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도깨비상 – 그림책 부문

수상작 및 작가

 

대상 「봄(see)」

심사위원: 박화영(구혜준)(아트디렉터), 이수지(그림책 작가)

시리즈 비룡소 창작 그림책 67 | 글, 그림 김은영
연령 5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20년 9월 11일 | 정가 14,000원
수상/추천 황금도깨비상 외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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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경위

 

제24회 황금도깨비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10월 31일 원고를 최종 마감하여 예·본심을 진행한 황금도깨비상 그림책 부문에는 총 98편이 접수되었습니다.

심사는 아트디렉터 박화영(구혜준) 님과 그림책 작가 이수지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접수된 작품의 수와 질을 고려하여 지난 11월 28일 본사에서 접수작 98편으로 예·본심을 치렀습니다. 그 결과, 98편 중에서 총 7편이 최종 심사에 올랐습니다. 두 심사 위원이 함께 논의하여, 참신하고 재미난 이야기, 완성도 높은 매력적인 그림이 돋보인 「봄(see)」을 대상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본심작:
『봄(see)』
『모모와 나나』
『열두 빛깔 그림자』
『그림자 나무』
『코와 두』
『나의 하루』
『유령 고양이』
심사위원:
– 박화영(구혜준)(아트디렉터), 이수지(그림책 작가)
해외 출판시장에 반가운 소식이 있다. 종이책이 디지털 콘텐츠에 서서히 흡수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종이책 판매가 늘고 있다고 한다. 볼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책의 무엇이 사람들의 관심을 꾸준히 이어내는 걸까. 책에는 책장과 책장 사이의 열린 공간이 있다. 한 번에 다 보여주고 다 말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 스스로 상상과 추리로 그 공간을 탐색하는 역할을 맡는다. 비밀스럽고 은근한 재미다. 뿐만 아니라 소장할 수 있어서 언제든지 함께할 수 있다는 친밀감은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그러나 이러한 책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관심은 디지털 콘텐츠에 붙들려 있다. 간단한 손동작만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즉석에서 볼 수 있어서 간편하기 짝이 없다. 노래나 춤은 따라 하기도 쉬워서 모방 본능을 충족시키니 화려하고 흥겨운 화면에 온 정신을 놓아버리게 만든다. 바보상자라고 불리던 TV와 비슷하다. 어쩌면 재미는 디지털 콘텐츠에 내어 주고 그림책은 상상과 추리의 재미와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점을 채워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책장과 책장 사이의 열린 공간을 통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힘, 자존감을 갖게 하고 스스로 세상을 구성하도록 이끌도록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황금도깨비상 그림책 부문 참가작들은 볼거리가 풍성하고 아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야기들이 특히 많았다. 대상작 「봄」은 마치 놀이동산에 다녀온 듯한 쾌감을 선물하는 특별한 책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환상을 실재처럼 꾸며서 실재보다 더 진짜 같은 체험을 경험하게 해 준다. 독자는 읽고 보고 느끼는 것만이 아니라 프로슈머로 그림책에 참여한다. “보이나요, 마녀가 보이나요?”라는 후렴구가 이어지는데 이는 화면을 구석구석 헤집고 다니게 하는 마법 같은 주문이다. 또한 그림 속 요소들을 연결하는 일종의 접속사 역할도 한다. 마녀를 찾으라는 주문을 따라 그림 곳곳을 다니는 길은 살뜰하고 재미지다. 독자는 예전에 읽었던 유명 그림책 속 주인공들과 마주치는 경험을 통해서 두 개의 눈을 얻는다. 샘솟듯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눈과 기억의 곳간에 있던 이미지와 이야기를 짜깁기하며 자기식으로 고쳐 쓰는 튜닝의 눈. 새롭게 얻은 이 눈은 늘 보는 평범한 일상의 사물들을 다시 관찰하게 하는 눈이다. 또 익숙하게 바라보던 버릇을 밀어내고 사물의 생김새를 들여다 보는 촘촘한 눈이다. 도입과 결말이 어색하여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흠결이 있어도 대상으로 선정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이 밖에도 「모모와 나나」, 「코와 두」, 「나의 하루」 등도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다. 「모모와 나나」는 기획의도와 주제가 맵시 있게 드러난다. 그림도 이야기도 캐릭터와 표지조차도 잘 만들어져 소장하고픈 그림책이다. 이야기 전개에서 독자의 관심을 두어 단계 뛰어넘는 재치만 보강된다면 더 바랄 여지가 없겠다. 「코와 두」는 주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 「나의 하루」는 내용이 평이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박화영(구혜준) / 아트디렉터


정성 가득한 응모작들을 만났다. 전체적으로 책의 꼴을 갖추는 것에 애쓰기보다는, 다소 미흡하더라도 작가의 강점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독특함을 부각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작가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보여주고 싶은 것에 대한 간절함은 결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드러나게 되어 있다. 엄마가 되는 경험과 자기 아이와의 교감을 다룬 작업들이 상당수 응모되었는데, 내 아이와의 사적인 일화를 보편적인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단계로 밀어 올리기 위한 통찰력이 필요해 보이는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여전히 어린이에 대한 추상적이고 낭만적인 접근도 많았다. 작가가 말 걸고 싶은 대상이 누구인지 곱씹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 되어 줄 것이다. 그 가운데 「봄」은 단연코 생생한 그림체가 눈에 띈 작품이다. 무엇이든지 자세히 볼 수 있는 망원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거북이 등껍질 무늬 속, 잎사귀의 얇디얇은 잎맥 위, 소라껍데기의 가느다란 홈 사이, 그리고 구멍 숭숭 뚫린 작은 돌 틈에서 작가가 만들어 놓은 놀랍고, 생생하고, 신나는 세계가 펼쳐진다. 통통 튀는 작가의 상상력이 심상치 않다. 꼬물꼬물 살아 있는 캐릭터들과 재기발랄한 색감이 화면 전체를 꽉 채워, 그림을 보고 또 보게 만든다. 평소에 작가가 끝없이 그리며 놀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을 듯한 활기와 유머, 그리고 그림 그 자체로 넘쳐흐르는 생명력이 돋보여 대상작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등장하는 사물들을 잇는 연상의 고리가 제시되어 서로 연결되면 더 흥미로울 것 같다. 이야기의 도입과 마무리 부분이 조금 보완된다면, 아이들의 사랑을 담뿍 받는 명랑하고 청량한 그림책이 될 것 같다.
수상작은 되지 않았으나 주목한 작품들은 「열두 빛깔 그림자」,「유령 고양이」,「그림자 나무」등이다.
소리의 색깔, 냄새의 촉감…그림책이 시와 가깝다는 것은 이 지점일 것이다. 「열두 빛깔 그림자」는 언어로 길어 올린 이미지들을 다양한 감각으로 펼치고자 한 야심 찬 시도이다. 이 책을 계기로 삼아 아이들은 아름다운 은유들을 쏟아낼 것 같다. 그러나, 시적인 언어의 표현에 비해 해당되는 그림은 글의 단순 번역처럼 느껴진다. 그림에 의해 제3의 공감각적인 도약으로 이어질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유령 고양이」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이야기가 물 흐르듯 술술 넘어간다. 새까만 몸에 발이 하얀 고양이는 ‘유령’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이고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가 끌고 가는 이야기 자체는 그리 강렬하지 못하고, 작가가 어떤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느껴졌다. 「그림자 나무」는 기다란 그림자 하나에서 출발하고 같은 캐릭터들이 반복 등장하는 단순한 설정의 형식미가 돋보인다. 글의 어투도 재미있어 그다음이 매우 궁금해져서 빨리 페이지를 넘기고 싶게 만든다. 그런데 나무 퍼즐들과 우산이 등장하는 결말은 난데없이 느껴진다. 작가가 의도한 환경 문제까지 독자가 가닿게 하려면 좀 더 정밀한 장치가 필요할 것 같다.

이수지 / 그림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