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도깨비상 – 그림책 부문

수상작 및 작가

 

우수작: 정진호 「벽」, 유재숙 「차마고도」

심사위원: 박화영(아트디렉터), 이호백(그림책 작가)

시리즈 비룡소 창작 그림책 53 | 글, 그림 정진호
연령 6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6년 6월 2일 | 정가 13,000원
수상/추천 황금도깨비상 외 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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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비룡소 창작 그림책 57 | 글, 그림 유재숙
연령 5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7년 3월 3일 | 정가 11,000원
수상/추천 황금도깨비상 외 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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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를 넘어 (보기) 판매가 9,900 (정가 11,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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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경위

 

제22회 황금도깨비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10월 30일 원고를 최종 마감하여 예·본심을 진행한 황금도깨비상 그림책 부문에는 130편이 접수되었습니다.

그림책 부문은 작년 한 해 숨고르기를 한 만큼 완성도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접수된 작품의 수와 질을 고려하여 지난 11월 23일 본사에서 예 · 본심을 함께 치렀습니다. 심사는 아트디렉터 박화영 님과 그림책 작가 이호백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본심에 오른 작품 48편 중에서 이야기와 그림의 조형미가 인상적인 작품 10편이 최종 심사에 올랐습니다. 두 심사 위원이 함께 논의한 결과, 간결한 색채와 구성으로 연출력이 뛰어난 작품「벽」과 시원하고 빠른 전개가 매력적인 작품「차마고도」를 각각 우수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내년 황금도깨비상에서는 꼭 좋은 작품을 만나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심사평

본심작: 「벽」, 「차마고도」,「토끼의 비밀」, 「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 「재우와 진우의 미국 구경」, 「울보 바위」, 「반짝반짝 별, 못난이 개구리」, 「뮤의 산책」, 「모냐와 멀로」, 「파랑 오리」
심사위원:
- 예,본심: 박화영(아트디렉터), 이호백(그림책 작가)
공모전을 진행하지 못한 지난해의 서운함이 올해에는 풍성한 수확으로 찾아왔다. 올해 황금도깨비상의 응모작들은 예년보다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꽤 여럿이었다.「차마고도」는 푸르른 어둠 속 자연의 아름다움이 풍요롭다. 어린 말이 토끼와 두꺼비를 태우고 달린다. 강, 동굴, 산, 바다까지 말이 걷고 뛰고 달리며 고대인의 암석화도 보고 민화의 호랑이와 닭도 마주친다. 그러다가 바닷물에 풍덩 빠지며 고래를 만나 말은 혼자 남고 토끼와 두꺼비는 달까지 오른다. 책장을 넘기며 달은 하현, 그믐, 초승, 상현, 보름달로 바뀌는데 마지막에 이르러 말은 혼자 남아 토끼는 달에서 엄마를 만났을까를 생각하며 끝난다.
속도감 있게 변화하는 이미지 연출이 탁월하다. 짜임새가 정교하여 그림 속으로 절로 몰입되는 힘이 내장되어 있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플롯 설정에서 노련하다. 거대한 나무의 실루엣을 보며 떠올린 허구일 텐데 어린 말이 달을 보며 만든 상상의 공간이 이 그림책의 전개이며 또한 토끼와 두꺼비가 말의 도움으로 달에 간 이야기일 수도 있다. 뚜렷하게 주인공을 내세울 수 없는 이러한 장치는 그림책을 보는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초대한다.

「벽」은 기획, 주제 전달 효과가 뛰어나다. 화면 감각이 간결하면서도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알맞다. 시각적 발상이 보다 전방위로 연출되어 다의적이고 다층적인 성찰에 이르게 하는 방식을 연구했으면 좋겠다.

「토끼의 비밀」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을 비밀로 감추었다가 털어놓는 사랑스러운 이야기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배경 그림 스타일과 색감을 조금만 바꾸면 더 좋았을 것이다.

「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는 흥부놀부의 제비 집짓기로 삶의 고달픔을 우화한 팩션(팩트 fact와 픽션 fiction)이다.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철새라는 단서를 실마리로 삼아 전래동화라는 역사적 시간과 상상력(픽션fiction)이, 생태라는 사실(팩트fact)과 만남으로써 이야기의 감칠맛을 더한 것은 큰 장점이다. 하지만 흥부가 나오는 후반부로 가면서 전개가 평이해졌다.

「재우와 진우의 미국 구경」은 그림 솜씨가 상당하다. 하지만 그림 엽서를 한 장 한 장 보는 것 이상의 감흥이 없다.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어린이들만의 투명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아쉽다.

「울보 바위」는 그림 전개가 재미있는데 서사의 고유성과 주제 해석의 깊이가 미흡하다.

「반짝반짝 별, 못난이 개구리」는 반복의 맛을 살려 주제에 이르는 반전이 상상력을 시원하게 열어 주는 그림책이다. 이야기 구성의 재미와 시각적 연출의 묘미가 살도록 수정 보완이 되길 바란다.

「뮤의 산책」은 기획, 그림이 좋은데 장면마다 언급된 동화 속 등장인물을 발견하고 연상해내기 어렵다.

「모냐와 멀로」는 유기묘의 출산과 입양,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며 한데 어울려 살기를 보여 준다. 터치와 전개의 내재율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버무려져 있다. 아쉬운 점은 모냐와 멀로만의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독자는 일상의 디테일이 살아 있는 감정 묘사에 감동한다. 그럴 때 이야기는 다른 경험에 접속되고 상상의 지평도 드넓어진다.

「파랑 오리」는 따스한 장면 연출과 정감가는 캐릭터로 서로 다른 차이를 존중하고 함께 보듬는 가치를 전하는 그림책이다.

비록 대상을 내지는 못하였으나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각기 뚜렷한 개성과 장점을 지니고 있다. 수정 보완하면 충분히 단행본으로 출간이 가능하리라 여겨진다. 가능성을 보여 준 응모자분들께 뜨거운 격려를 보낸다.

아트디렉터 박화영(구혜준)


올해 황금도깨비 상에 응모한 많은 작품들 중 인상적인 10편이 최종 심사에 올랐다. 열거하면서 간단한 평을 하자면,「차마고도」는 시원하고 스피디한 전개가 매력적이다.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재미있다. 완성도도 높아 바로 출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색상이 너무 단조로워서 지루할 수 있다. 이런 점만 극복한다면 개성 있고 새로운 작품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벽」은 간결한 카툰과도 같은 깔끔한 작품으로 내용 구성과 그래픽이 모두 우수하다. 그러나 이런 작품의 경우 이 작가의 연속적인 작업에 대한 궁금증을 낳게 한다. 과연 어떤 내용으로 새로운 책을 또 할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완결된 작가 전체의 모습을 궁금하게 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토끼의 비밀」은 그림의 완성도가 높고, 이야기도 재미있다. 전체적으로 완성된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왠지 진부하단 생각이 드는 것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어서다. 먼저 색깔이 진부하다. 너무나 많은 노랑을 써서 따뜻하고 포근하게 하고자 한 것 같지만 좀 답답해졌다. 색채를 다루는 약간의 기술만 더해진다면 수준 높은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겠다.

「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 이 작품은 바로 시장에 내놓아도 좋을 만큼 기성 작가의 완성도에 닿아 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점이 단점이기도 하다. 워낙 완성도가 높다 보니 이야기 역시 그에 못지않은 결말을 요구하는데, 결말을 얼버무린 듯한 느낌을 준다. 완벽한 넌센스로 갈 것인지 새로운 설화적 구조를 가질 것인지 갈등하는 가운데 책장을 덮게 되는 아쉬움이 있다.

「재우와 진우의 미국 구경」은 일러스트레이션과 파인 아트의 경계에서 트렌디하게 접근한 그림이 매우 완성도가 높다. 하지만 워낙 유사한 기획들이 많아 그 의미가 다소 퇴색될 수 있는 기획이다. 여기에 좀 더 색다른 스토리 라인 하나가 더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아예 화집으로 완성하면 멋진 책이 되지 않을까?

「울보 바위」는 내용도 재미있고, 그림도 이 작가의 엉뚱함을 그대로 보여 주는 듯 참신하다. 다만 그래픽이 너무 과다하고 절제가 되지 않아 산만한 느낌이 든다. 이런 점을 편집에서 보완한다면 귀엽고 엉뚱한 그림책으로 거듭날 수 있겠다. 이 작가의 드로잉과 그래픽을 다루는 솜씨가 놀라운 만큼 이에 따르는 편집과 구성의 능력이 구비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가로 거듭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반짝반짝 별, 못난이 개구리」는 환상적이고 재미난 이야기로 덤덤하게 페이지를 이끌어나가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표현이 좀 무겁고,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지나친 극적 전개 등으로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작품이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런 시도와 끈기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으며, 언제든 세련되게 다듬을 수 있는 옥석 같은 작품이라 하겠다.

「뮤의 산책」은 그림책 한 권에 여러 유명한 전래동화와 아동문학의 주요 작품을 담는다는 프로젝트 그림책이다. 그런데 이런 책에 반드시 따라야하는 것은 ‘그런데 왜 그런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 거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일 것이다. 이에 작가는 그저 랜덤하게 놀이적으로 다룬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도 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높게 살 수 있는 멋진 시도.

「모냐와 멀로」는 위의 ‘미국 구경’을 그린 작가의 다른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완성도 높은 그림으로, 직접 기른 듯한 고양이 이야기가 잔잔히 펼쳐진다. 이야기도 무난하고 그림도 너무 훌륭하다. 그러나 다 읽고 그림을 감상하고 나면 어딘가 허전하다. 이야기가 나쁘진 않으나 감동이 덜하고, 그림을 감상하게 하는 어떤 동력으로서의 역할을 잘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 그림 그대로 좋은 책이 될 수 있는 길이 분명 있을 것만 같다. 시간이 필요한 일.

「파랑 오리」 이 작품도 ‘벽’처럼 완성도 높은 선묘의 세련된 그래픽으로 마무리되었다. 종의 이질감을 극복하고 사랑으로 마무리 하는 이야기는 이런 내용의 그림책들이 하나의 장르를 이루고 있을 만큼 수가 많아 그리 새롭지만은 않다. 하지만 바로 출판이 되어도 좋을 만큼 깔끔한 작품이다.

이중 우수작으로 「벽」과 「차마고도」를 선정한다.

그림책 작가 이호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