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심리 여행: 아이의 행복을 열어 주는 독서 교육,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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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매일 아침 책 보따리를 들고 초등학교 정문을 들어섭니다. 자녀 독서 교육을 주제로 학부모 대상 강연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상담사가 왜 독서 교육을 하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문학치료사들은 내담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데 필요한 책들을 두루 알아야 하므로 많은 책을 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직업이라는 이유를 떠나 스스로 독서를 즐긴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특별한 주제가 있는 책, 상담에 활용할 만한 책을 만날 때면 숨어 있는 보석을 찾은 것처럼 반갑습니다. 그리고 문학치료사의 관점에서 심리 건강에 도움이 되는 독서 교육 노하우를 쌓게 됩니다.
독서 교육 강의가 끝나면 많은 질문들이 쏟아집니다. 엄마들은 자신의 독서 교육 방법이 적절한지, 혹시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섬세한 부분까지 질문하며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현상이 무척 반갑습니다. 한편으로는 대부분의 질문들이 독서의 본질보다는 지엽적인 내용을 다룬다는 점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질문이 가볍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엄마들이 자신만의 독서 교육관을 정립한 후 그에 필요한 공부를 하고 구체적인 방법들을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실천해 나간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궁금증들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달에는 아이에게 평생의 밑천을 마련해 주는 독서 교육의 비밀을 공개해 볼까 합니다. 지식과 감동의 기능을 통해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독서, 궁극적으로는 아이의 행복을 열어 주는 독서 교육을 어떻게 하면 좋은지에 대해 그동안 부모 교육을 할 때마다 자주 받은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함께 제시하겠습니다.


· 독서 교육의 첫 번째 걸음 : 엄마만의 독서 교육관을 세우세요!
강의를 할 때마다 먼저 엄마들께 물어봅니다. 어떤 독서 교육관으로 아이와 소통하십니까? 쉽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지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잠깐 해 보겠습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부모님은 큰마음 먹고 컬러판 세계 명작 동화 전집 한 세트를 제게 사 주셨지요. 표지에 ‘세계 명작 동화 전집’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서양의 옛 이야기 그림책입니다. 지금 책들에 비하면 표지 그림이나 편집, 컬러가 촌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그런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처음으로 가져 본 컬러 그림책이 얼마나 신기하고 소중했던지 읽고 또 읽고 정성껏 읽었습니다. 나중에는 이야기를 외울 정도였지요. 인상적인 올림머리와 어깨 소매가 잔뜩 부풀려진 드레스, 갸름한 신데렐라의 얼굴은 아직도 제 기억 속에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제 유년 시절을 행복하게 해 준 판타지였습니다.

그림책을 볼 때마다 어릴 적에 느꼈던 감동을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그때의 감동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야만 책을 대하는 저의 진심이 상담을 받으러 온 내담자들에게 전해질 테니까요. 지금 한창 자녀 독서 교육에 정성을 쏟고 있는 엄마들도 이같은 마음으로 독서 교육을 한다면 아이가 더욱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른 아이들과 내 아이의 독서 수준을 비교하면서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게 될 테고 경쟁하듯 책을 사는 일도 없을 테지요.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 강조하는 독서 교육 첫 걸음은 엄마와 아이 모두의 즐거움과 행복을 목적으로 하는 독서 교육관을 세우는 것입니다.

▼ 독서의 즐거움과 가치를 보여 주는 그림책

『아름다운 책』

『아름다운 책』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

 

 

 

 

 

 

 

 

 

 

 

 

 

 

 


· 독서 교육의 두 번째 걸음 : 공부하는 엄마가 되세요!

독서 교육에 관한 엄마들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늘 덧붙이는 말이 있습니다. 권장 독서 목록에 의존하거나 전문가들의 코칭 방법을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 엄마가 독서 교육에 관한 이론서를 정독하고 양질의 독서신문을 정기 구독해서 공부해야 한다고 말이지요. 독서 교육에 이상향은 있지만 정답은 없기 때문입니다. 독서 교육 전문가들마다 견해의 차이가 있고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신간이 쏟아져 나오는데 언제까지나 권장 도서 목록과 전문가들에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유아·아동 발달과 독서 교육의 이해, 어린이책에 관한 배경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책을 두세 권가량 정독합니다. 그다음 이론들을 바탕으로 아이에게 맞는 책을 골라 같이 읽으며 아이와 소통하다 보면 시행착오도 몇 차례 거치게 되고 점차 내 아이한테 맞는 독서 교육 모델이 만들어집니다. 물론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실천한다면 아이를 위한 공부가 되었을 뿐 아니라, 결국 자신을 위한 공부가 되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공부를 하면서 생긴 엄마의 자신감과 행복감은 자녀에게 긍정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고 가족의 행복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 어린이책을 보는 안목을 넓혀 주는 이론서

최윤정의 『그림책』

최윤정의 『그림책』

가와이 하야오의 『어린이책을 읽는다』

가와이 하야오의 『어린이책을 읽는다』

 

 

 

 

 

 

 

 

 

 

 

 

 

 

 

 

 


· 독서 교육의 세 번째 걸음 : 꾸준히 실천하는 엄마가 되세요!

전문가들이나 이론서를 통해 아무리 좋은 독서 교육 방법을 배웠다 해도 생활 속에서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몇 번 적용해 보지만 아이의 반응이 시큰둥해서 금방 포기해 버리기도 합니다. 작은 버릇 하나를 고치는데도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반년 정도는 도전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좋은 습관으로 굳힐 만한 독서 교육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는 책이 얼마나 신비롭고 정교한 창작물인가를 알게 하는 것입니다. 제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독서 교육 강의를 하거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면 반드시 책의 구성 요소부터 이야기합니다. 특색 있는 책을 실물로 보여 주면서 앞표지부터 책 모서리, 면지, 속표지, 출판 정보, 본문, 뒤표지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각각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줍니다. 아이들은 ‘아! 저런 의미가 있었구나.’ 하는 표정으로 귀를 기울이지요.

책 한 권이 세상에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이 들어갔는지도 알려 줍니다. 이때는 파주출판단지에서 찍어 온 종이 롤 사진이나 아이들에게 친숙한 출판사의 건물 사진, 그림책 원화 전시회 사진 등 시청각 매체를 주로 활용합니다. 이렇게 설명과 사진으로 책에 담긴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은 아이들이 책을 귀하게 여기는 태도로 이어지더군요.

두 번째는 아이의 마음속에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 주는 독서 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한 권의 책을 보고 나서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몇 권 더 보게 하면 작품 세계를 분석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지는데, 작가의 생애와 책의 탄생 배경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집니다. 책 속의 내용만 보고 마는 독서 행위가 아니라, 책을 둘러싼 모든 것에 관한 읽기가 가능해집니다.

세 번째는 가족이 같은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한 권의 책을 정해 일정한 기간 동안 각자 읽고 토론회를 열어 책 이야기를 나눕니다. 책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을 이야기하거나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한 페이지만 놓고도 토론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구에서 가장 독한 동물들』(비룡소)을 선택해서 읽었다면 33페이지 내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해 본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지구에서 가장 독한 동물들』

『지구에서 가장 독한 동물들』33페이지

“거미는 굶는 일이라면 파충류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170여 년 전에 영국의 박물학자 존 블렉웰이 밝혀냈다. 존 블렉웰은 1829년 10월 15일에 거미 한 마리를 유리병에 넣고 먹이는커녕 물 한 방울 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 거미는 1831년 4월 30일까지 일 년 반이 넘는 기간을 살았다.”
‘박물학자라는 이유로 죄 없는 곤충을 잡아다 이렇게 잔인한 실험을 해도 되는가?’를 토론의 주제로 삼을 수 있겠지요. 특정한 장면, 얘기할 거리가 많은 장면을 선택해서 토론이 익숙해지도록 한 다음에 점차 책 전체 내용을 아우르는 토론으로 확장시켜 나가면 아이들이 독서 토론을 자연스럽게 여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 나갈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부모가 늘 책을 가까이 하고 책 읽을 때 진심으로 행복해 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 주는 것이지요. 아빠 엄마가 솔선수범해서 독서하는 모습이 책 읽으라는 백 번의 잔소리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림책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비룡소)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입니다. 1930년대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학교나 도서관이 없는 에펠레치아 산맥 켄터키 지방에 책을 전해 주는 정책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사람이 직접 말이나 노새에 책을 싣고 고원 지대 곳곳을 방문에 책을 전해 주도록 했지요. ‘말을 타고 책을 나르는 사서들’이라 불린 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책을 전해 주었습니다. 학교가 없는 고산 지대에 사는 칼은 아빠를 도와 쟁기질을 하고 길 잃은 양을 데려 올 줄 아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아이입니다. 책 따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칼네 집에도 ‘책 아주머니’가 찾아와 책을 전해 줍니다. 칼의 눈에는 여동생 라크가 코를 박고 하루 종일 책을 보고 있는 모습이 한심해 보입니다. 칼은 책 아주머니가 아무리 재미있는 책을 말에 싣고 와도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깁니다.
책에 관심 없던 칼을 변화시킨 힘은 바로 책 아주머니의 강한 책임감이었습니다.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치던 날, 칼은 생각합니다. ‘설마 이런 날에도 책 아주머니가 올까?’ 칼의 예상과 달리 책 아주머니는 어김없이 왔습니다. 찬바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창문 틈으로 책을 넣어 주고 가지요. 칼은 한 대 맞은 듯 멍한 기분입니다. ‘도대체 저 책에 무엇이 들어 있기에 이런 날씨에 목숨을 걸고 우리에게 책을 가져다주는 걸까?’ 하고요. 한마디로 책 아주머니의 용기와 책임감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칼은 책이 담고 있는 내용들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라크에게 글자를 배워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책 아주머니가 칼에게 꿈을 심어 주었습니다.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책에 담겨 전해진 것이지요.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처럼 독서 교육을 맡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잔소리나 설교를 하기보다 책을 대하는 태도에서 진정성이 드러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마음은 언젠가 아이들에게 전해지고 아이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킵니다. 나아가 꿈을 가진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d_img4글 : 김은아 (마음문학치료연구소 소장, 행복한그림동화책연구소소장)
대학에서 국어 국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아동가족상담과 문학치료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행복한 그림동화책 연구소와 마음문학치료 연구소를 운영하며 대학에서 아동상담과 아동문학, 부모교육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책 기획자, 특별 기고가로서 어린이책의 매력을 전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으로 마음 나눔을 실천하고자 행복한 도서관 만들기 운동과 다문화 가정 그림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