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문학상

 bir_awards_logo_g 「난 책읽기가 좋아」 시리즈로 그림책에서 본격적인 읽기책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사랑을 받아온 비룡소가 저학년을 위한 동화를 공모하기 위해 시작하는 새로운 문학상입니다.

 당선작

대상 : 최은옥의 「책 읽는 강아지 몽몽의 특별한 작전」
우수상 : 윤해연의 「영광이의 하루」외 2편

심사위원:

예심| 공지희(동화작가), 김리리(동화작가),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본심| 김진경(동화작가), 공지희(동화작가), 김리리(동화작가),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본상: 상패

부상: 대상 1,000만 원(선인세), 특전 볼로냐 도서전 참관 / 우수상 5,00만 원(선인세)

연령 7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4년 2월 14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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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8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4년 10월 5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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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 경위

저학년 동화의 지평을 넓히고 참신하고 재능 있는 작가의 발굴을 위해 비룡소에서 제정한 비룡소 문학상의 3회 수상작이 결정되었습니다.

지난 6월 30일 원고를 최종 마감한 제2회 비룡소 문학상에는 옛이야기, 의인화동화, 생활동화, 판타지 등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담은 저학년 동화 총 150편의 응모작이 접수되었고, 예·본심의 심사 과정을 거쳐서 최은옥의 「책 읽는 강아지 몽몽의 특별한 작전」을 대상작, 윤해연의 「영광이의 하루」외 2편을 우수작으로 선정했습니다.

본심작

  • 「판타지 랜드의 자판기」
  • 「늑대가 꿀꺽!」
  • 「아주아주 조그만 심장」
  • 「책 읽는 강아지 몽몽의 특별한 작전」
  • 「영광이의 하루」 외 2편
  • 「불량이를 찾습니다」
  • 「물음표 고양이」
  • 「에고에고 할머니와 숟가락 돼지」
  • 「호야와 고릴라 아저씨」
  • 「별나라마트 습격사건」

심사위원으로는 예심에 공지희, 김리리, 김지은 님을 위촉하여 심사하였고, 그 결과 총 10편을 본심작으로 선정, 본심 회의에 천거하였습니다. 본심에서는 김진경, 공지희, 김리리, 김지은 님이 지난 8월 13일 본사에 모여 논의한 결과, 최은옥의 「책 읽는 강아지 몽몽의 특별한 작전」을 대상작, 윤해연의 「영광이의 하루」외 2편을 우수작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심사평

신인에게 거는 기대, 새로운 한 세상의 냄새와 촉감

문학을 하는 자나 애호하는 자에게는 문학을 처음 느꼈던 순간의 원체험 같은 게 있다. 무심코 읽게 된 인쇄물이 뜻밖에도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한 세상을 축복처럼 펼쳐놓는 경이로움. 그 경이로운 한 세상에 대한 기억은 색깔이 바래지면서 그때 손끝에 느껴졌던 종이의 촉감과 인쇄된 글자들의 신선한 잉크냄새로 남는다. 새로운 한 세상의 냄새와 촉감이다. 사실 신인을 뽑는 문학상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이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 끝을 마주 비비며 코를 킁킁거리며 찾는 것은 이 새로운 한 세상의 냄새와 촉감이다. 하지만 새로운 한 세상의 냄새와 촉감을 만들어낸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인가?
언어는 순수하지 못한 매체이다. 작가가 그 말을 사용하기 전에 이미 그 말 속엔 장구한 세월 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쌓아 온 의미들이 들어 있다. 말하자면 우리의 머릿속엔 우주적 크기의 모국어 그림본 책이 들어있다. 그 책의 그림본 하나하나는 천재적 언어감각과 치열한 삶이 결합되어 이루어진 것이어서 모국어 그림본 책에 미미하나마 새로운 의미 하나를 덧붙인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해보이기조차 한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은 모국어의 그림본 책에 있는 그림본들을 이리저리 조합해보다가 끝난다. 대가라고 해야 평생의 노력을 통해 몇 개의 작은 의미를 덧붙이는 것이고 아주 운이 좋은 작가들이 작은 의미 하나를 모국어의 그림본 책에 추가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운 좋은 작가들이 모국어의 그림본 책에 작은 의미를 하나 덧붙이는 일은 대개 데뷔작을 포함한 신인 시절에 이루어진다. 그러니 혹시나 하며 그 냄새와 촉감을 찾아 코를 킁킁거리고 손가락 끝을 마주 비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작품들은 수준이 높다. 수준이 높다는 것은 희미하게나마 그 냄새와 촉감이 느껴지는 작품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이 정도의 언어감각이라면 하는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 <영광이의 하루 외 2편>과 <에고 에고 할머니와 숟가락 돼지>가 눈에 띄었다.
<에고 에고 할머니와 숟가락 돼지>는 아무것도 아닌 내용을 재미있는 읽을거리로 만들어내는 뛰어난 언어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아닌 내용이 문제이다. 저학년이라 하더라도 초등학교 단계는 자기중심적인 유아기를 벗어나 세계를 인식해 가는 단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삶에 대한 탐구가 결합되지 않으면 초등학생의 읽을거리로서는 공허해진다. 이 작가의 언어감각은 유아에게 맞아 보인다. 인간이라는 주체를 언어(모국어)에 덧씌워진 신체라고 본다면 유아기는 언어놀이를 통해 세계와 접속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유아는 언어놀이를 통해 세상의 경이를 예감한다. 놀이적 특성, 서사적 문맥과 결합된 리듬감 등은 유아 그림책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언어감각이다. 이 작가는 그런 귀중한 언어감각을 가지고 있다.
<영광이의 하루 외 2편>은 뛰어난 언어감각과 삶에 대한 치열한 탐구가 맞물려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었다. 선생님에게 떠드는 아이들의 이름을 적으라는 지시와 함께 수첩을 받은 영광이는 선생님이 요구하는 기준 대로 아이들의 이름을 적어나가다가 아이들이 그러는 데는 하나하나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떠들었다고 보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적었던 이름에 가위표를 친다. 그러다 보니 학급회장을 비롯한 반의 모든 아이들 이름을 떠들었다고 이름을 적었다가 가위표를 치게 된다. 이러한 반전 속에서 어른들의 통제적 시각에 가리워진 아이들 세계의 경이를 살짝 드러내 보여준다. <첫 죽음> 역시 주인공이 던진 돌에 우연히 맞아 죽은 새의 죽음과 동생의 탄생이라는 사건을 통해서 삶의 근원적 문제를 받아들이는 아이다운 감수성을 잘 그려내고 있다. 그를 통해 아이들은 그런 근원적 문제를 수용할 능력이 없으니까 그런 심각한 문제로부터는 보호해야 한다는 식의 어른들의 통념을 뒤집는다. 형제의 사고로 인한 죽음으로 실어증에 빠진 아이가 구두장이인 할아버지와 함께 그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린 <구두장이 할아버지와 그림자> 역시 읽는 이에게 놀라움을 안겨준다.
하지만 저학년 아이들이 <구두장이 할아버지와 그림자> 같은 작품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추상화하는 능력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 아쉬웠다.
<불량이를 찾습니다> <별나라마트 습격사건> <책 읽는 강아지 몽몽의 특별한 작전>도 좋게 읽은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별나라마트 습격사건>은 아직 문학적 수련을 더 쌓아야할 것 같았고, <불량이를 찾습니다>는 많이 본 듯한 느낌을 주어 새롭지가 않았다.
<책 읽는 강아지 몽몽의 특별한 작전>을 쓴 작가는 나중에 안 일이지만 <판타지 랜드의 자판기>라는 작품도 본선에 올라왔다. <판타지 랜드의 자판기>는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즉 모국어의 그림본 책에서 작가의 의도(그것은 책을 사주거나 추천하는 학부모 교사의 요구이기도 할 것이다)에 맞는 그림본들을 뽑아 적절히 조합했다는 뜻이다.
<책 읽는 강아지 몽몽의 특별한 작전>은 ‘만들었다’는 느낌을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그 느낌이 희미해지는 경계에까지 밀고 간 좋은 작품이다. 인물도 귀엽게 살아있고 흐름이 자연스럽다. 저학년 동화로서 두루 무난하다. 심사위원들의 뜻이 이 작품에 대상을 주는 걸로 모아졌다.

우리 저학년 동화의 가장 큰 문제는 전반적으로 ‘만든’ 작품, 즉 교훈주의나 지식전수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작품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들이 교훈이나 지식전수가 부족해서 문제인가? 오히려 그것이 차고 넘쳐서 아이들을 질식시키기 때문에 문제인 게 아닌가? 차고 넘치는 교훈과 지식이 세상과의 경이로운 만남을 가로 막아서 삶의 의욕을 갖기 어렵게 만들어 문제인 것 아닌가?
‘만드는’ 작품은 작가 자신이 의도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창작과정에서 작가 자신에게도 경이로움을 주지 못한다. 날카로운 언어감각과 삶에 대한 치열한 탐구가 맞물릴 때 어느 순간 작가가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 작품에 쏟아져 들어가고 작품은 작가의 의도를 벗어난다. 작가가 느끼는 경이로움의 순간이며 작품이 만드는 것을 넘어서는 순간이다. 작가가 경이로움을 경험하지 못한 작품이 읽는 이에게 경이를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저학년 동화라고 해서 만드는 것으로 족한 게 아니다. 세계와 처음 만나는 어린 아이들에게야 말로 문학의 경이가 필요하다. 그게 없으면 아이들이 삶의 의욕을 갖기 어렵게 되고 그렇게 되면 교훈과 지식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영광이의 하루 외 2편>을 그 작품 중 저학년 어린이에게 어렵겠다 싶은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우수상으로 정했다. 작가를 격려하는 의미도 있고 ‘만드는’ 작품이 대세를 이루는 저학년 동화 풍토를 경계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김진경

다양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읽었다. 새롭고 별난 이야기들이 눈에 많이 띄어, 동화 쓰는 분들의 시선이 한결 넓어진 것 같아 무척 반가웠다.

「책 읽는 강아지 몽몽의 특별한 작전」은 책 읽기를 좋아하는 개가 무척 사랑스러워서 힘을 보태고 싶고 응원하게 만드는 캐릭터의 힘이 돋보였다. 글의 짜임새가 안정적이고 문장이 맛깔스러워 읽는 재미를 더해줬다. 다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주인공이 직접 찾아내지 못하고, 다른 강아지의 도움으로 찾아낸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영광이의 하루」 외 2편도 굉장히 인상적으로 읽었다. 단편 세 편 중 두 편에서 동생의 출생과 새의 죽음과의 관계, 신발과 죽은 영혼 그림자의 관계와 같은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었는데, 이해를 돕기 위한 세심한 장치를 고려했다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동화가 되었을 것 같다. 하지만 삶의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이들이 어린이들이기에 함께 나눌 만한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를 시도한 점은 크게 격려하고 싶다.
「에고에고 할머니와 숟가락 돼지」는 함께 살다가 숟가락이 되어버린 돼지를 구하려는 에고에고 할머니의 초지일관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읽는 동안 ‘할머니는 왜 꼭 이렇게 돼지를 구하려고 하는 거지?’ 하고 의문이 간다. 공감대가 없어서 그런 것인데, 돼지가 할머니에게 가족 같은 존재이거나, 할머니가 특별히 애완동물을 아끼는 사람이거나, 생명에 대한 특별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거나 뭔가 연결 고리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도입 부분에서 돼지와 할머니의 돈독한 관계 설정이 된 다음 이야기가 시작 되었더라면, 독자들도 돼지를 꼭 구해야만 한다는 할머니의 간절함을 응원하며 모험을 따라가게 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글의 짜임새가 안정적이고, 저학년의 글맛이 잘 살아 있어 술술 읽히는 점이 돋보였다. 또한 에고에고 할머니의 캐릭터가 따뜻하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듯한 마법 세계의 소박한 묘사도 매력이 있었다.
「별나라마트 습격 사건」은 흰 족제비가 죽었던 아버지의 환생이라고 믿고 싶을 만큼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주인공이 마음이 묵직하게 전해져 오는 작품이다. 잡힌 흰 족제비를 욕심 사나운 어른으로부터 지켜내고 야생으로 돌려보내려고 애쓰고, 마침내 성공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의젓하고 호감이 갔다. 이야기 속에 추리, 모험, 동물과의 교감 등 흥미로운 장치들이 많이 보였지만 다소 가볍게 처리한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흰 족제비에 대한 애정을 놓치지 않고 끌어내어 감동적인 마무리를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본심에 추천된 작품들 중에 우수한 작품들이 여러 편 되어 심사자들은 행복한 고심 끝에 만장일치로 「책 읽는 강아지 몽몽의 특별한 작전」을 대상작으로 결정했다. 저학년 어린이들이 읽기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동화 쓰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그 방법을 찾은 듯한 분들이 많아 반가웠다. 앞으로 저학년들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읽을거리가 많아질 것 같아 무척 기대가 된다. 아쉽게 당선되지 못한 분들의 반짝거리는 재기와 열정에도 기대와 격려를 보낸다.

공지희

‘나는 내 안에 있는 아이를 즐겁게 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다른 아이들도 조금이나마 즐겁게 하고 싶습니다.’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묻는 인터뷰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대답한 말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이 백 년을 뛰어넘어 전 세계 어린이들한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3년 비룡소 예심을 보면서 작가가 즐겁게 글을 썼을까? 그리고 나를 비롯한 우리 아이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무엇일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작품을 보았다.
한 작품 한 작품 읽을 때마다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상상을 해 보았다. 너무 익숙하고 뻔한 이야기 전개는 즐거움을 주기보다는 기운을 빠지게 하고 읽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독특한 설정과 긴장감 있는 이야기 전개, 개성 넘치는 인물과 작가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작품은 감동과 에너지를 전달해 주고 삶의 기운을 북돋아 준다. 이번 여행은 전에 비해서 새롭고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아서 더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저학년 동화여서 그런지 생활동화와 판타지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그래도 이전보다 소재나 장르가 더 다양화되었고, 발랄한 문체와 리듬감 있는 문장 등 저학년 동화다운 작품이 많아 반가웠다. 최근 저학년 동화의 성장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판타지 랜드의 자판기」는 친구들한테 불만이 많은 현호는 좋은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한다. 학교에서 판타지 랜드로 소풍을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친구를 고를 수 있는 자판기를 발견하게 된다. 현호는 재밌는 친구,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친구, 운동을 잘하는 친구, 세상에서 제일 착한 친구 등등을 원하지만 모두 마음에 차지 않는다. 쉽게 친구를 구할 수 있는 자판기 앞에서 현호는 어떤 친구를 골라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현호는 고장 난 자판기 앞에서 우연히 짝꿍 민수의 마음을 알게 된다. 민수가 원하는 친구는 오래오래 함께 있어줄 친구. 현호는 자기가 원하는 친구도 민수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좋은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하는 현호의 마음은 많은 아이들이 가장 간절히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현호는 먼저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친구만을 원하게 된다. 외동으로 태어나 주는 것 보다 받는 사랑에 더 익숙한 요즘 아이들의 단면적인 모습이 현호를 통해 잘 보여지고 있다. 친구자판기의 설정이 좀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친구에 대한 아이들의 바람이 잘 드러나 있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차츰 친구란 무엇인가에 대해 더 깊이 있게 고민해 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책 읽는 강아지 몽몽이의 특별한 작전」은 책을 싫어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주인을 둔, 책을 무지 좋아하는 강아지 몽몽이의 이야기이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강아지 몽몽이는 주인 옆에서 한글을 깨우 친 덕에 글을 읽을 줄 아는 특별한 개이다. 몽몽이는 꼭 읽고 싶은 책을 얻기 위해서, 책을 싫어하고 만날 게임만 하는 영웅이를 책을 읽혀야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몽몽이의 고민이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펼쳐져 작품을 읽는 내내 웃음이 나왔다.
본심을 보면서 「판타지 랜드의 자판기」와 「책 읽는 강아지 몽몽이의 특별한 작전」 두 작품이 같은 작가한테서 나온 작품이야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둘 중에 어느 작품이 수상작이 되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단점을 찾으라면 「판타지 랜드의 자판기」에서는 인물의 유형이 정형화되어 있고, 교훈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나 있는 점이 아쉬웠다. 반면 「책 읽는 강아지 몽몽이의 특별한 작전」은 작가가 조금 더 힘을 빼고 쓴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랑스러운 몽몽이와 삐딱한 영웅이, 개성 강한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유머러스하게 펼쳐지는데, 작품을 읽는 내내 과연 몽몽이가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어느새 몽몽이의 마음이 되어 영웅이가 어서 책을 좋아하게 되기를 간절하게 바라게 된다. 아이들이 가장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아주 조그만 심장」은 아주아주 조그만 심장을 가진 준이 이야기다. 준이는 겁이 아주 많다. 혼자 집을 지키다가 두려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공주를 구출하는 상상의 이야기로 빠져들게 된다. 준이는 냉장고에 들어있는 채소들과 함께 괴물들을 무찌르고 돌아온다. 그 뒤 준이는 자신의 심장이 조금 커진 듯한 느낌이 든다. 겁이 많은 준이의 심리가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리듬감 있는 문장, 작가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약하지만 반드시 쓸모가 있다고 말하는 상추를 데려가 준이가 공주를 위해 꽃을 만들어 주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 사랑스럽다. 꼭 강해야만 큰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상추는 가장 약하지만, 공주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잘 녹아 있다. 혼자 집을 보는 아이가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는 장면, 그리고 꿈으로 마무리되는 부분은 기존에 많이 봐왔던 익숙한 설정이다.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지만 너무 익숙한 내용이라 아쉬움이 많았다.
「영광이의 하루 외 2편」은 「영광이의 하루」,「첫 죽음」,「구두장이 할아버지와 그림자」세 편의 동화가 모인 단편집이다. 첫 번째 작품 「영광이의 하루」는 선생님은 당번인 영광이한테 반에서 가장 떠든 아이들의 이름을 적으라고 명령한다. 영광이는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아 가슴이 쿵쿵 뛴다. 영광이는 떠드는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적지만,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다시 생각을 해보니 떠드는 아이들이 나름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영광이는 아이들의 입장이 되어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친구들의 이름을 모두 적고, 다시 가위표를 하는 과정에서 영광이의 갈등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작가는 친구를 감시하고 고자질하게 하는 어른들의 잘못을 자연스럽게 일깨워 주면서 친구를 생각하는 영광이의 따뜻한 마음이 대조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하드를 먹을지 쭈쭈바를 먹을지가 가장 중요한 고민이라는 마무리 부분의 역설적인 표현도 재미있다. 세련된 문체와 작가의 뛰어난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단편 세 작품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작품이다. 두 번째 단편인「첫 죽음」은 동생이 태어나기로 한날 봉구는 저수지에 갔다가 장난으로 던진 돌에 새가 맞아 죽고 만다. 새의 죽음과 동생의 탄생.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설정이지만 이야기는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삶과 죽음, 삶도 아프지만 죽음도 아프고, 그래서 인생이 아프다는 짜장면 배달하는 형의 대사가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는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새가 맞아 죽는 것처럼 죽음은 늘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것 같다. 죽음과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깊이와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세 번째 단편 「구두장이 할아버지와 그림자」는 자신의 실수로 동생이 죽은 뒤, 말을 잃어버린 하운이 이야기다. 하운이는 구두장이 할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닌다. 동네에서 버려진 구두를 모아 열심히 수선을 하는 할아버지. 엄마 아빠는 그런 할아버지가 못마땅하다. 할아버지가 왜 구두를 열심히 수선했는지, 그 이유가 나중에 밝혀진다. 하운이의 동생 지운이의 영혼에 신발을 신겨 주고, 저승길로 떠나보내는 할아버지. 하운이는 그제야 지운이를 떠나보내고 닫혀 있던 말을 하게 된다. 죽음이라는 어려운 소재를 작가는 담담하게 잘 그리고 있다.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진한 감동이 남는다. 문장은 쉽고 간결하며, 담고 있는 의미는 깊이가 있다. 긴장감을 잃지 않으면서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작가의 뛰어난 역량이 돋보인다. 작가가「첫 죽음」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세 번째 작품인 「구두장이 할아버지와 그림자」에서 이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단편 한 작품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하기는 어렵다. 좋은 장편 보다는 좋은 단편을 만나기 어려운 이유이다.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었을 때 또 다른 광경이 펼쳐지는 것처럼, 여러 개의 단편이 모였을 때 퍼즐을 맞춘 것처럼 전체 그림이 완성 된다. 비로소 작가의 작품 세계가 확장되어 보여지는데, 단편집을 읽는 재미가 여기에 있다. 저학년 아이들이 이해하기에 어려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아이들이 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충분히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는 심사를 보는 위치에서 독자의 위치로 자리가 바뀌어 버린다. 「영광이의 하루」를 보면서 기꺼이 열렬 독자가 되기로 했다. 이 작가의 이야기 창고에 쌓여 있을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늑대가 꿀꺽!」은 분홍색을 좋아하는 서준희의 이야기로, 서준희는 원래 남자아이지만 아이들 사이에서 분홍 공주라는 놀림을 받는다. 서준희는 집에 가다가 늑대를 만나게 된다. 늑대는 서준희를 삼켜 버린다. 여자아이를 백 명 잡아먹으면 여자가 될 수 있다는 늑대. 늑대도 서준희가 여자인 줄 알고 깜빡 속은 것이다. 늑대의 뱃속에 들어간 서준희는 그곳에서 전에 늑대한테 먹힌 흰둥이와 여자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분홍 공주 남자아이인 서준희. 암컷이지만 핀을 꽂아주는 걸 무지 싫어하는 흰둥이, 그리고 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늑대 등등 조금은 황당하고 엉뚱한 인물들이 개성 있게 잘 살아있다. 그러나 늑대 뱃속에서 여행하게 되는 장면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늑대 뱃속에서는 점점 몸이 작아진다는 이야기가 좀 더 앞에 나오면 어땠을까? 그 부분이 좀 더 설득력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소 엉뚱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별나라 마트 습격사건」은 어느 날 가게에 나타난 족제비를 보며 죽은 아빠가 환생했다고 믿는 한별이 이야기다. 죽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해하는 한별이의 심리가 과장이나 비약 없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족제비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이 추리 형식으로 긴장감 있고 흥미롭게 펼쳐지는데, 작가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무겁지 않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울림을 전해 주는데,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앞부분에 비해 뒷부분의 서사가 빈약하다는 점이 아쉽다. 족제비의 정체를 알아가는 과정이 긴장감 있게 진형 되는 반면, 족제비의 정체를 알고 난 뒤부터는 긴장감이 없이 흘러가다가 급하게 끝을 맺는다. 주인공 한별이를 빼고는 기억에 남는 인물이 없는 것도 아쉽다. 작가의 좀 더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겠다.

‘단 한 사람의 어두운 어린 시절을 밝힐 수만 있어도 나는 만족합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남긴 말처럼 이번에 수상을 한 작품들이 빨리 세상에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더 많은 아이들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리리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를 쓰는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그들의 눈과 귀에 잘 닿는 문장을 쓰는 것이다. 관찰이나 취재만으로 이루어내기 힘든 치열한 습작의 결과물이 유년 동화의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기대를 뛰어넘을 만큼 안정적이고 힘있는 유년 동화의 문장을 구사하는 작품이 여러 편이어서 반가웠다. 본심에서는 문장의 리듬감과 호흡만으로도 이야기의 힘을 한층 끌어올리는 작품을 볼 수 있었는데 동화의 처음이 구전문학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작품을 쓴 작가는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자산을 갖추었다는 뜻이 될 것이다. 이번 응모작 중에는 문장 외에도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이나 맺음이 명쾌해서 수준작으로 꼽을만한 작품이 많아 즐거운 고민이 있었다.

대상 수상작인 「책 읽는 강아지 몽몽의 특별한 작전」은 무엇보다 완성도가 높다. 강아지의 관점이 생생하게 살아있으며 섣부르게 다른 외부 인물을 개입시키지 않고도 동물 주인공의 힘만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책에 빠져드는 경험’ 자체가 귀해지는 요즘 어린이들의 현실을 이야기 밑으로 재치 있게 숨겨두고 호기심 많은 강아지의 간절함에 공감하게 만든다. 책에 대한 호감은 보너스일 듯.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사랑스러운 수작이다.
논의 끝에 우수상으로 결정된 「영광이의 하루」는 유년동화의 독자 가운데 비교적 높은 연령대가 공감할 만한 작품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속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어떻게든 그 둘을 일치시키고 싶어 하는 어린이의 감정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재미있는’, ‘유쾌한’, ‘신기한’ 것만이 유년 동화의 영역이라고 여겼다면 이 작품을 통해서 뒤돌아보게 될 것이다. 가벼운 판타지에 몰두하는 유년 동화의 최근 경향에 일침을 가하는 사실적이고 묵직한 접근이 돋보였다. 작가에게 큰 기대와 응원을 보낸다.
「불량이를 찾습니다」는 로봇이 흔한 세상에서 살아있는 동물이 오히려 불량으로 취급되는 세계를 상상하여 쓴 작품이다. 작은 생명에 대한 어린이의 따뜻한 시선을 잘 포착한 점이 돋보였고 이야기의 초반 전개가 흥미로웠으나 중반 이후 급격하게 전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 결말이 무기력해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물음표 고양이」는 아이디어의 아름다움을 구성이 넘어서지 못하는 점이 안타까웠던 작품이다. 고양이들이 물음표를 찾아다니기 때문에 아이들 주변에 모여든다는 설정이 신선했다는 점에는 심사위원이 모두 공감했다. 그러나 A-B-C로 이어지는 연작 이야기의 경우 각 에피소드를 넘어서는 전체적 통일성과 긴장의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하면 자칫 지루한 짜임새가 되어버릴 수 있다. 에피소드 내부의 사건을 좀 더 생동감 있게 구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에고에고 할머니와 숟가락 돼지」의 유려한 문체와 서사의 리듬감이라든가 「호야와 고릴라 아저씨」의 세상을 향한 진정성 있는 시선은 놓치기 아까운 것이었다. 엄마의 애인이었던 소방관과 아이들 사이에 좀 더 박진감 넘치는 사건이 전개되었더라면 더욱 동화에 걸맞은 맥박을 지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별나라 마트 습격 사건」은 대상 독자의 연령대 등 몇 가지 문제를 고려하여 수상작에 올리지는 못했지만 아버지의 환생을 둘러싼 독특한 서정성이 느껴져서 감동을 받았던 작품이다.

수상자 여러분께 진심을 담은 축하의 마음을 올린다. 그리고 비록 수상의 영광을 안지는 못했지만 이 순간도 어린이를 위한 글에 열정을 갖고 몰두하시는 모든 응모자 여러분께 그보다 더 큰 응원을 전한다. 교묘한 거짓말이 버젓이 행세하는 세상에서 ‘거짓말로 엮은 진실’을 어린이에게 들려주기 위해 펜을 드는 모든 손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손이라고 생각한다. 깊이 감사드린다.

김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