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심리 여행: 습관적으로 거짓말 하는 아이, 왜 그럴까요?

top_img_09_2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합니다. 의도적이든, 습관적이든, 선의의 뜻에서든 하루에 한두 번의 거짓말은 하는 것 같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부모는 없겠지요? 그런데도 아이의 거짓말은 걱정이 됩니다. 한두 번의 거짓말은 용서되지만 그 횟수가 잦거나 습관적일 때는 당연히 부모로서 아이의 도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고 때로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아이가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고 묻는 엄마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상담을 받자니 아이니까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혹여 거짓말 하는 행동이 습관으로 굳어지면 어쩌나 싶은 걱정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고 합니다. 이달에는 습관적으로 거짓말 하는 아이의 사례를 통해 어떤 식으로 거짓말을 받아들여야 하고 이에 대처해야 하는지를 안내하겠습니다.

아이가 황당한 거짓말을 자꾸 해요
일곱 살인 영민이(가명)는 황당한 말을 자주 늘어놓아 아빠, 엄마를 당혹스럽게 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나는 티라노사우루스랑 싸워서 이겼어.” “나는 마술을 부릴 수 있어. 너는 못하지?” “산타할아버지가 이만큼 큰 로봇을 사 준대.” 이처럼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마치 진짜처럼 얘기하는 것이지요. 처음에 아빠, 엄마는 아들의 상상력이 풍부하다며 기쁘게 받아들이고 맞장구쳐 주었습니다.
하지만 유치원에서는 달랐습니다. 영민이가 황당한 말을 자주 하니까 친구들이 “뻥쟁이”, “거짓말쟁이”라 부르며 영민이를 놀리는가 봅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별명을 부르며 친구를 놀리는 행동은 나쁘다고 주의를 주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고 합니다. 영민이가 순수한 건지 또래 아이들이 영리한 건지 헷갈리던 차에 부부 동반 저녁 모임에서 일이 생겼습니다.
늦은 저녁 모임이라 아이에게 미리 저녁밥을 먹이고 갔는데, “영민이 밥 먹었어?”라는 지인의 물음에 영민이가 아주 태연하게 “안 먹었어요.”라고 거짓말을 하더라는 겁니다. 예전에도 이런 일은 있었습니다. 주말에 모처럼 시골에서 올라오신 시어머님이 손자에게 인사를 겸해 밥 먹었느냐고 물었더니 글쎄 영민이가 “아니, 안 먹었어요.”라고 말해서 “이 시간까지 아이 밥도 안 먹이고 뭐했냐?”는 핀잔을 들은 것이지요.
그때는 할머니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거라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부부 모임에서 또 같은 거짓말을 하니까 유치원에서 하는 말도 상상력이 풍부해서 그런 게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집에 돌아와 왜 거짓말을 했는지 물었더니 “그냥.”이라면서 가볍게 웃어넘기려 하기에 버릇을 고쳐 주려고 예전에 할머니한테 거짓말했던 일까지 들춰내어 따끔하게 혼냈습니다. 그러고 나니 너무 과민 반응을 보였나 싶기도 하고, 도대체 아들의 심리가 무엇일까 궁금해서 상담을 의뢰하게 되었다며 엄마는 그동안의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습니다.

거짓말은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할 때에도 하게 돼요
엄마 얘기를 들어 보니 영민이의 거짓말은 의도적이거나 습관적인 것이 아니라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나온 거짓말인 듯했습니다. 유아 발달 과정에서 흔히 하는 거짓말 유형이라 상담을 받을 필요가 없는 문제이지요. 이런 경우는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을 상상해서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인지 수준이 발달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다만 유치원에서 “뻥쟁이”나 “거짓말쟁이”라는 놀림을 계속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요즘 유아들은 어릴 때부터 체험 학습이니 견학이니 해서 일찍부터 현실 감각을 키우는 경험을 많이 하는 데다 지식 정보 그림책을 빨리 접하기 때문인지 다섯 살만 되어도 영민이처럼 상상의 세계를 진짜처럼 믿고 얘기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듯합니다. 그래서 친구들의 놀림으로부터 영민이가 상처받지 않는 방법을 알려 줘야 했습니다.

치유적 상호 작용을 위해 선택한 『지각대장 존』
영민이 엄마에게 영민이가 어떤 그림책을 좋아하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내용은 기억나는데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 곤란해 하는 엄마에게 연구소 대기실에 꽂혀 있는 그림책들을 보면서 얘기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엄마는 책꽂이를 훑어보면서 열다섯 권의 그림책을 뽑아 책상에 올려놓더군요.
『우당탕! 공룡버스』(키즈엠), 『골디락스와 공룡 세 마리』(살림어린이), 『괴물들이 사는 나라』(시공주니어), 『마녀 위니』(비룡소), 『구름 나라(비룡소)』, 『이상한 화요일(비룡소)』, 『구름빵』(한솔수북),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시공주니어) 등 대부분이 판타지였습니다. 엄마 말이 영민이는 판타지 그림책을 보여 주면 굉장히 흥분하고 책 속 주인공이나 장면을 흉내 내느라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기 일쑤라고 덧붙였습니다. 영민이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지요.
혹시 『지각대장 존』(비룡소)도 집에 있는지 물었더니 그 책은 아직 사 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저는 엄마를 대기실에 있게 하고 『지각대장 존』을 들고 영민이와 함께 상담실로 들어갔습니다.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영민이가 어떤 상상을 즐기는지,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얼마만큼 구분하고 있는지, 유치원에서 친구들로부터 “뻥쟁이, 거짓말쟁이”라는 얘기를 듣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친구들이 자신을 놀리는 이유를 알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지요.
치유적인 상호 작용을 위한 도구로 판타지 그림책인 『지각대장 존』을 선택했습니다. 집에서 익히 보던 책이 아닌 새로운 책을 보여 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선생님 앞에서 매일 아침 상상 속에서 일어난 일을 진짜처럼 얘기하는 바람에 거짓말 하는 거라 오해받는 주인공 존의 모습이 영민이의 상황과 일정 부분 닮아 있기도 했고요.

연령 4~7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6년 5월 25일 | 정가 13,000원
구매하기
마녀 위니 (보기) 판매가 11,700 (정가 13,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10%↓ + 3%P + 2%P)
구매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42 | 글, 그림 존 버닝햄 | 옮김 고승희
연령 5~7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7년 6월 15일 | 정가 14,000원
수상/추천 중앙독서교육 추천 도서 외 1건
구매하기
구름 나라 (보기) 판매가 12,600 (정가 14,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10%↓ + 3%P + 2%P)
구매
연령 6~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2년 10월 22일 | 정가 13,000원
수상/추천 칼데콧상 외 4건
구매하기
이상한 화요일 (보기) 판매가 12,600 (정가 14,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10%↓ + 3%P + 2%P)
구매

『지각대장 존』을 만나 볼까요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6 | 글, 그림 존 버닝햄 | 옮김 박상희
연령 6~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6년 11월 10일 | 정가 13,000원
수상/추천 문화일보 추천 도서 외 4건
구매하기
지각대장 존 (보기) 판매가 11,700 (정가 13,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10%↓ + 3%P + 2%P)
구매
『지각대장 존』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주인공 이름은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입니다. 무척 긴 이름이죠. 존은 날마다 학교 가는 길에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나 지각을 합니다. 몸집이 거대한 선생님은 마치 존의 지각을 심판하려는 법관처럼 옷을 입고 서 있습니다. 선생님의 외모는 무척 야비하고 권위적으로 보입니다.
이 선생님 앞에서 존은 지각한 이유로 “하수구에서 악어가 한 마리가 나와서 제 책가방을 물었어요. 제가 장갑을 던져 주니까 그제서야 놓아주었어요.”라든가 “덤불에서 사자가 튀어 나와 제 바지를 물어뜯었어요. 나무 위로 올라가 사자가 갈 때까지 한참 기다렸어요.” 또는 “산더미 같은 파도가 덮치는 거예요. 흠뻑 젖었어요. 그리고 물이 빠져 나갈 때까지 난간에 간신히 매달려 있었어요.”라고 황당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존이 날마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계속하자 머리끝까지 화가 난 선생님은 심한 벌을 주지요. “악어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또, 다시는 장갑을 잃어버리지 않겠습니다.”라는 다짐을 300번씩 쓰고, “다시는 사자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바지를 찢지 않겠습니다.”라는 다짐을 400번씩 외치도록 벌을 줍니다.
존이 학교 가는 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어느 날, 선생님은 커다란 털북숭이 고릴라한테 붙들려 천장에 매달려 있습니다. 구해 달라는 선생님을 향해 존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동네 천장에 커다란 털북숭이 고릴라 따위는 살지 않아요, 선생님.” 한 번도 자신의 이유를 귀담아 들어주지 않은 선생님을 향한 통쾌한 복수에 어린이 독자들은 열광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존은 상상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을 마치 현실에서 일어난 일처럼 생각하는 아이입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단 한 번도 존이 그린 상상의 세계를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반성문을 쓰면서 존은 점점 현실을 알아 가지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어느 날은 상상의 세계가 현실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존은 즐거운 상상을 하고 싶습니다.

상상의 세계에서 놀고 싶은 영민이의 마음을 읽었어요
영민이는 그림책을 읽어 달라며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첫 만남인데도 낯설어하지 않고 붙임성 있게 행동하더군요. 표지 그림을 보여 주면서 지각을 많이 하는 존이라는 아이의 이야기라고 예고를 하고, 면지를 펼쳤습니다. 영민이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가득 찬 면지를 보더니 “선생님 이게 뭐예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면지에 적힌 글을 읽어 주면서 “이건 존이 쓴 반성문인데, 반성문은 잘못을 했을 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을 적어 놓은 글”이라고 쉽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러고는 도대체 존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며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지요.
그림책을 보면서 영민이는 악어가 존의 가방을 덥석 무는 장면과 사자에게 바지를 물어뜯기는 장면에서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이 장면이 왜 그렇게 재미있느냐고 물었더니 “학교 가는데 악어랑 사자가 나오면 무지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하고 대답하더군요. 정말 학교 가는데 악어랑 사자가 나올 수 있겠느냐고 이어 물었더니 “네! 나와요. 악어랑 사자 등에 타고 학교 가면 친구들이 부러워해요.” 하고 상상 속에서 가능한 일을 얘기했습니다.
영민이와 나눈 이야기를 풀어 보겠습니다.

상담사 : 악어랑 사자는 위험한데 어떻게 등에 타고 학교에 갈 수 있을까?
영민이 : 마술을 부리면 돼요. 그럼 순해져요.
상담사 : 영민이는 마술을 부릴 수 있어?
영민이 : 네. 집에 마술 지팡이 있어요. 아빠가 사 줬어요.
상담사 : 그 마술 지팡이 선생님도 구경하고 싶은데…….
영민이 : 다음에 보여 줄게요. 상담사 : 그런데 영민이는 친구들이 영민이를 부러워하면 좋겠어?
영민이 : 네.
상담사 : 왜 부러워하면 좋겠어?
영민이 : 민호는 힘이 엄청 세요.
상담사 : 민호? 민호가 누군지 말해 줄 수 있겠니?
영민이 : 별님반이에요. 인기가 엄청 많아요.
상담사 : 그래서 민호가 부러운가 봐?
영민이 : 네. 부러워요. 나도 힘이 세고 싶어요.
상담사 : 민호는 힘이 세서 친구들한테 인기가 많다고 생각하니?
영민이 : 네. 힘이 세면 악어랑 사자랑 싸워서 이겨요.
상담사 : 대신 영민이는 재미있는 상상을 할 수 있잖아.
영민이 : 상상이 뭐예요?
상담사 : 음, 글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거. 영민이가 좋아하는 ‘마녀 위니’를 보고 위니처럼 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영민이가 악어랑 사자랑 싸워서 이기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는 거. 산타 할아버지를 만나는 거.
영민이 : 아, 그거요. 그럼 전 맨날 맨날 상상해요.
상담사 : 상상을 할 때 기분은 어때?
영민이 : 좋아요. 신 나요. 그런데 친구들은 안 좋아해요.
상담사 : 유치원 친구들 말이니?
영민이 : 네. 산타 할아버지 만났다고 하니까 “거짓말쟁이”래요.
상담사 : 저런, 영민이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는데 친구들이 거짓말쟁이라고 해서 많이 속상했겠구나!
영민이 : 저 거짓말 안 했어요. 진짜 산타 할아버지 만났어요.
상담사 : 산타 할아버지를 언제 만났니?
영민이 : 꿈에서 봤어요.
상담사 : 아! 꿈에서.
영민이 : 그런데 친구들이 내 말을 안 믿어요.
상담사 : 꿈에서 산타 할아버지를 만났다고 말했니?
영민이 : 아니요. 그냥 만났다고 했어요.
상담사 : 그래서 친구들이 영민이 말을 믿지 않은 거야.
영민이 : 왜요?
상담사 : 친구들 중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어. 그리고 산타 할아버지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때 선물을 주러 오잖아. 그런데 아무 때나 만났다고 하면 친구들이 당연히 안 믿지.
영민이 : 그럼 내가 거짓말쟁이예요?
상담사 : 아니, 영민이는 거짓말쟁이가 아니야. 다만 정확하게 말을 하지 않아서 거짓말쟁이라는 오해를 받게 된 거지.
영민이 : 어떻게 하면 거짓말쟁이가 안 돼요? 친구들이 놀리면 화나요.
상담사 : 꿈속에서 산타 할아버지를 만났다고 얘기하면 친구들이 믿을 거야.
영민이 : 그럼 악어랑 사자랑 싸워서 이기는 건요?
상담사 : ‘나는 악어랑 사자랑 싸워서 이기는 상상을 했어. 눈을 노려봤더니 걔들이 나한테 항복했어.’라고 얘기하면 어떨까? 그럼 친구들이 ‘영민이는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하는 친구야.’ 하고 부러워할 걸.
영민이 : 정말요?
상담사 : 그럼! 앞으로 친구들 앞에서 상상한 것을 자랑하고 싶을 때는 무조건 우기지 말고 이건 내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인데 하고 말하는 거야.
영민이 : 어려워요. 난 그냥 자랑하고 싶은데…….
상담사 : 그럼 영민이 말을 믿어 주는 친구들한테는 그냥 자랑하고 거짓말쟁이라고 놀리는 친구들한테는 선생님이 말한 대로 해 보면 어떨까?
영민이 : 네. 그건 할 수 있어요.
상담사 : 그래! 선생님 말을 이해하는 걸 보니 영민이는 아주 똑똑한데.

또 다른 치유적 대화를 통해 영민이가 주로 꿈속에서의 일을 현실에서 겪은 것처럼 얘기했으며 판타지 그림책에 나오는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편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주로 자기보다 힘이 센 대상과 싸워서 이기는 이야기, 마술을 부릴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통해 능력을 내보이고 싶어 한 심리도 작용했음을 알게 되었지요.
존의 말을 믿어 주지 않는 선생님에 대해서는 무척 나쁜 어른이라며 분개하더군요. 선생님이 못 생긴 쥐를 닮았다면서요. 재치 있는 표현을 칭찬하며 크게 웃자 우쭐해하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자기를 “거짓말쟁이”라고 놀린 친구들도 선생님처럼 못 생긴 쥐라고 말하며 서운함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머릿속으로 생각한 일인데.”, “상상한 이야기인데.”라는 말을 꼭 붙여서 이야기하겠다며 존의 반성문처럼 다짐했습니다.

거짓말 하는 아이를 위한 부모 코칭,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우선이에요
엄마에게는 영민이가 황당한 얘기를 자꾸 하게 된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주고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학령기 이전 유아의 거짓말은 초등학교 입학 이후의 거짓말에 비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이때까지 유아는 아직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구분하는 능력이 발달하지 못해서 상상의 세계를 현실의 세계인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보니 아이가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거짓말은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인지 능력이 발달하면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따라서 아이가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한다고 걱정하기보다는 이야기를 잘 들어 주되, 정확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초등학교에 가면 아이들은 다양한 이유로 거짓말을 합니다. 친구들의 관심을 끌고 싶거나 하기 싫은 일이 있을 때, 욕구 충족을 위해서 거짓말을 하지요. 또 가장 흔한 거짓말은 잘못을 해서 부모나 선생님으로부터 야단맞는 순간에 나옵니다. 예를 들어 숙제를 하지 않고 실컷 놀았는데 엄마가 “숙제 다 했니?”라고 물어보면 야단맞는 게 두려워서 일단 그 상황을 모면하고자 “다 했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또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집의 부유함을 자랑하는 식의 거짓말로 헤세를 부리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런 거짓말도 크게 걱정할 바는 아닙니다. 현재의 심리적 요구에 충실해서 거짓말을 했을 뿐 양심이나 도덕성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랍니다. 아이들은 현실에서 요구되는 원칙 또는 현재 내가 가진 것보다 더 큰 것을 얻고자 하는 바람이 강할 때 거짓말을 합니다. 거짓말이 들켰을 경우 부모나 선생님한테 혼나거나 친구들로부터 망신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못한 채 말이지요. 이럴 때는 야단을 치기보다 “오죽하면 거짓말을 했을까, 많이 힘들었겠구나!”라는 식으로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게 우선입니다.
그렇다고 매번 이해하고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 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악의가 없는 거짓말도 거짓말임을 일깨워 주고 거짓말이 가져 오게 될 나쁜 결과에 대해서 일러 주어야 합니다. 거짓말이 들켰을 때 어른들로부터 혼나고 망신도 당하면서 아이들은 서서히 자신의 욕망을 현실에 맞게 조절하는 법을 배워 나가니까요. 지각대장 존처럼 말이지요. 

고학년 아이의 습관적 거짓말은 확실한 지도가 필요해요
반면 고학년 아이들의 습관적인 거짓말에는 더욱 신중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초등학생 심리백과』(갤리온)를 쓴 신의진 교수는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완전히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인지 능력이 발달한 이 시기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한다면 이는 성격 형성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어렸을 때부터 습관화된 거짓말이 사춘기의 특성과 맞물리면서 더욱 심하게 나타난 것인데다 도둑질이나, 결석, 비행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점에서 무척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이 때 부모가 현명하게 개입하지 않으면 청소년기에 이르러 심각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아이의 거짓말에 화가 나서 인격을 모독하는 말을 한다거나 심하게 때리는 식의 처벌은 아이의 반항심만 더 커지게 할 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이가 거짓말을 하게 된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지요.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를 알아내기는 쉽지 않으므로 부모의 힘만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합니다.

거짓말 하는 아이에게 거짓말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보여 주면 큰 도움이 될까요?
거짓말을 주제로 한 그림책이 많이 출간되어 있습니다. 외국의 옛이야기책 시리즈에 꼭 들어 있는 『피노키오』가 대표적입니다. 단행본 그림책으로는『거짓말』(길벗어린이), 『거짓말을 먹고 사는 아이』(비룡소), 『거짓말이 찰싹 달라붙었어』(아이세움), 『거짓말을 왜 할까요?』(한림출판사), 『거짓말 세 마디』(시공주니어), 『구름빵: 콩닥콩닥 거짓말』(한솔수북), 『거짓말은 안돼 안돼 약속은 꼭 지켜』(신인류), 『거짓말은 무거워!』(휴이넘) 등이 있습니다.
단순히 아이가 거짓말하는 행동을 고쳐 주기 위한 목적에서 위의 그림책들을 보여 주는 것은 썩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이 책 보고 거짓말한 네 행동을 반성하라.”는 엄마의 의도가 아이들에게는 반갑게 다가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더라도 막상 누군가로부터 그 잘못을 지적당하면 무척 기분이 나쁩니다. 때로는 그 일이 큰 상처로 남기도 합니다. 이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아직까지 거짓말을 모를 때, 거짓말을 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때 이런 그림책들을 보여 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이유라든가 거짓말 하는 것이 왜 나쁜 행동인지, 거짓말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거짓말을 들켰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평소에 자연스럽게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연령 10~11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3년 10월 2일 | 정가 9,000원
구매하기
거짓말을 먹고 사는 아이 (보기) 판매가 8,100 (정가 9,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10%↓ + 3%P + 2%P)
구매


d_img4글 : 김은아 (마음문학치료연구소 소장, 행복한그림동화책연구소소장)
대학에서 국어 국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아동가족상담과 문학치료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행복한 그림동화책 연구소와 마음문학치료 연구소를 운영하며 대학에서 아동상담과 아동문학, 부모교육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책 기획자, 특별 기고가로서 어린이책의 매력을 전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으로 마음 나눔을 실천하고자 행복한 도서관 만들기 운동과 다문화 가정 그림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