어서 새로움을 선사한 작가의 재치가 돋보였다.

『늑대들이 사는 집』은 송곳처럼 귀가 뾰족한 늑대, 귀가 넓적한 늑대, 귀가 처진 늑대, 세 마리의 늑대가 카드를 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세 늑대는 추운 겨울 길을 잃고 찾아온 양 오누이를 따뜻하게 보살펴 주고, 버르장머리 없는 뭉글 왕자의 구슬을 찾아주고, 집을 부술 정도도 크게 자라는 나무뿌리를 자르지 못해 고민하기도 한다. 무서운 외모와는 달리 마음씨 착한 늑대 이야기이다. 사실 늑대 이야기는 아무리 잘 써도 새롭지가 않다. 그동안 외국동화와 애니메이션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주인공이라 그럴 것이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 이 작품은 읽을수록 재미있다. 주인공뿐 아니라 양 오누이와 뭉글 왕자, 그리고 엄마 늑대까지 등장인물 모두 개성이 잘 살아있다. 늑대 주인공은 식상하지만 매력 있는 조연들의 활약으로 이야기가 풍성해졌다. 더욱이 세련된 문체가 이야기를 잘 뒷받침해 주고 있다.작가의 유머와 세련된 문체가 돋보였던 작품이다.

『아삭 짭짤! 단무지 같은 날』은 가장 눈에 띄었던 작품이지만 아쉬움도 컸던 작품이다.
엄마 아빠가 직장에 다녀서 혼자 집을 지켜야 하는 오동동. 오동동이 가장 좋아하는 건 자장면과 함께 먹는 별난 반점의 단무지다. 이름만큼 개성강한 오동동과 별난반점 배달원 헬멧뚱. 두 인물이 단무지 사건으로 얽히면서 이야기가 흥미롭게 시작된다. 최근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혼자서 집을 보는 아이들이 많은데, 혼자 집을 보는 아이의 고민과 두려움이 잘 담겨 있다. 오동동, 헬멧뚱 재밌는 이름만큼 개성 있는 두 인물이 초반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고 간다. 오동동이 암호를 풀어가는 내용과, 빌라에 일어난 도난 사건 등등 이야기가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오동동과 헬멧뚱이 단무지를 씹으며 소리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마무리 장면도 재미있다.
전체적으로 문체가 발랄하고, 작가의 입담과 유머가 잘 살아 있다. 그동안 무심했던 이웃을 돌아보게 하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러나 원고를 다 읽고 나면 뭔가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남는다. 오동동이 현관에 표시된 암호를 풀어가는 과정이 이 이야기에 핵심인데, 현관에 표시를 한 도둑들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현관마다 호수가 있기 때문에 핸드폰이나 수첩에 간단하게 메모만 하면 될 것이 때문이다. 독특한 개성을 갖춘 헬멧뚱이 초반에만 역할을 하고 뒤로 갈수록 뚜렷한 역할이 없는 것도 아쉽다. 작가가 장르를 추리로 설정했다면 이야기 구성이 좀 더 치밀했어야했다. 오동동이 단무지 없는 자장면을 먹는 심정처럼 재미는 있지만 구성이 허술해서 작품을 읽는 내내 아쉬움이 컸던 작품이다.

『팝핀 마리오네뜨』는 「팝핀 마리오네뜨」,「망이방이」,「삐라뽀라 삐리뽀」세 단편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장애가 있지만 자유롭게 춤을 추고 싶어 하는 아이, 홈런을 치고 싶지만 방망이가 없어서 친구들 앞에서 주눅이 드는 아이. 아버지의 폭력으로 힘들어 아이, 세 주인공은 어려운 현실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작가는 요정, 도깨비, 그림을 그리는 마법사를 등장시켜서 아이들의 결핍을 채워주고, 힘든 삶을 보듬어 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세 편 모두 신비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작가의 진정성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그러나 요정과 도깨비, 그림을 그리는 마법사가 아이들의 소원만 들어주고 더 형상화되지 못해서 아쉬웠다. 상상력이 좀 더 확장 되었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다.

응모 원고를 읽는 내내 좋은 동화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동화를 쓴 지 십 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해답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진리라고 믿고 있는 한 가지는 동화작가는 무조건 아이들 편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예심에서는 아이들 편이 되어 주는 든든한 작가들이 더 많아져서 감사하다. 그리고 좋은 동화를 쓰기 위해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고민했을 응모자 여러분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김리리

유년기 아동을 독자로 한 작품을 공모하는 비룡소 문학상이 제정되고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했다. 특정한 대상을 향해서 글을 쓴다는 것은 작가의 자기표현 의지와 무수한 충돌을 예고하는 일이다. 문장과 낱말, 글의 호흡에서 어른인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내려놓아야 하지만 작가의 개성마저 희석시켜버려서는 안 되는 빡빡한 긴장 속에서 작업해야 한다. 이야기의 초점은 유년기 어린이의 관심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만만하게 보여서는 안 되는 어려움이 있다. 올해 읽은 작품들은 예년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유년동화의 변증법에 적응하고 있었다. 상당히 많은 작품에서 내포 독자의 연령을 이해하고 그들의 관심에 대해 깊게 고민한 흔적을 살필 수 있었다. 그런 고민의 결과였는지 옛이야기의 형식을 따른 작품이 많았고 그 중에서도 동물과 도깨비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새로운 동화를 창작한다는 것은 이미 존재하는 서사에 무한한 빚을 지고 시작하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자신을 파묻지는 말아야 한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이야기를 뛰어넘지 못한다면 새 이야기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문학에 입문하는 이 연령대의 어린이 독자에게 책읽기란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런데 친숙한 감동을 반복하는데 그친다면 이 작품을 공들여 읽어야 할 이유를 설득하기 어렵다. 그 반복의 선을 넘어서는 작품을 찾아내기 위해서 노력했다. 작가 스스로 쓰고 싶은 자기 안의 분명한 이야기가 있을 때만 그 새로운 인상을 구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작품 속에서 본심에 오른 몇몇 작품을 두고 다시 회의를 열었다. 그 중에서 두 작품에 대해서 논의가 길었다. 연작동화 ‘늑대들이 사는 집’과 단편집 ‘등 뒤에 고양이’였다. ‘늑대들이 사는 집’은 공간과 동선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야기 구조에 정감 있는 인물을 빚어낸 작가의 능숙함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소리로 듣게 되는 유년동화의 특징을 배려하면서도 서사의 결을 해치지 않는 낱말과 문장의 리듬감이라든가, 비약하지 않으면서도 짐작과 다른 결말로 이끌어가는 세련된 전개가 강점이었다. 하지만 늑대를 악당 이미지와 대척점에 두는 서사가 이미 많이 나와 있는데 그 서사를 뛰어넘는 새로운 국면을 발견했다고 보기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장면들도 겹쳐 떠오르는 이미지가 많았다. 그럼에도 한 발 비껴선 담담한 서술은 이 작품만의 독특한 매력을 발산했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가 온통 악당들 천지로 보이는 요즘 분위기 속에서 어린이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이웃의 존재를 그려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영웅을 만드는 길로 빠지지 않고 평범한 이웃들이 우리를 지켜준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된 것도 좋은 부분이었다. 아이들이 정말 경계해야 할 것은 거칠고 험악한 겉모습보다는 매끈한 자들의 폭력성일 것이다.

‘등 뒤에 고양이’에는 다섯 편의 산뜻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1차 독자는 분명히 유년기의 어린이지만 중학년 이상의 독자가 읽었을 때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성장기의 고민을 다루고 있다. 그동안 ‘왕따’, ‘폭력’, ‘가족의 위기’ 등 긴박하고 큰 문제가 동화에 많이 등장했다면 이 작품은 어린이가 평소에 가슴에 품고 있었지만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중요한 문제들, 예를 들면 사랑 받기, 소원 성취, 작은 걱정 해결하기, 성장에 대한 불신, 진실과 거짓말의 경계 등을 하나하나 짚고 있다. 그럼에도 주제가 되는 말을 무리하지 앞세우지 않으면서 마음의 구석구석을 잘 들여다본 작가의 절제력이 돋보였다. 이러한 절제는 분명히 작품에 하나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작가들은 이런 선택 앞에서 망설인다. 더 세고 강렬한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면서 사건의 강도를 높인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의 힘을 믿으면서 그 안에서 이야기의 완성도를 촘촘히 채우기 위해 애쓴다. ‘귀엽다’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자란 어린이의 안타까움을 다룬 ‘등 뒤에 고양이’나 걱정인형의 걱정을 달래다가 정작 자신의 걱정을 잊어버리고 만 아이를 그려낸 ‘걱정 많은 걱정인형’은 작지만 오래 품고 싶은 이야기였다. 다섯 편에서 고르게 유지되는 문장의 안정감도 돋보였다.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아쉬움이 컸던 작품은 ‘아삭 짭짤 단무지 같은 날’이었다. 미각과 후각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이야기의 생동감에 추리물의 구조가 엮여 손에서 놓기 힘든 신나는 이야기다. 응모작 가운데 가장 요즘 어린이의 생활에 근접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주인공과 함께 이야기를 떠받쳐야 하는 헬멧뚱의 캐릭터는 복선에 감추어진 채 끝까지 힘을 받지 못하고 그 복선은 처음부터 짐작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무엇보다 추리물이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요소, 모든 이야기의 퍼즐이 딱 맞아야 한다는 부분에서 서사에 결정적인 약점이 드러나는 바람에 작품을 선정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초반과 중반까지 몰아치는 이야기 흐름은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작가는 결국 구조를 짓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구조의 약점을 보완한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팝핀 마리오네트’는 응모작 가운데 문학적 향취가 가장 짙은 작품이었다. 이 독자 연령의 어린이가 읽어낼 수 있는 서사를 쓰면서 작가의 문학적 개성과 품격을 드러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물들의 간절함이 전달되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한 장 한 장 넘기며 이야기를 읽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기억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기에는 전개의 동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저학년 동화는 좀 더 한 손에 잡혀야 한다. 아직까지는 서사의 몰입도에 의지하여 문학의 세계에 입문하는 독자들을 향한 글이기 때문이다. 한 발짝만 더 나갔으면 싶은 대목에서 이야기가 옅어지면서 마무리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고양이 박물관’은 현란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작가의 에너지가 가장 강렬하게 담겨 있었다. 특히 ‘시간도둑’이라는 작품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고양이’라는 소재를 향해서 무리하게 이야기를 모아가면서 일부 작품의 경우 걸러지지 않은 작가의 목소리가 낱말과 대화로 툭툭 튀어나오는 단점이 있었다. 훈계로 들릴 수 있는 강한 발언은 거꾸로 생각하면 작가가 그만큼 하고 싶은 말이 분명했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부지런한 사람들’, ‘비싼 외제차’같은 표현이 대상을 지나치게 직접적으로 지칭하지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아쉬움이 있다면 문장과 어휘의 전형성이었다. 수염, 거울, 방울, 몽둥이 등 동화에 많이 나오는 소재를 배치할 때는 서사에 비해서 이미지가 넘치지 않도록 훨씬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보 형제 무지리와 무가내 이야기’는 이야기의 구수함과 속도감 있는 전개가 눈길을 끌었지만 이미 나와 있는 바보 이야기와 다른 변별의 지점을 찾기 어려웠다. 옛이야기 형식의 작품을 쓸 때는 무언가 하나라도 ‘그 바보가 아닌 다른 바보’의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지나간 이야기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

공모전에 응모할 때 작가는 작품을 두 번 떠나보낸다. 처음에는 투고하면서, 두 번째는 이 발표와 함께, 자신의 작품을 떠나보내는 기분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품은 작가의 손에서 나왔다. 모든 작품은 아마도 작가에게 굳게 뿌리를 내리고 다음 생명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혀 새로운 글이 되었든 응모한 작품의 다른 방향이 되었든 그 생명의 연장선을 바라보는 가운데 앞으로 더 큰 결실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응원을 보낸다. 오랜 기간 공들여 쓰신 소중한 작품을 읽을 수 있도록 투고해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김지은

이야기를 말로 하면 참 재미있다. 게다가 말 잘하는 어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더 재미있다. 동화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란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말로 해주는 이야기와 활자가 전해주는 이야기의 느낌은 다르다. 말 잘하는 어른의 기술이란 표정과 몸짓, 템포와 리듬, 그리고 가장 중요한 듣는 아이와의 호흡이 있다. 그에 비해 활자는 그림이 있다고 해도 2차원적이다. 그렇다면 활자에서 무엇이 말 잘하는 어른의 기술을 대신할 것인가. 문학성이다. 활자로 전하는 이야기에 있어 문학성은 가장 확실한 기술이다. 문학성은 단순한 문장의 조합이 아니라 말 잘하는 어른의 모든 기술을 포함한 것이다. 간혹 그림동화나 저학년 동화에서 문학성을 배제하고 서사와 템포만으로 글을 구성하는 사람들을 보며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 응모작들에서도 많은 작품들이 문학성을 배제하고 있었다. 저학년 동화일수록 좋은 작품으로 가는 열쇠를 문학성에 찾는 어떨까 생각해 본다.

본심에 오른 작품들 중 네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아삭 짭짤 단무지 같은 날」은 낮에 혼자 집에서 자장면을 시켜먹어야 하는 초등학생 오동동이의 이야기이다. 오동동은 자장면과 함께 오는 단무지를 더 좋아 하는 아이다. 단무지를 너무 좋아한 오동동은 어느 날 단무지를 빼놓고 온 자장면 배달원 헬멧뚱을 미워하게 되고, 급기야 아파트에 일어나는 도난 사건의 범인이라고 의심까지 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재미있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흥미를 잃지 않는다. 아마도 단무지에 집착하는 주인공 오동동이의 캐릭터로 인해 단무지를 빼놓고 온 헬멧뚱을 미워하기 시작하는 작가의 발상에 충분히 공감가지 때문이다. 거기에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형식 또한 작품의 흥미를 더 하게 한다. 그러나 범인들이 아파트 문에 해 놓은 설득력 없는 표식들이 작품 전체의 흔들고 있다. 또한 가볍고 발랄하게만 쓰인 문장들이 저학년 작품이지만 재미의 감동이 길게 남을 수 있는 여지를 없애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

「고양이 박물관」은 「고양이 박물관」 외 4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이다. 전반적으로 문장이 안정적이고 작가가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고양이라는 공통의 소재를 가지고 접근했다는 부분에서 평가할 만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단편 하나하나의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고 완성도가 떨어졌다. 단편 「고양이 박물관」을 보면 고양이 그림들이 전시돼 있는 박물관에서 밤이 되면 그림 속에서 고양이 들이 나와 자신들의 세상을 만들어 간다. 그러다 박물관을 만든 할아버지가 실종되고 고양이들이 실종된 할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이다. 전체적인 구성면에서 고양이 그림과 고양이를 소개하는 부분이 너무 길게 배치되어 있으며, 범인이 할아버지를 납치하는 이유와 고양이들이 할아버지를 구하는 장면이 너무 쉽게 처리되어 흥미롭지 못했다. 전체 단편들의 구성에서도 「유령의 집」, 「거울소녀」가 단편집에 어울리지 않아 고양이를 소재로 한 이야기들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늑대들이 사는 집」은 ‘늑대들이 사는 집’, ‘버섯수프’, ‘이상한 나무뿌리’로 이루어진 연작동화다. 세편 모두 같은 늑대 세 마리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보기 드물게 세련된 작품이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이야기 전개, 세 가지 소재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또한 늑대들과 함께 등장하는 양 오누이와 몽굴 왕자의 캐릭터 또한 재미있다. 그러나 착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늑대들의 캐릭터가 많이 익숙하게 느껴졌고 전체적인 구성과 형식이 너무 익숙한 것이 아쉬워 우수상으로 작가를 격려하기로 했다.

「등 뒤에 고양이 외 4편」은 「등 뒤에 고양이」, 「딱 한 가지 소원」, 「걱정 많은 걱정인형」, 「솔직 캠프 마지막 밤에 일어난 일」 다섯 이야기로 구성된 단편집이다. 「등 뒤에 고양이」는 열 살 여자아이가 예쁘지 않은 외모 때문에 자신이 운이 없는 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에게 귀엽고 예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등에 멘 가방에 그려진 고양이를 보고 한 말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이야기이다. 작가는 아주 짧은 이야기를 통해 작은 울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자칫 저학년 단편동화에서 교훈으로 마무리 되거나 어른의 수준에 맞춰 생략과 비약으로 어렵기만 단편 동화와 다르게 단편동화의 여러 장점들을 두루 가추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할 수 있다. 또한 다섯 작품 모두 작품 고른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것에 작가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걱정 많은 걱정인형」 외국에서 선물로 온 걱정인형이 주인공 아이의 걱정을 대신해 주는 이야기는 아주 완성도 있는 단편동화임에 틀림없다.

본심에 오른 여러 작품들 중 논의 끝에「등 뒤에 고양이 외 4편」대상으로 결정되었다. 완성도 있는 각각의 단편들과 재미있는 소재, 그리고 단편 안에서의 문학성이 대상 수상작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되어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당선된 분들께 축하를 보내며 용기 있게 도전했던 분들께도 박수를 보낸다.

한윤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