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끝난 뒤 바로 집에 돌아가지 않고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 그림책은 바로 이런 경험에 바탕을 두되, 그저그런 시시한 현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건을 겪게 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꼬마 돼지 펄은 봄날 학교가 끝난 뒤 거리를 여기저기 다니다가 숲속까지 오게 된다. 거기서 펄은 우연히 말하는 뼈다귀를 만나게 된다. 이 뼈다귀는 온갖 나라의 말을 다 할 수 있고, 온갖 동물과 자연의 소리를 낼 수 있는 놀라운 뼈다귀다. 원래 이 뼈다귀는 마녀의 뼈다귀였는데, 그만 마녀가 떨어뜨리고 간 것이었다. 꼬마 돼지 펄이 뼈다귀하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만 강도를 만난다. 하지만, 말하는 뼈다귀가 무서운 악어 소리를 내어 강도를 도망가게 한다. 그런데 강도를 피하자마다, 펄은 자기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여우를 만나게 된다. 거의 여우에게 잡아먹히려고 하는 순간, 뼈다귀가 주문을 외우는 바람에 여우는 생쥐만하게 작아지고, 펄과 뼈다귀는 무사히 집에 돌아오게 된다.

그림책의 내용을 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녀라든가, 마술이 등장하여 흥미를 돋구는 한편, 학교를 마치고 일찍 집에 돌아가지 않는 아이들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을 우회적으로 표현하여 들려주고 있다. 거리에서는 청소하는 이들, 빵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재미있게 구경하나, 조금 멀리 떨어진 숲속으로 들어가자 복면강도가 나타나고, 꼬마 돼지인 펄을 잡아먹으려고 군침을 흘리는 여우를 만나는 등, 잘 모르는 곳에 가는 것이 무척이나 위험하다는 것을 이야기를 통해 경고하고 있다.

밝은 색채와 카툰 식의 그림은 봄날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펄의 기분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사람이 아닌 동물들이 사람처럼 등장하는 바람에 더욱 즐겁게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글을 읽기 시작하는 저학년 어린이가 아름다운 그림을 보면서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