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심리 여행: 남동생에게 스트레스 받는 누나, 어떻게 다독여 줘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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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엄마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남자아이는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아이는 여자다워야 한다.”는 식의 얘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양성평등의 시대, 성역할 고정 관념이 많이 옅어진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들과 딸을 동시에 키우는 엄마들은 이구동성으로 딸보다 아들 키우는 게 훨씬 힘들다고 말합니다. 딸은 엄마가 예측하는 범위 안에서 보살필 수 있는데 아들은 언제 어디로 튈지 몰라 내내 불안하다는 것이지요. 이런 반응은 많은 엄마들이 이미 아들과 딸의 특성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임상심리학자인 레너드 삭스는 저서 『남자아이 여자아이』(아침이슬), 『알파걸들에게 주눅 든 내 아들을 지켜라』(웅진지식하우스)를 통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타고난 차이점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교육법을 강조했습니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는 뇌 구조부터 다르고 능력도 다르지만 그 차이는 절대적이지 않아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능력을 계발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고 했지요. 세상의 모든 아이에게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성별에 따라 사고와 행동의 특성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는 듯합니다.
그러다 보니 오빠나 남동생의 짓궂은 장난과 거친 행동에 스트레스 받으며 분노감을 표출하는 누나와 여동생을 자주 봅니다. 과격한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는 부모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 때문에 생기는 형제자매간의 다툼과 갈등과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부족한 데서 생기는 문제니까요. 크면서 철이 들면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 줄 텐데 이런 것도 문제가 되느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도 나를 알고 너를 이해하며 우리가 함께 행복해야 할 작은 집단이므로 성별이 다른 구성원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달에는 남동생의 장난에 스트레스를 받아 분노감이 극에 달한 누나의 사례와 함께 그림책으로 마음을 어루만져 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똑 부러진 맏이이지만 남동생에게 매몰찬 여자아이
수연이는 열한 살입니다. 똑 부러지게 자기 일을 챙기고 매사 정확하고 꼼꼼합니다. 크면서 아빠 엄마한테 뭘 사 달라고 크게 떼를 쓴 적도 없고 어릴 적에 길거리나 식당에서 시끄럽게 굴어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 끼친 일도 거의 없습니다. 원칙과 규칙을 어기는 것을 무척 싫어하고 아무렇게나 행동하는 아이들을 보면 기막혀 하며 혀를 내두르지요. 용돈으로 충동구매를 하거나 쓸데없는 데 돈 쓰는 일도 결코 없습니다. 그래서 아빠 엄마는 잘 자라 준 수연이에 대한 고마움이 무척 크다고 말합니다.
다만, 다섯 살 아래 남동생 준서를 살갑게 대하지 않는 태도를 제외하고요. 아빠 엄마도 의외라고 하더군요. 동생이 태어났을 때 수연이는 무척 기뻐하며 기저귀를 챙겨 엄마한테 갖다 주고 우유도 자기가 먹이겠다며 누나 노릇을 했다고 합니다. 누워 있는 동생한테 그림책을 읽어 주는가 하면 딸랑이를 흔들어 주는 다정한 누나였지요. 이랬던 수연이가 동생을 귀찮게 여기기 시작한 것은 준서가 걸어 다닐 무렵부터입니다.
준서가 스케치북을 엉망으로 만들고 깔끔하게 정리된 자기 방에 와서 장난감을 마구 흩트려 놓거나 지저분한 발로 침대에 올라가 뛸 때면 수연이는 거의 경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준서는 하루 종일 누나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놀아 달라고 귀찮게 했고 그때마다 수연이는 “저리 가! 누나 지금 바빠.” 하며 매몰차게 밀어냈지요. 그럴 때마다 아빠 엄마는 수연이가 자기 관리는 야무지게 잘하지만 동생을 귀찮아하는 모습에서는 실망감을 갖게 되었고 차가운 아이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다 친한 엄마들이 집에 놀러 올 때면 아이들도 데려오는데 수연이가 여동생들은 잘 보살피고 놀아 주는 반면 남동생들은 유독 힘들어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나 봅니다. 첫 만남에서 엄마는 긴 시간 수연이를 관찰하면서 느꼈던 점과 동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제 준서는 여섯 살입니다. 누나 스케치북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거나 노트를 찢는 일은 없어졌고 하지 말라고 하면 장난을 멈출 만큼 상대방의 말을 이해합니다. 당연히 수연이의 스트레스는 줄었겠지요. 그런데도 엄마는 수연이한테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연구소를 찾아왔습니다. 동생을 질투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왜 그렇게 동생한테 인색한지, 다른 집 딸들은 동생이랑 잘 놀아 주는데 단지 귀찮다는 이유때문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수연이의 마음을 알아보고 싶어 했습니다.

수연이가 남동생에게 화가 나는 이유
수연이는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준서가 바보스러운 표정을 짓는 게 정말 싫은데 사팔뜨기 흉내를 내며 얼굴을 자기 코앞에 내밀 때는 짜증이 나서 미치겠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이사할 때 썼던 더러운 박스를 거실에 가지고 들어와서는 그 안에서 혼자 놀다 잠이 드는데 박스를 볼 때마다 버리고 싶지만 준서가 난리를 칠까 봐 꾹 참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노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요.
수연이가 정말 참을 수 없을 때는 마트에 갈 때라고 합니다. 준서는 얌전히 걷지 않고 이것저것 만져 보고 간섭하느라 목적지까지 가는 속도가 느려져 속에서 천불이 난다면서요. 그런데도 아빠 엄마는 언제나 동생을 느긋하게 기다려 주는데 특히 엄마가 준서의 행동이 귀엽다며 끼고 도니까 더 그러는 게 아니냐며 엄마를 향한 원망 섞인 말을 쏟아 냈습니다.
엄마도 수연이가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준서 그렇게 키우면 안 돼. 엄마가 자꾸 오냐 오냐 하니까 애가 저렇게 자기 멋대로 굴잖아.”라는 말을 수시로 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동생이 근본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이유는 자기와 틀리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수연이는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이 오해는 추후에 바로잡기로 했습니다.
수연이와 대화를 하면서 엄마가 얘기한 것 외에 또 다른 사실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장완성 검사에서 “남자아이들이란 세상에서 가장 말이 안 통하는 괴물!”이라고 썼기에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어릴 적에 엄마가 보여 줬던 『괴물들이 사는 나라』(시공주니어) 얘기를 꺼내더군요. 그때 기억으로는 그림책이 정말 괴상하고 재미없었는데 학교에서 남자아이들 노는 모습을 보면 이상하게 그 책이 자꾸만 생각난다는 말을 하더군요. 어릴 적에 본 그림책이 성장하는 내내 무의식 속에 남아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을 증명하듯 수연이한테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가 그런 책 중 하나였습니다.
남자아이들의 장난이 심해서 선생님이 야단치는 큰소리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야단맞을 걸 뻔히 알면서도 장난치는 남자아이들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요. 그래서 남자아이들이 싫고 괴물처럼 보인다고 했습니다. 보통 열두 살이면 남자아이들에게 호감을 가질 시기인데 수연이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또 여자 친구들이 연예인 얘기나 다른 친구들의 험담을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 얘기가 재미없고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냥 자기 일 열심히 하면서 살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묻기에 공감해 주었습니다.
엄마는 평소 이런 딸의 모습이 개인주의적으로 보였고 남의 일에 무심해서 사회성이 떨어지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딸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성격유형 검사를 권했습니다. 수연이는 MBTI 검사(Myers-Briggs Type Indicator, 자기보고식 성격유형지표) 결과 ISTJ 유형으로 나왔습니다.
이 유형은 조용하고 신중하며 철저함과 확실성을 추구해 좋은 결과를 얻고자 하는 성향이 있으며, 현실적이고 책임감이 강합니다. 따라서 해야 할 것을 논리적으로 결정하고 흐트러짐 없이 꾸준히 해 나가며 성실함을 가치 있게 여기지요. 또한 외부 세계보다 자신의 내면에 더 많은 관심을 둡니다. 그래서 타인의 눈에 조금 딱딱하고 차가운 인상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수연이가 동생을 대하는 태도, 남자아이들을 보는 시선, 여자아이들의 수다를 생산성 없게 여기는 것 등도 성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성격 유형 검사 덕분에 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엄마는 흡족해했고, 수연이도 자기 성격과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며 신기해했습니다. 그렇다면 수연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요?
문제라고 볼 수는 없지만 수연이에게는 상담이 필요하다고 여겨졌습니다. 수연이는 남자아이들이 노는 방식과 행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습니다. 상담의 목적은 그동안 남동생으로 인해 쌓였을 스트레스와 분노감을 이해하며 위로해 주고, 수연이와 잘 맞지 않는 남동생과 남자아이들, 여자아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어떻게 해야 수연이가 다른 사람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적게 받을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보는 데 두기로 했습니다.

티격태격하는 남매의 모습을 그림책으로 만나기
두 번째 만남에서 누나와 남동생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책 두 권을 보여 주었습니다. 『내 동생 싸게 팔아요』(아이세움)와 『지하철을 타고서』(길벗어린이)입니다. 말썽꾸러기 남동생을 둔 누나의 심정을 잘 대변하고 있어서 동일시, 카타르시스, 통찰이라는 치유 원리가 적용되는 그림책입니다.
『내 동생 싸게 팔아요』는 말썽꾸러기 남동생을 자전거 뒤에 태우고 시장에 팔러가는 ‘짱짱이’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팔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얄밉다가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존재인 동생을 향한 누나의 마음이 익살스럽게 표현되어 있지요.
『지하철을 타고서』는 지원이와 병관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매가 지하철을 타고 할머니 댁에 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습니다. 어른들과 함께 지하철을 탄 적은 많지만 둘이서만 타고 할머니 댁에 가는 건 처음이라 지원이의 가슴은 조마조마합니다. 혹시나 갈아탈 역을 지나치면 어쩌나, 남동생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고요. 하지만 병관이는 이런 누나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냅다 달려 누나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맙니다.
두 권의 그림책을 본 느낌을 물었더니 수연이는 딱 자기 얘기라고 하더군요. 가장 재미있는 장면으로는 『지하철을 타고서』의 마지막 장면을 꼽았습니다. 지원이가 할머니 댁에 먼저 도착해 우적우적 산적을 먹고 있는 병관이 엉덩이를 힘껏 걷어차며 화풀이 하는 장면에서 속이 후련했다고 합니다. 자기도 동생을 걷어차 버리고 싶었던 순간이 많았지만 남동생을 때리거나 걷어차는 건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이라서 꾹꾹 참았다는 겁니다. 대신 말을 차갑고 못되게 했는데 그럴 때마다 동생이 기가 죽어 자기 눈치를 슬슬 살피는 모습이 불쌍하기도 하고 미안한 생각도 든다고 고백했습니다. 잘해 줘야지 하고 마음먹지만 오래가지 못해서 탈이라는 말과 함께요.
동생이 어떻게 행동하면 밉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바보 같은 표정을 짓지 않고 깨끗하게 놀았으면 좋겠고 엄마 앞에서 어리광을 그만 부리면 좋겠다고 동생에 대한 바람을 털어놓았습니다. 그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안 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요. 수연이는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떠들어서 매일 선생님한테 혼나는 남자아이들과 연예인 얘기나 남의 험담을 하는 여자아이들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그 아이들은 자신과 틀려서 대화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수연이가 오해하고 있는 ‘틀리다’와 ‘다르다’의 뜻을 구분해 주었지요. 틀리다는 어떤 문제가 맞다, 틀리다 할 때 사용하며 옳지 않다 또는 그르다는 의미이고, 다르다는 서로 같지 않고 차이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동생도 남자아이들도 여자아이들도 수연이와 다를 뿐이지 틀린 게 아니라고 바로잡았습니다. “수연이 말대로라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틀려서 이 세상이 온통 틀린 사람으로 가득 찰 텐데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까?”라고 엉뚱한 질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런 썰렁한 유머는 하지 말라며 수연이가 정색을 하더군요.
관점의 변화를 돕기 위해 치유적 질문을 했습니다. 수연이가 동생에게 바라는 게 있듯이 준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혹시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물었지요. 준서는 어떤 누나를 원할 것 같은지, 준서 눈에 비친 수연이의 모습은 어떤지 준서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자고 했습니다. 수연이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는 대답을 하더군요. 저는 솔직한 대답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습니다. 가식으로 포장해서 얘기할 수도 있는데 솔직히 답하는 건 좋은 일이지요. 잠깐 생각할 시간을 주었습니다. 수연이는 준서가 재미있게 잘 놀아 주는 누나, 친절한 누나, 잘 챙겨 주는 누나, 따뜻하게 말해 주는 누나를 원할 것 같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자신은 그런 누나가 되기 힘들 것 같다고 또 한 번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수연이는 솔직해서 참 좋다고 말했더니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엄마는 자신의 솔직함을 야단친다고 했습니다. 엄마 입장에서는 딸의 지나친 솔직함이 대인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걱정이 되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저는 솔직함을 지지해 주었습니다. 왜냐하면 수연이의 성격적인 특성이기도 하고 잔머리를 쓴다거나 편리한 대로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엄마에게도 이 점을 짚어주며 수연이의 장점으로 인정해 줄 것을 조언했습니다. 대신 솔직하되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화법을 알려 주겠노라 약속했습니다. 왜냐하면 엄마의 걱정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지나치게 솔직한 아이를 꺼리며 친구로 지내고 싶지 않아 하니까요.

차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뭐 이런 손님이 다 있어!』

연령 6~7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8년 8월 12일 | 정가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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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만남에서는 서로 다른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인식시켜 주기 위해 텍스트가 조금 긴 그림책 『뭐 이런 손님이 다 있어!』(비룡소)를 읽게 했습니다. 토끼 눌리와 개구리 프리가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생활 방식을 가진 햄스터 쿠어틀을 손님으로 맞이하면서 벌이지는 이야기를 무척 유쾌하게 담은 그림책입니다. 처음에는 반갑기만 하던 쿠어틀이 낮에는 자고 밤에 시끄럽게 굴자 눌리와 프리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다가 결국 불만을 털어놓습니다. 쿠어틀은 두 친구의 말에 크게 상처를 받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지요. 이를 계기로 세 친구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쿠어틀이 자기와 고향 친구들의 생활 방식을 차근차근 들려줍니다. 눌리와 프리는 조금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아주 재미있게 쿠어틀의 얘기를 듣고는 “너희 고향 친구들은 우리와는 완전히 다르게 사는구나.”, “우린 그것도 모르고 화만 냈지 뭐니. 너를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고 말이야.”라고 말하며 쿠어틀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했습니다. 그리고 나와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배우게 되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이 그림책을 무척 좋아해서 자주 펼쳐 보곤 하는데 치료 도구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 말고도 다른 이유가 또 있습니다. 상담사이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생각과 행동이 달라서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사람을 만나고 나면 기분이 좋지 않은데 눌리와 프리, 쿠어틀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면서 ‘그들이 틀린 게 아니라 나와 다를 뿐이지.’라는 생각을 하며 혼자 웃습니다.
수연이가 책 읽기를 마치고 나서 내용을 정리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5분 정도 주었습니다. 원한다면 한 번 더 읽어 봐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하인즈와 하인즈 베리(Hynes & Hynes-Berry)의 네 가지 치유 질문 (전반적인 인식을 돕는 질문, 이해 및 고찰을 돕는 질문, 다각적 평가 시도의 질문, 자기 적용을 돕는 질문)을 활용해 수연이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상담사 : 이 그림책은 꽤 내용이 긴데 읽기 힘들진 않았어?
수연이 : 아뇨.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상담사 : 어떤 장면이 가장 재미있었는지 아니면 가장 인상적이었는지 얘기해 볼 수 있을까?
수연이 : 저녁이 되어 쿠어틀이 잠에서 깨어나 생뚱맞게 친구들한테 “좋은 아침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가장 웃겼어요.
상담사 : 왜 그 장면이 가장 웃겼니?
수연이 : 눌리와 프리가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큭큭! 그런데요. 쿠어틀은 눈치가 없는데도 좀 귀여워요.
상담사 : 준서처럼? 이 순간 선생님은 왜 준서가 생각날까?
수연이 : 흐흐. 맞네요. 준서가 그래요. 눈치 엄청 없어요. 남의 집에 가서 배고프다고 먹을 걸 달라고 해요. 눈치 없게.
상담사 : 그런 준서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어?
수연이 :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한심하다는 생각.
상담사 : 그래! 수연이는 뭐든 정확하고 예의가 바르니까 준서가 한심하게 보였을 거야. 하지만 선생님은 준서가 용기 있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수연이 : 왜요?
상담사 : 배가 고프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닐까? 그리고 그건 여섯 살 아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이지.
수연이 : 하지만 남한테 피해를 끼치는 거잖아요?
상담사 : 수연이는 동생의 그런 행동이 남한테 피해를 끼친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럼 반대의 상황을 가정해 볼까? 옆집에 사는 여섯 살 아이가 놀러 와서 배고프다고 먹을 것을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어?
수연이 : 조금 황당할 것 같아요.
상담사 : 눈치 없는 아이라는 생각도 들겠지?
수연이 : 네.
상담사 : 먹을 건 챙겨 줄 것 같아?
수연이 : 음, 챙겨 줄 것 같아요.
상담사 : 수연이의 평소 솔직한 모습대로라면 ‘여기가 네 집이야. 왜 여기서 간식 달라고 해?’라고 말할 수도 있을 텐데.
수연이 : 여섯 살이면 아직 어리잖아요. 그리고 선생님처럼 말하면 상처받아서 쿠어틀처럼 펑펑 울어 버릴 수도 있겠죠.
상담사 : 맞아! 맞아! 준서도 여섯 살이야. 수연이는 준서한테 못되게 말할 때가 자주 있다고 했지?
수연이 : 네.
상담사 : 옆집 동생은 여섯 살이니까 어려서 이해가 되고 내 동생은 같은 여섯 살인데 왜 이해가 되지 않는 걸까?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은데 수연이 생각은 어때?
수연이 : …….
상담사 : 생각할 시간을 좀 줄게.
수연이 : 내 동생이라서 너무 만만하게 대했던 것 같아요.
상담사 : 그래! 그것도 이유가 되겠지. 선생님이 생각을 조금 보태자면 수연이는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은 참 깊어. 못되게 말하고 나서 미안함과 죄책감을 가지는 누나잖아. 그런데 준서와 수연이가 많이 다르니까 이해가 잘 안 되고 준서의 행동에 스트레스를 받는 거지.
수연이 : 네. 달라도 너무 달라요.
상담사 : 다른 것을 이해 못하면 앞으로도 계속 스트레스를 받을 텐데 괜찮겠어? 동생뿐만 아니라 남자아이들, 연예인 얘기나 하는 여자아이들. 크면서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인간관계를 맺어야 할 텐데. 매번 그 사람들을 이해 못하면 수연이만 스트레스를 받을 거야.
수연이 : …….
상담사 : 다른 사람들 눈에 비친 수연이 모습도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있니? 준서 눈에 비친 수연이의 모습, 남자아이들 눈에 비친 수연이의 모습, 연예인 얘기만 하는 여자아이들 눈에 비친 수연이의 모습.
수연이 : 제가 까칠하대요.
상담사 : 오! 저런. 그 말 들을 때 기분이 어땠어?
수연이 : 썩 기분 좋은 말은 아니지만 남이 어떻게 말하든 저는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싶어요.
상담사 : 그건 참 좋은 태도야. 남들이 나를 어떻게 말하고 보는가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는가가 더 중요하니까. 『너는 특별하단다』라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대사야. 멋있지? 그럼 수연이는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수연이 : 잘 모르겠어요.
상담사 : 그래. 자신을 잘 아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앞으로 이 점에 대해 생각을 좀 해 보면 좋겠어. 그리고 지금부터는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겨보면 어떨까? 그럼 다른 사람을 볼 때 한결 마음이 편해지거든.
수연이 : 노력은 해 볼게요.
상담사 : 노력해 본다고 말해 줘서 고마워. 우리 다시 그림책으로 돌아가 볼까! 선생님은 눌리와 프리가 쿠어틀에게 불만을 있는 대로 쏟아 버리는 장면이 자꾸 기억에 남아.
수연이 : 왜요?
상담사 : 선생님이 예전에 그랬거든. 나랑 맞지 않는 사람들한테 불평을 마구 쏟아부었어.
수연이 : 정말요? 안 그래 보이는데.
상담사 : 정말 그랬어. 그랬더니 사람들이 나를 불편해하는 거야. 내 앞에서는 말을 조심하고 긴장하는 모습도 보이고. 어떤 사람이 나한테 말해 줬어. 당신이랑 있으면 편치 않다고.
수연이 : 정말 충격적인데요.
상담사 : 그럼. 완전 충격이었어. 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지. 그들이 틀린 게 아니라 나랑 다를 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어.
수연이 : …
상담사 : 이 그림책을 보면서 선생님이 가장 공감했던 부분을 읽어 볼게.

눌리가 중얼거렸어요. “이제는 도저히 못 참겠어.” 두 친구는 잔뜩 화가 나서 밖으로 나가 쿠어틀을 향해 걸어갔지요. “낮에는 드르렁 쿨쿨 자느라 시끄럽더니 밤에는 또 달리기 바퀴를 가지고 시끄럽게 구는 거야?” 프리가 쏘아붙였어요. 눌리도 덧붙였죠. “너는 우리 생활 방식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구나. 다른 집에 손님으로 왔으면 그만큼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하잖아.” 쿠어틀은 깜짝 놀란 듯 달리기 바퀴 위에 꼼짝 않고 서 있었어요. 그러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지요. “너희 집에서는 마음이 편하지 않아. 모든 게 너무 낯설어. 내 집으로 갈 거야. 집에 가고 싶어, 엉엉!” —『뭐 이런 손님이 다 있어?』 중 42~44쪽
도서

수연이 : …….
상담사 : 수연이는 눌리와 프리, 쿠어틀 중에 누구랑 닮았다고 생각해?
수연이 : 눌리.
상담사 : 눌리처럼 불평을 있는 대로 털어놓은 적이 있었어?
상담사 : 네.
상담사 :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얘기해 볼 수 있겠니?
수연이 : 준서한테 “괴물딱지 같은 녀석”이라고 소리쳤어요. 바보 같은 표정을 한 번만 더 지으면 내 동생 하지 말라는 얘기도 했어요. 나갔다 와서 손도 안 씻고 간식 먹을 때는 한심하게 쳐다봤어요.
상담사 : 오! 저런. 준서가 상처를 많이 받았겠는데?
수연이 : 그래서 제 눈치를 자꾸 살폈어요.
상담사 : 누나가 편하지 않아서였겠지. 쿠어틀이 말한 것처럼.
수연이 : 네. 그랬나 봐요. 반 친구들도 저를 불편해해요.
상담사 : 그렇다고 수연이가 무조건 잘못한 걸까?
수연이 : 제 잘못이 크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상담사 : 반성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 그런 의미에서 수연이한테 박수를 쳐 주고 싶어. 하지만 선생님은 수연이가 무조건 잘못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이 조금 부족해서 그랬을 뿐이야.
수연이 : 선생님은 제가 잘못했다고 안 하고 항상 좋게 말해 줘서 기분이 좋아요.
상담사 : 그게 선생님이 해야 할 일이거든. 선생님을 만나러 오는 아이들 모두 예쁜 마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아니까. 그 예쁜 마음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주는 일이 상담사의 역할이란다.
수연이 : 아, 네!

대화를 마치면서 수연이에게 숙제를 하나 내 줘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더니 수연이도 좋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마음속의 바람을 이야기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눌리와 프리가 쿠어틀한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불편함을 얘기하려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기를 권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수연이도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서 나의 불편함을 말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기로 한 것입니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알려 주세요
마지막이었던 네 번째 상담에서는 수연이한테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차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준서가 단순히 어려서 그런 게 아니라 남자아이의 행동 특성은 여자아이들과 달라서 수연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일러 주었지요. 그리고 연예인 얘기에 집중하는 여자아이들은 그 또래에게 나타나는 보편적인 특성이며 수연이처럼 자기 내면세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지만 외적인 세계, 다른 사람들의 일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유형이 있다는 점도 말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지요.
이렇게 해서 수연이는 ‘다르다’와 ‘틀리다’의 차이를 확실히 알게 되었고 나와 생각과 행동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수용해야 자신이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계속 상담이 이어져 행동의 변화가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보고 칭찬과 격려를 통해 바람직한 행동이 강화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했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초기 면담에서 엄마가 곧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해서 한 달만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네 번의 상담으로도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엄마가 수연이의 단점으로 보았던 점을 장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마련되었고 수연이 역시 나와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고 수용해 보겠노라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입니다. 상담이 마음에 쏙 들게끔 종결되지는 않았지만 수연이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그림책은 무엇일까요?
나와 너, 우리가 함께 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자녀에게 일깨워 주려면 부모가 몸소 삶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하지만 평소 그림책을 매개로 함께하는 삶에 대해 많은 얘기를 열 수 있습니다. 그림책이 주는 중요한 메시지가 바로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함께’이기 때문이지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내 짝꿍』(비룡소), 『서로 도우며 살아요』(한울림어린이), 『파란 의자』(비룡소), 『사라, 버스를 타다』(사계절), 『거꾸로 박쥐』(국민서관), 『내 귀는 짝짝이』(웅진주니어), 『1964년 여름』(느림보), 『까마귀 소년』(비룡소), 『우리 가족입니다』(보림), 『돼지책』(웅진주니어), 『우리 엄마』(웅진주니어), 『폭풍우 치는 밤에』(아이세움) 등은 다름을 받아들이고 함께할 때 얻게 되는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주는 그림책입니다. 또 『파랑이와 노랑이』(물구나무),『나는 여자, 내 동생은 남자』(비룡소), 『나와 우리』(글로연), 『절대 용서할 수 없어』(비룡소), 『오리야? 토끼야?』(아이맘), 『특별한 손님』(베틀북) 등은 나와 다른 모습,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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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레너드 삭스, 『남자아이 여자아이』(아침이슬, 2007)
레너드 삭스, 『알파걸들에게 주눅 든 내 아들을 지켜라』(웅진지식하우스, 2008)
한국 MBTI 연구소 홈페이지 (http://www.mbti.co.kr)


d_img4글 : 김은아 (마음문학치료연구소 소장, 행복한그림동화책연구소소장)
대학에서 국어 국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아동가족상담과 문학치료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행복한 그림동화책 연구소와 마음문학치료 연구소를 운영하며 대학에서 아동상담과 아동문학, 부모교육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책 기획자, 특별 기고가로서 어린이책의 매력을 전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으로 마음 나눔을 실천하고자 행복한 도서관 만들기 운동과 다문화 가정 그림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