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도깨비상 – 그림책 부문

수상작 및 작가

 

그림책 부문 당선작: 없음

심사위원: 이수지(그림책 작가), 이지원(그림책 기획자, 번역가)


심사 경위

 

제30회 황금도깨비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10월 31일 원고를 최종 마감하여 예·본심을 진행한 황금도깨비상 그림책 부문에는 총 141편이 접수되었습니다.

심사위원으로 그림책 작가 이수지, 그림책 기획 및 번역가 이지원 님을 위촉하여 11월 23일 본사에서 예·본심을 진행하였습니다. 본심에 오른 총 4편을 논의하였고, 오래 심사숙고하였지만 아쉽게도 올해 수상작을 선정하지 못했습니다.

 


심사평

본심작:
『떼굴떼굴 사르르 사르르』
『도공』
『달 도둑』
『창문』

올해에는 아쉽게도 수상작이 없었다. 글과 그림의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 우선이며, 어느 한쪽이 부족하더라도 매력이 있는 이미지나 이야기를 찾는다. 후보작 중 기대를 가지고 언급해 두고 싶은 몇 작품은 다음과 같다.

『떼굴떼굴 사르르 사르르』
어린이는 매일 새롭게 친구를 사귀고 무엇을 계기로든 몸과 마음이 매일 쑥쑥 자란다. 그러므로 주인공이 모험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성장하는 서사는 그림책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주제이다. 형식은 반복하되, “성장”에 대한 작가만의 정의와 새로운 해석, 혹은 성장을 표현하는 방식이 새로워야 하지 않을까. 그림체가 정돈되어 있고, 새로운 색에 물드는 모습은 아름답고 인상적이지만, 점으로 이루어져 있던 색들이 갑자기 섞이고, 그 결과인 검은색이 난데없이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것은 동의가 어려우며, 마지막에 날아오르는 색점들은- 이전 단계에서 채집된 그대로인데- 이를 성장이라 부를 수 있을지 혼란스럽다.

『도공』
정갈한 그림 스타일이 확연히 눈에 띄고, 한 페이지 안에서는 전달력이 좋은, 다음이 궁금해지는 이미지이다. 그런데, 그 그림들이 모여서 서사가 쌓여야 할 때, 이 이미지만의 이야기는 갑자기 길을 잃어버린다. 마치 가장 중요한 열쇠 페이지가 빠진 양, 작가가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 잘 알기가 어렵다. 글 없는 그림책이 독자에게 해석의 다양성을 풍부하게 제공하는 것은 맞지만, 작가가 마련해 둔 선택지가 많은 것이지 독자가 어디로 가든 개의치 않거나 모호하게 끝나도 좋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달 도둑』
주인공도 매력적이고, 분방한 선의 자유로움이 느껴지며 실사와 카툰이 섞여 든 방식도 흥미롭다. 책의 초반은 이 우스꽝스러운 달 토끼를 계속 따라가 보고 싶도록 궁금증을 부르지만, 이후 그는 너무 쉽게 잡히고, 쉽게 반성하고, 예상 가능한 결론으로 마무리되어 섭섭하게 만든다. 달 토끼는 달을 누구에게 팔고자 했을까? 아니, 누구에게 팔 수 있을까? 달 토끼는 왜 더 멀리 가지 못했을까? 달 토끼는 지구 토끼와 무엇이 다를까? 달 토끼는 왜 홀로 있을까? 다시 돌아간 달 토끼는 행복한 걸까? 설정만 있고, 이유가 없다. 그 작고 세부적인 조각의 연원에서 독자는 납득하고 공감하며 재미를 느낀다. 쉬운 이야기가 어린이책은 아니다.

『창문』
창이 열리며 “눈을 떴어.”라는 첫 문장은 멋지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란 은유로서의 “창문”은 흥미로운 소재이다. 다양한 창문이 제시되고 창문이 보는 것들이 차례로 묘사된다. 그런데 글도, 그림도 제시에 머무르고 더 밀도 있게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이미 소재가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고 있는데, 글도 그림도 모호하여 독자가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생명이 없는 주인공에 독자가 감정을 이입하게 하려면 글 혹은 그림, 어느 한쪽을 더 선명하게 하면서 동시에, 남은 한쪽이 못다 한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해 주어야 한다. 창문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의 결론처럼 “더 새로운 것을 보는 것”만은 아닐 것 같다.

이수지(그림책 작가)


다른 때보다 많은 작품이 응모된 해였는데, 출품작이 놓인 회의 테이블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돌고 돌고 돌아도 수상작을 찾지 못했다. 더 많은 그림책 상들이 제정되고, 더 많은 창작 그림책이 출판되면 더 좋은 작품들이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창작의 시작에 모방의 단계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일부 출품작들이 기성 작가의 작품들을 잘못 오마주하는 데 그친 것들도 입맛이 썼다. 아쉬운 마음으로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딱하고 조금 더 좋아졌으면 하는 원고들을 언급한다.
『떼굴떼굴 사르르 사르르』
보는 재미를 선사하는 예쁜 색깔 그림책이다. 간단하지만 눈을 기쁘게 하는 세련된 조형미가 펼친 페이지를 오랫동안 들여다보게 한다. 여러 색깔의 친구들에게 알이 각각의 색깔을 얻는 이야기 역시 예상 가능한 즐거움이 있지만, 끝까지 펼쳐나가 절정에 이르는 결말은 시각적으로나 이야기적으로나 앞부분에 비해서 힘이 떨어진다.
『도공』
이미지의 독특함과 작가의 개성으로 눈을 끌었다. 도예의 뜨거운 불과 정연해야 할 기술의 이미지가 차분한 디지털 그림으로 구현되었는데, 어떤 얘기를 하고 있는지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고, 그 해석의 실마리를 찾아 책을 뒤져 읽다 보면, 이것이 무슨 말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글 없는 그림책이 제공하는 독자들에게 주는 읽기의 자유가 있겠지만, 작가의 손을 떠난 책이 언제나 작가의 설명을 필요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달 도둑』
자유로운 환상과 재미를 모두 갖춘 작품이다. 게다가 아이들이 열광하는 소재인 ‘도둑’이 제목에서부터 등장한다. 흑백사진 콜라주와 빠른 필치가 강조된 능숙한 선 드로잉은 처음부터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달토끼의 비행으로 작아져가는 달의 모습을 보며,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궁금증이 한껏 고조되었는데, 너무 쉽게 마무리된 갈등에 맥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재기 넘치는 이야기로 우리를 조금 더 행복하게 해 주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창문』
창문이 주인공이 되어 그가 담아내고 그가 보는 것을 이야기한다. 조금 더 주인공과 작가의 거리가 가까울 수도 있었을 텐데, 조각조각 난 상념들이 조금 더 철학적이고도 매끄러운 서사로 완성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마음으로 이 생각하는 그림책을 넘겨다보았다. 그림과 글이, 아이디어와 구현이 손을 잡고 조금 더 깊은 책을 만들어 내었으면 좋겠다.

이지원(그림책 기획자,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