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책읽기가 좋아」 시리즈로 그림책에서 본격적인 읽기책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사랑을 받아온 비룡소가 저학년을 위한 동화를 공모하기 위해 시작하는 새로운 문학상입니다. |
당선작
심사위원: 강정연(동화작가), 김리리(동화작가), 유은실(동화작가)
본상: 상패
부상: 우수상 각 500만 원(선인세)
심사 경위
저학년 동화의 지평을 넓히고 참신하고 재능 있는 작가의 발굴을 위해 비룡소에서 제정한 비룡소 문학상의 10회 수상작이 결정되었습니다.
지난 6월 30일 원고를 최종 마감한 제10회 비룡소 문학상에는 옛이야기, 의인화동화, 생활동화, 판타지, SF 등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담은 저학년 동화 총 225편의 응모작이 접수되었습니다.
본심작
- 「깊은 밤 필통 안에서」
- 「우는 용」
- 「방구 히어로, 구리맨!」
- 「깊은 산속 옹달샘」 외 2편
- 「악어 아빠」
- 「내 이름은 준입니다」
- 「부풀어 용기 껌」
- 「오늘 로로는」
- 「타조의 초록 망토」 외 1편
심사위원으로는 강정연, 김리리, 유은실 님을 위촉하여 심사하였고, 예심 결과 총 9편을 본심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심사위원 세 분이 지난 8월 18일 본사에 모여 논의한 결과, 길상효의 「깊은 밤 필통 안에서」, 소연의 「악어 아빠」를 우수작으로 결정했습니다.
심사평
코로나 팬데믹이 언택트 시대를 열었다. 아이들은 전쟁통에서도 논다고 했다. 분명히 맞는 말이다. 학교도 못 가고 친구들도 자유롭게 못 만나는 아이들을 보며 어른들은 안타까워하지만, 정작 어린이들은 기어코 놀이를 찾아내 즐기고 있다. 문학의 첫 번째 존재의 이유가 즐거움이라고 할때, 언택트 놀이의 대표 주자는 단연 독서일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작가들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이야기들이 위로가 되어,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더욱 찬란하게 빛나야 할 때가 아닐까. 그 한가운데에서 비룡소 문학상의 응모작들을 만났다.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하고 뛰어놀 수 있는 신나는 놀이터를 발견하길 기대하며.
「우는 용」은 이야기 전반에 걸친 의미가 묵직하고 깊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그러나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묘사와 전개가 과연 주 독자층인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어떤 공감을 일으킬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내 이름은 준입니다」는 「프란츠 이야기」와 「꼬마 니콜라」를 떠올리게 하는 주인공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문장과 표현이 어색하고, 설득력 없는 억지스러운 상황이 큰 걸림돌이었다.
「오늘 로로는」은 일하는 엄마와 1학년이 된 아이의 이야기다. 두 인물의 고단함이 와 닿아 짠한 감동이 느껴졌다. 하지만 수많은 상상들이 나열되는 데 그치고, 이야기가 다소 식상하고 유아적으로 느껴졌다.
「방구 히어로, 구리맨!」은 흥미로운 상상과 소재가 장점이었으나 작가의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가 충분히 발현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정으로 인해 이야기에 몰입하기 힘들었다.
「부풀어 용기 껌」과 「타조의 초록 망토」는 신통 물건이 나오는 이야기다. 신비한 힘을 가진 껌을 씹어 용기를 얻고, 신비한 힘을 가진 망토를 입고 문제를 해결한다. 두 편 모두 전체적으로 안정감 있는 작품이었으나 뻔한 스토리 전개가 매력적이지 못했다. 신통 물건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끊임없이 변주되었고 변주될 소재이기에, 그 소재를 담는 그릇이 참신하지 못하면 식상하고 뻔한 이야기로 전락하기 쉽다.
「악어 아빠」는 부모들이 동물로 변하는 사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 어울리는 이야기가 언뜻 개연성이 없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곳곳에 놓인 유머와 흥미로운 상황들이 이야기를 끝까지 읽게 만든다. 하지만 동물로 변한 부모의 역할과 사건이 진행되는 방식이 매우 수동적이고, 이야기 확장이 덜 된 것 같아 아쉬웠다.
「깊은 밤 필통 안에서」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의인 동화이다. 필통 속에 들어 있는 연필과 지우개 들이 서로 고민을 나누고 격려하며 재잘재잘 수다를 떤다. 그 수다들이 어찌나 따뜻하고 착하고 사랑스러운지 읽는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대상 독자층을 규정하기가 모호한 동화들이 많은 요즘, 오랜만에 만나는 유년동화다운 동화였다. 다만, 다소 낡은 느낌의 감수성이 단점이었다.
위 내용처럼 본심에서 언급된 작품들이 모두 저마다의 장점을 가지고 있었으나 단점 또한 뚜렷했기 때문에 아쉽게도 이번 응모작들 가운데에서는 수상작을 선정하기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은 밤 필통 안에서」와 「악어 아빠」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크고, 아이들이 즐겁게 읽을 법한 작품이라는 의견이 모아져 우수작으로 선정하였다. 부디 이 두 편의 이야기가 마음껏 뛰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신나는 놀이터가 되길 바란다.
강정연(동화작가)
최근 몇 년간 우리 아동문학사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저학년 동화의 약진이 아닐까 싶다. 각종 온라인과 오프라인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봐도, 저학년 동화는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저학년 동화로 꾸준히 사랑받으며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한 기성 작가의 활동에 더해, 기발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신인 작가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우리 아동문학사에서 저학년 동화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동안 훌륭한 신인 작가를 배출하는 데에는 비룡소 문학상의 기여가 컸다고 생각된다.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은 재미와 문학성을 두루 갖추고 독자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작가들의 열정은 계속 이어져, 올해는 225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대부분의 작품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러 있어서 심사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 마법 가게 등 비슷한 소재가 자주 쓰이고,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주제가 모호해 아쉬운 작품도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저학년 동화의 장점을 두루 갖춘 눈에 띄는 작품들이 있어 반가웠다.「우는 용」
자전거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아이가 주인공. 아이의 영혼은 집으로 와서 엄마가 선물해 준 범종 ‘포뢰’를 만난다. 용의 아들 포뢰는 죽음에 직면한 아이가 엄마와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이의 영혼과 용의 아들 포뢰와의 만남은 신비롭고, 아이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뒤로 갈수록 긴장감 있게 읽힌다. 죽음을 앞두고 아이가 엄마와 이별하는 무거운 주제를 작가는 따뜻하고 섬세한 문체로 담담하게 풀어 내고 있다. 읽고 나면 오랫동안 가슴이 먹먹해지는 작품으로 작가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러나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가야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으로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비록 수상작에 들지는 못했지만 고학년 작품으로 완성되어 꼭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다.「깊은 산속 옹달샘」 외 2편
옛이야기나 우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소재를 잘 변용하여 쓴 작품이다. 각각의 단편에서는 결핍이 있는 아이들의 고민이 담겨 있다.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키가 작아 놀림받던 토리는 깊은 산속 옹달샘을 먹고 키가 커지고, 「느린 아이」에서 행동이 느려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천이는 거북이의 도움으로 그림을 완성한다. 「신 우렁 각시」에서 바쁜 엄마 아빠 때문에 늘 혼자 집에 있는 민우는 우렁 각시의 도움으로 외로움을 극복한다. 옛이야기와 우화에서 소재와 인물을 가져와 현실 속 아이들의 고민과 결부시켜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만들어 낸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 특히 「신 우렁 각시」에서 민우네 집에 찾아온 우렁 각시는 옛이야기 속 우렁 각시와는 달리 모든 게 엉터리다. 결국, 민우가 우렁 각시를 가르치게 되는데, 답답해하면서도 열심히 우렁 각시를 가르치는 민우의 모습이 유머러스하고 사랑스럽다. 백일이 지나고 우렁 각시를 다시 만나게 되는 마지막 반전도 재미있다. 아이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비록 수상작에 들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에게 위안을 주는 동화이다.「방구 히어로, 구리맨!」
시도 때도 없이 방귀를 뀌고, 팬티에 자주 실례를 해서 할 수 없이 기저귀를 차고 다녀야 하는 지훈이는 어느 날 자신의 초능력을 알게 된다. 구리맨은 이빨 몬스터와 힘을 합쳐 구구 마녀를 물리치고 수아를 구해 내기도 하고, 구렁맨으로부터 할머니를 지켜 내기도 한다. 이야기가 재미있고, 통쾌하다. 방귀와 똥 냄새로 적을 물리치는 구리맨, 친구들한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이빨 몬스터, 더 높은 곳으로 올라야 한다고 성공을 부추기는 구구 마녀 등 캐릭터가 재미있고 유머러스하다. 문장이 간결하고 속도감 있게 읽히는 것도 이 작품의 장점이다. 익숙한 소재와 과장된 설정이 재미는 있지만, 만화적인 느낌이 강해서 수상작에 들지는 못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날려 주고, 즐거움을 선사해 줄 수 있는 작품이다.「타조의 초록 망토」 외 1편
「타조의 초록 망토」에서는 부끄러움이 많아서 용감해지고 싶은 아이, 「마법 가루를 찾아라」에서는 편식하는 아이가 주인공이다. 작가는 용감해지고 싶고, 맛있는 음식만 먹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욕망을 초록 망토와 신비로운 마법 가루로 해소해 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문장이 술술 잘 읽히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고민한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러나 각각의 에피소드가 평이하고, 마법 가게나 용기를 주는 망토와 같은 소재는 기존 작품에서 자주 쓰여서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엄마가 올이 풀린 망토를 이어 주거나, 아빠가 맛있는 음식을 해서 시우가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 주는 부분도 아쉬웠다. 주인공의 고민을 엄마 아빠가 개입해서 해결해 주다 보니 갈등이 너무 쉽게 해결되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가 상상력을 더 많이 발휘하고,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푼다면 더 재미있고 긴장감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내 이름은 준입니다」
주인공 준이는 삼촌의 연애를 도와주고, 처음으로 심부름을 하고, 아빠가 놓고 간 서류 봉투를 회사에 가져다준다. 유치원에서 초등학생이 되면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준이의 성장 이야기이다. 준이를 비롯해 삼촌, 엄마, 아빠 등 등장인물이 모두 나름의 개성이 있고, 대화가 유머러스하다. 문장이 감각적이고, 술술 잘 읽히는 것도 이 작품의 장점이다. 그러나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유치원생인 준이가 너무 조숙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어린 준이가 오히려 어른을 걱정하고 도와주는 모습이 기특하고 사랑스럽겠지만, 그 모습이 아이들의 진짜 모습일까? 어른들이 원하는 역할을 준이가 충실히 따르며, 어른의 욕망을 대변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고, 어른들 문제에 개입해서 대신 해결하는 아이들은 어른을 위한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 자주 등장한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쓸 때에는 어른이 아닌, 아이의 욕망에 주목해야 한다. 아마도 작가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아이의 욕망에 관심을 가졌다면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이야기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되다 보니 7,8세 아이가 쓰기에 어색하거나 거슬리는 표현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삼촌의 여자 친구를 ‘유아교육과 소개팅녀’라고 부른다든지, 엄마의 요구로 온 가족이 엄마를 ‘미뇽’이라고 부르게 된 계기를 설명하는 내용 등이 걸리는 부분이었다. 앞으로 어떤 동화를 쓰고 싶은지, 작가가 좀 더 고민해 본다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깊은 밤 필통 안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연필과 지우개를 의인화한 작품으로 소란스러운 교실 안 풍경이 주인공 담이의 작은 필통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 늦잠꾸러기 물방울 연필을 비롯한 돌고래 연필, 딸기 연필, 무지개 연필 등 개성 넘치고 톡톡 튀는 주인공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일기 쓰기, 동시 쓰기, 구구단 외우기 등 공부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고민을 의인화된 주인공들이 생생하게 전달한다. 서로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며 담이의 성장을 응원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소재가 너무 익숙해서 대상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작품에 담긴 아이들의 심리가 섬세하고, 아이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게 될 작품이라 기대된다.「악어 아빠」
바쁜 엄마를 대신해서 육아휴직을 낸 아빠는 점점 잔소리가 많아지고 아이들을 억압한다. 어느 날 악어로 변한 아빠. 곳곳에서 엄마 아빠가 동물로 변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악어로 변한 아빠는 하품할 때마다 덩치가 더 커진다. 그러나 악어 아빠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아빠가 악어로 변신하자 윤찬이와 윤이는 그동안 못 먹었던 피자도 실컷 먹고, 마트에 가서 사고 싶은 물건도 실컷 사고, 아빠와 공원에도 가서 신나게 물장구도 치며 논다. 이미 공원에는 동물로 변한 엄마 아빠와 함께 놀러 온 아이들로 가득하다. 엄마 아빠 들은 동물로 변신하고 나서야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데, 사실은 그들도 사회에서 요구하는 억압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이 작품에서 변신의 의미는 사회의 억압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고, 자연 그대로의 인간성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아이와 부모 모두 억압된 욕망을 통쾌하게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작품으로, 작가는 변신을 통해 자유로워지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행복해지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마음껏 충족시켜 주고 있다.
아이들은 악어가 된 아빠가 마트에서 사고를 치지 못하게 양손을 꼭 잡고 걷고, 사고를 친 아빠를 대신해서 사과를 하기도 한다. 어른과 아이의 상황을 뒤집어 놓은 작가의 유머와 재치가 돋보인다. 작가의 능청스러운 입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체, 현실 남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 같은 윤찬이와 윤이, 악어가 된 뒤에도 아이들을 걱정하는 아빠 등 주인공 모두 개성 넘치고, 사랑스럽다. 함께 본심에 오른 작품들 모두 각각의 장점이 있어서 심사위원들 사이에 이견을 좁히기 어려웠다. 비록 대상이 되지는 못했지만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동화가 될 거라 생각된다.사람들 간에 배려와 위안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기이다. 앞으로 좋은 동화가 더 많이 나와서 어른과 어린이 모두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고, 따뜻한 위안이 되어 주길 간절히 바란다.
김리리(동화작가)
제10회 비룡소 문학상은 어느 해보다 응모작이 많았다. 대부분 유년동화라는 장르를 잘 이해하고 있었고, 좋은 작품으로 어린 독자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열정과 고민이 느껴졌다. 좀 더 많은 장점을 가진 작품을 본심에 올렸지만, 예심에서 본 작품 대부분이 저마다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다양한 개성과 새로운 시도를 보여 주는 작품을 읽는 일이 반가웠다. 고립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린 독자들을 생각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분투한 모두를 응원하고 싶다.
「우는 용」은 작가에게 ‘서정성 있는 동화 서사력’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주인공 수완은 어느 날 엄마가 생일 선물로 준 골동품 범종에 장식된 용의 아들과 말을 하게 된다. 용의 아들 ‘포뢰’는 수완에게 “넌 지금 사라지고 있어.”라고 말한다. 잔잔하고 울림이 있는 문장으로 죽음을 향해 가는 아이의 마음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하지만 유년동화의 범주에 넣기에는, 어휘와 구성의 난이도가 높았다. 유년동화의 세계를 벗어난 아이들이 읽기에 적합한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방구 히어로, 구리맨!」은 장이 불편한 아이의 ‘증상’을 ‘영웅의 면모’로 뒤집은 이야기였다. 경쾌하게 유년동화를 끌고 가는 힘을 느낄 수 있는, 가독성 있는 작품이었다. 화자가 누구인지 불필요하게 모호한 면이 아쉬웠다. 작품 말미에서 할머니와 아빠가 ‘구리맨’의 정체를 안다는 것을 독자들이 선명하게 느낄 수 있게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부풀어 용기 껌」의 주인공 이름은 용기다. 친구에게 ‘밥그릇’이라고 놀림을 받는, 용기가 부족한 아이로, 야구 선수 ‘설안타’를 따라 매일 껌을 씹는다. 어느 날 단골 슈퍼에서 ‘껌을 씹으면 용기가 불끈, 용기 껌’을 발견하고 입에 넣는다. 그리고 그 껌이 주는 놀라운 용기와 함께 일어나는 인물들의 변화가 펼쳐진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적절한 호흡, 문단 구성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야구 선수 이름이 ‘설안타’, 주인공 이름은 ‘용기’인 게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작품이 지나치게 단정해서 경직된 느낌을 주는 것도 안타까웠다. 작가가 긴장을 풀고, 좀 더 자유롭게 작품 세계를 펼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조의 초록 망토」는 ‘타조’라고 놀림 받는 ‘태조’의 이야기다. 태조가 놀라운 ‘초록 망토’를 가지면서 겪는 일로 서사가 진행된다. 함께 응모된 작품 「마법 가루를 찾아라!」의 주인공 시우는 어느 날 ‘특별한 마법 가루’를 갖게 된다. ‘모든 음식에 다 뿌려도’ 되는 ‘특별한 맛이 된다’는 가루를 뿌려 먹으면서 생기는 일로 작품이 펼쳐진다. 두 편 모두 잔잔하고 따뜻했다. 하지만 섬세한 서술과 신선함이 부족한 게 아쉬웠다. 각각의 작품이 한 권의 무게를 가진 작품으로, 조금 더 섬세하게 개성적으로 재탄생하면 좋을 것 같다.
「악어 아빠」는 “오늘도 곳곳에서 아빠 엄마 들이 동물로 변하는 원인 모를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라는 뉴스속보로 시작된다. 육아휴직을 내고 ‘소파에 누워서 입을 쩍 벌리며 하품할 때마다’ 악어 같았던 윤찬이 아빠는, 엄마가 해외출장을 간 사이에 악어로 변해 버린다. 아빠는 윤찬이와 동생의 소원대로 잔소리를 못 하게 되었지만, 동생은 겁이 나서 울어 버린다. 하지만 곧 남매는 해방의 시간을 맞는다. 잔소리꾼에서 악어로 변한 아빠는 아이들이 배달음식을 먹고, 마트에서 초콜릿과 장난감을 잔뜩 사는 것도 말리지 못한다. 동물로 변한 아빠와의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풀어 낸, 군더더기 없는 유년동화다.
「깊은 밤 필통 안에서」는 ‘담이의 필통’ 속에 사는 여러 연필과 지우개를 의인화한 작품이다. 인물들은 담이가 겪는 어려움을 대변하기도 하고, “형편없는 일기를 쓰는 동안 담이에게 잘근잘근 씹혔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연필들이 컴퍼스에 들어갔던 일을 “너무너무 재밌었어. 힘들었는데, 또 하고 싶어!” 하는 부분에선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담담하고 간결한 문체, 따뜻한 시선이 강점인 작품이다.
본심에 오른 작품 중 최종적으로 「악어 아빠」와 「깊은 밤 필통 안에서」를 두고 논의한 끝에, 두 작품 모두를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두 작품 모두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 한편을 대상작으로 선정하기에는 참신함이 아쉽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당선자들에게 축하를 전하며, 좋은 작품을 보여 준 응모자들의 건투를 빈다.
유은실(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