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도깨비상 – 그림책 부문

심사 경위

 

제20회 황금도깨비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10월 18일 원고를 최종 마감하여 예·본심을 진행한 황금도깨비상 그림책 부문에는 113편이 접수되었습니다.

예심에 어린이책 기획자 이지원 님을, 본심에 시인 최승호 님과 아트디렉터 박혜준 님, 그림책 작가 이호백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지난 11월 19일 오전 10시, 본사에서 예심 통과작 29편을 가지고 본심을 치렀습니다. 심사 결과 올해는 아쉽게도 수상작을 선정하지 못하였습니다.

내년에는 더욱 참신하고 풍부한 작품들을 만나길 바라며,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심사위원:
– 본심: 최승호(시인), 박혜준(아트디렉터), 이호백(그림책 작가)
– 예심: 이지원(어린이책 기획자)

전체적으로 응모 편수가 줄었고, 작품의 수준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올해는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공들여 작품을 준비했던 응모자들에게 수상의 기쁨을 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그동안 많은 신인을 배출해 온 황금도깨비상의 심사 기준에는 창의성과 예술성, 감동은 물론 무엇보다 책 한 권으로서의 완성도와 이 작품이 우리의 그림책 미래를 열 만한 신선한 열정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 매우 강하게 작용해 왔다. 신인이라면 발상의 새로움, 구성의 새로움, 표현의 새로움, 형식의 새로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한데 새로움을 창조해 내는 열정이 전반적으로 부족해 보였다.

예심을 통과한 29편 중에서 마지막까지 논의된 작품은 <깽깽이 노랑 장화>, <너희 윗집에는 누가 사니?>, <어린 고슴도치 재재의 여행>, <시골집>이었다. <깽깽이 노랑 장화>는 글과 그림이 유머러스하고 상상력이 풍부했지만 산만하고 집중력이 부족했다. <너희 윗집에는 누가 사니?>는 일상과 상상력이 어우러지고 화면 구성 감각도 뛰어난 작품이었지만 이야기 전개가 단조로웠다. <어린 고슴도치 재재의 여행>은 변신의 주제를 다루어 새로웠고, 색채나 선이 독특했지만 상상력의 폭이 크지 않아 아쉬웠다. <시골집>은 내용과 화면 구성의 완성도가 돋보였으나 이야기 전개에서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시킬 만한 요소가 부족했다. 네 작품 모두 짜임새 있고 능숙한 솜씨로 글과 그림을 다루었으나,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싶은 점이 있다.

그림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독자와 소통하려는 내용, 주제의식이다. 왜냐하면 감동은 이야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의미나 재미를 둘 수 없는 이야기에는 독자의 에너지가 소진되어 꺼질 뿐이다.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통하여 세상에 무엇을 새롭게 부려놓으려는지, 자신의 작품이 빚어내는 무늬가 독자들의 가슴과 눈을 어떻게 성장시키는 거름이 될 것인지에 대해 작가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 “소통”에 대한 내용을 앞에 두고 잠시 스스로 질문을 해 보자.

– 한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가?
– 아이가 커서 살아가게 될 세상은 어떤 곳이기를 바라는가?
– 아이에게 삶에서 소중한 것들은 무엇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주제의식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한 권의 그림책으로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심도 있는 장치를 구사하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 창작 그림책에는 신선한 발상과 주제의식, 작가만의 개성 있는 해석이 구성에 녹아들어야 하는데, 이것은 서사성과 형상성,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로 드러난다. 전개 방식과 상황설정의 억지, 판에 박힌 구조라면 이야기의 객관성과 개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디어란 무엇인가? 무언가 주제의식을 가지고 짜 맞추는 것은 좋은 숙제 결과는 될 수 있지만 진정한 아이디어라 보기 미흡하다. 그보다는 주제를 아우를 만한 강력한 이미지 하나를 일상에서 또 나름의 상상의 공간에서 떠올려 볼 수 있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그런 새로운 생각이 들 만하게 평소에 체험하고 감상하는 일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심사하는 내내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 해였다.

인터미션, 쉬는 시간은 제대로 쉬어 주어야 한다. 의도적으로 굳은살을 벗겨내고 벗겨냄으로써 새 살이 돋도록 해야 한다. 겉살과 속살은 서로의 접점에서 긴장을 유지하며 성찰의 돌아보기를 할 것이다. 어느 일에나 실패와 도전의 시간은 필요하다. 뒤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의 향방을 가늠해 보는 시간. 새로운 실험의 데이터를 백업하고 발전시킬 자양분을 갈무리해 두는 시간, 그것이 인터미션일 게다. 한해갈이 과실나무처럼 내년에는 더 큰 수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