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도깨비상 – 그림책 부문

수상작 및 작가

그림책 부문 당선작: 우수상 『이야기를 파는 가게』

심사위원: 이수지(그림책 작가), 이지원(그림책 기획자, 번역가)

 

동화 부문 당선작: 대상 『핼러윈 마을에 캐럴이 울리면』

심사위원: 황선미(동화작가), 강정연(동화작가), 김유진(아동문학 평론가)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23년 11월 27일 | 정가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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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경위

제29회 황금도깨비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10월 31일 원고를 최종 마감하여 예·본심을 진행한 황금도깨비상에는 동화 부문에 총 103편, 그림책 부문에 총 102편이 접수되었습니다.

그림책 부문에는 총 102편이 응모되었습니다. 심사위원으로 그림책 작가 이수지, 그림책 기획 및 번역가 이지원 님을 위촉하여 11월 22일 본사에서 예·본심을 진행하였습니다. 본심에 오른 총 5편을 논의하였고, 오래 심사숙고한 끝에 『이야기를 파는 가게』를 우수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동화 부문에는 단편과 장편을 포함한 총 103편이 응모되었습니다. 심사위원으로 동화작가 황선미, 동화작가 강정연, 아동문학 평론가 김유진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먼저 응모작을 각각 위원들에게 보내어 심사한 결과, 총 5편을 본심작으로 천거, 12월 12일 본사에서 본심 심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심사위원이 함께 모여 논의한 결과, 『핼러윈 마을에 캐럴이 울리면』을 대상작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그림책 부문

본심작:
『이야기를 파는 가게』
『새벽 시장』
『빨간 토끼』
『Wohin gehst du?』
『I Want』

올해도 어김없이 흥미로우면서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들을 여럿 만났다. 응모작들을 보면서 결국 드는 생각은 “그래서 당신은 이 작업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이었다. 종종 사소한 계기에 의해 그림책은 시작된다. 이 이야기를 전해보고 싶었던 가장 처음, 반짝 떠오른 섬광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것이 될 이야기라면,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나도 몰랐던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되면서 결국 하고자 했던 이야기의 끈이 이어진다. 그림책 한 권 만들 때마다 도를 닦는 느낌이라면 좀 우습지만, 분명 작품을 거듭할 때마다 창작자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것은 확실하다. 거기까지 왔다면 이제 소통에 대해 생각할 때다. 내가 생각하는 이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가장 잘 전할 수 있을까. 그림책을 출판사를 통해 출간하려 한다면, 그 고민은 인쇄되어 매대에 올려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말아야 한다.

『이야기를 파는 가게』에는 즐거운 그림책 놀이의 가능성이 담뿍 담겨있다. 우선 산뜻한 그래픽과 군더더기 없는 도입으로 주의를 끈다. 하지만 기계에서 만들어진 재미있는 이야기가 몇 가지 더 있었으면, 조금 더 짧고 강렬하고 명쾌했으면 싶다. 거기에 더해서, 생성된 이야기가 여전히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측면이 주목받을 수 있는 시각적 장치가 보완되면 더 좋을 것이다.
이 책은 마주한 아이들과 놀고자 하는 작가의 즐거운 태도와 마음이 돋보여 우수상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뽑기 기계의 버튼을 누르고 이야기보따리가 굴러 나올 순간을 발 동동 구르며 기다릴 반짝이는 눈의 독자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새벽 시장』의 그림은 정말 좋다. 통통한 생선, 눈치작전을 펴는 상인들의 동세와 몸짓, 각종 도구며 트럭이며 고깃배를 표현하기 위해 물감을 쓱쓱 바른 터치가 힘차고, 무엇보다 색감이 놀라울 정도로 좋다. 이렇게 빨강과 분홍을 잘 쓰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좋다. 하지만 그림책은 그림 한 장이 아니라, 그림과 그림 사이, 그리고 그 그림들을 엮어서 결국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새벽 시장의 북적이는 활기를 정말 보여 주고 싶다면, 비슷한 중경의 나열이 아니라 근경과 원경을 섞은 시장의 입체적인 면모와 생생한 주인공들이 필요하다. 하루를 시작하는 짧은 시간에 집중한다면 하늘의 변화와 분위기의 변화도 큰 소재다. 그리고 그 모든 그림이 하나로 모이는 지점, ‘정말 내가 보여 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를 끝까지 놓지 않아야 한다. 그림의 힘이 모여 이야기를 터트려야 한다.

『빨간 토끼』는 작가의 머릿속에 한 번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 넘치는 원고다. 살이 조금 찐 빨간 토끼 돼지 저금통, 난데없이 스위스 국기가 된 빨간 토끼, 빨간 벽지 위에 딱 달라붙어 있는 스파이 토끼 등 웃음이 터지는 아이들다운 상상에, 아이들다운 표현이 매력적이다. 그런데 그림의 문제로 돌아가면 조금 헷갈리기 시작한다. 분명히 자기 스타일이 있는 작가 같은데 그림은 애매하다. 다소 나이브한 그림체인데 이게 의도적인지, 작가의 한계인지가 헷갈리고, 그것이 재미를 방해한다. 아이들답다는 것은 핵심일 뿐, 그 자체가 그림이 되지는 않는다. 좀 더 정제된 표현으로 이 재미있는 원고를 살리길 바란다.

『Wohin gehst du?』는 나무랄 데 없이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본인의 스타일이 확고하고, 특히 흑과 백만으로 다채롭게 그려내는 밤 풍경은 그 자체로 전체 이야기의 분위기를 압도한다. 나방의 군무, 목적 없는 혹은 맹목적인 나방의 행보는 허무하고 눈부시게 아름답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의 풍경일 뿐이다. 풍경 자체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역부족이다. 다음 단계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장면들이 갑작스럽고 논리적으로 잘 이어지지 않아 흐름이 끊긴다. 이야기의 뒷부분이 아쉽다. 아름다운 밤만큼이나 아침의 태양도 충격적이어야 할 터이다. 마지막에 묘사된 너무 큰 나방과 너무 큰 청소기의 입은 이전에 쌓인 복잡 미묘한 감정을 그냥 놓아버리게 만든다. 독자는 어디에 이입해야 하는가? 여러 시각적 단서들을 열심히 따라간 독자가 감정을 이입할 자리와 여지를 주어야 한다. 이 그림책은 누구를 향하는 것인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I Want』는 시각적 표현이 아름답고, 안과 밖이 절묘하게 들어맞아 놀라움을 주는 그림책이다. 타공 그림책은 언제나 흥미롭지만,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내고 그만큼 만족감을 안겨줘야 그 장치들이 더 빛을 발할 것이다. 예쁘고 따뜻한 그림이 무색하게, 기대를 안고 끝까지 넘겨봐도 무엇을 보았는지 알기가 어렵다. 이 무수한 ‘안과 밖’ 속에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 여기서 이야기는 반드시 기승전결의 서사가 아니다. ‘무엇을 보는가?’에 대한 답이 명확하면 그것이 이야기가 된다. 서로를 발견하는가? 무엇을 향해가는가? 이 발견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형식은 내용이 되고, 내용은 형식이 되는 그림책은 쉽지 않지만, 그만큼 보상도 크다. 단순한 형식일수록 잘 짜여야 하는데 시작에 머무른 듯한 아쉬움이 있다.

이수지(그림책 작가)


2022년은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해였다. 그 2022년의 마무리는 황금도깨비상을 뽑는 것이다. 그 도깨비는 정말 황금일까, 우리의 그림책 세상에서 어떤 방망이를 휘두르게 될까, 그를 지명하는 것이 지금의 그림책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102점의 후보작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비룡소 회의실로 향하며 들었던 생각이었다. 올해는 아쉽게도 대상을 뽑지 못하였다. 하지만 작년보다 좋았던 것은, 본심에 올라오지 못한 원고 중에서도 그림이 볼 만한 작품들은 꽤 있었다는 사실이다. 점점 더 많은 것을 보아 온, 그림에 대한 정보와 실력을 갖춘 젊은 작가들이 그림책 창작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역시 그림을 배우고 그림을 이해하는 것은, 그림책을 이해하고 그림책을 이해하는 것보다는 쉬운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로 대한민국에서 그림책 출간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것을 야심 찬 젊은 미술인들은 알고 있는 것일까?
『이야기를 파는 가게』는 그림과 글을 통해 이야기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매우 근본적인 이야기이다. 소재와 종류, 등장인물과 배경 같은 요소를 조합하는 작가 머릿속의 과정이,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게임기나 기계를 통해 실제로 만들어진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의 예시가 펼쳐지는 것을 보며 감탄하게 된다. 그림은 픽셀 모듈과 간략한 선들이 잘 어울려 있는데, 조금 아쉬운 점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예시 이야기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만큼 재미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장치를 통해 ‘창작’과 ‘스토리텔링’이라는 어렵고도 추상적인 개념의 원리와 과정을 명쾌하게 설명해 내는 똑똑한 구성과 어린이 독자의 세계에 과감히 들어갈 수 있는 패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빨간 토끼』는 대체로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그림의 기술이 뛰어난 본심작 중 기조를 벗어난 작품이었다. 원고를 처음 보았을 때도 웃음이 터지고 말았는데, 다시 보아도 또 재미있다. 거리낌 없는 그림의 구성도 재미있긴 하지만, 독자가 마음 놓고 편안히 볼 수 있을 정도로만이라도 시각적 표현이 능숙했으면 좋겠다.
『Wohin gehst du?』는 심각한 주제를 다룬 그림책이다. 외국어 제목과 함께 강렬한 흑백의 드로잉이 가진 힘과 화면 구성의 뛰어남에 단연 주목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으나, 작품의 메시지는 우울하면서도 모호하다.
『I want』는 종이에 구멍을 뚫는 기법을 이용하여 앞 페이지와 뒤 페이지, 서로 다른 세계로의 열망과 소통을 그리려고 한 것이 아닐까 하고 짐작되었던 작품이다. 색채의 조화가 뛰어난 시각적 표현은 인상적이었지만, 역시 메시지가 모호하다.

『새벽시장』은 아침이 밝아오는 항구 풍경을 그린 그림책이다. 대담하고도 완벽하게 제어된 색의 사용이 원고를 덮은 후에도 기억 속에 깊이 남았다. 그러나 그림에 비해 글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과 그림 그리고 작품 전체가 가지고 있는 의도가 독자를 설득하고, 감동을 주는 그림책이 되길 바란다.

이지원(그림책 기획자, 번역가)


동화 부문

본심작:
『시유어게인』
『그때목욕탕』
『녹우미술관』
『미스터리 이사 전문 야반도주』
『핼러윈 마을에 캐럴이 울리면』
본심에 올려 검토한 작품은 5편이었다. 모두 판타지 기법의 동화였는데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저마다 장점이 분명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랜 기간 리얼리즘이 강세였던 우리 동화가 이제 판타지에도 자신 있어 보였다. 다만 이처럼 우수한 작품에서조차 판타지에 가려 정작 어린이를 잃은 듯한 염려가 드는 면도 여전히 있었다.
『시유어게인』은 저장강박이 있는 노인과 그를 도우려는 도깨비들 이야기가 중심인 작품이다. 도깨비가 깨어나는 장면에서 도깨비에 대한 작가의 지식과 정보를 짐작할 수 있었으나 그에 비해 작품 속 도깨비들의 활약은 단순했다. 도깨비 캐릭터와 그들이 일으키는 사건이 입체적이지 못하니 수동적으로 도움을 받는 노인의 인생사가 더욱 부각되어 결국 어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됐다. 해외 입양, 소꿉친구와 관련된 묘사와 설정도 다소 전형적이고 낭만적이었다.
『그때목욕탕』은 중의적인 제목과, 어린이의 일상에 밀접한 SNS와 반려동물이 소재인 점이 우선 눈길을 끌었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어린이 인물의 마음을 타임 리프(Time leap)로 보여주는 방식이 참신하다 할 수는 없지만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연상될 만큼 흥성스러운 판타지 공간은 흥미로웠다. 그럼에도 주인공이 서사를 이끌 만큼 주도적이지 못해 그가 잘못된 현실을 수정하려는 행위의 간절함에 공감하기 힘들었다. 더불어 문제 상황이 오직 판타지 세계로 옮겨 가 해결되고 현실과는 별다른 접점을 지니지 못한 채 인물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녹우미술관』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경험하는 폭력을 호러 장르로 재현하면서도 장르 문법에 기대는 데서 나아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점이 돋보였다. 미술관과 비자나무숲을 배경으로 시종일관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묘사는 공포에 슬픔의 정서를 더하며 어린이 인물들의 고통에 공감하게 만든다. 하지만 구성과 서사 전개에 아쉬움이 컸다. 연작 형식의 구성에서 각 장이 동등한 비중으로 완결되지도, 전체 서사의 흐름을 이어 가지도 못했다. 장마다 초점 화자나 시점이 변하면서 주인공은 후계자 미션의 당사자이기보다 사건의 소개자에 머물렀다. 한편 마지막 장의 급한 마무리로 어린이의 폭력 피해를 애도할 장치가 없어지면서 전반부에서 독창적으로 마련한 정서적 공감대가 이어지지 않았다.
『미스터리 이사 전문 야반도주』는 뛰어난 가독성, 속도감 있는 전개, 탄탄한 구성, 생동하는 인물 등의 장점이 많은 작품이었다. 소위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의 현실 인식을 동화에 가져온 점은 현실에서 반 발짝 떨어진 자리에서 윤리를 설파하는 여느 아동문학에 도전하는 듯 통쾌했다. 하지만 이 시대의 ‘이생망’에 담긴 자조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어린이 독자에게 전하는 윤리를 발견하기는 힘들었다. 주인공의 부모가 ‘이생망’의 원인으로 여긴 빈곤은 개인의 근면함으로 극복 가능한 일로 그려졌지만 이는 작품이 제시한 현실 인식의 해답으로 부족했다. 또한 무의미한 노동과 사회적 고립 상황을 장치 삼아 돈과 행복의 불일치를 손쉽게 강조하면서 주제를 다양하게 성찰하는 지점이 축소됐다. 어린이가 아닌 부모의 일로 서사가 진행되고, 가짜 가족의 앞으로 행방이 밝혀져야 하는 문제 또한 남아 있다.

『핼러윈 마을에 캐럴이 울리면』은 핼러윈과 크리스마스라는 기념일의 시간성을 선악 구도의 공간성으로 확장시키며 선이 승리하는 세계를 보여 준다. 주인공이 산타클로스 마을을 구하기 위해 핼러윈 마을에서 활약하는 장면들은 선명하고 역동적일 뿐 아니라 쨍하게 반짝이는 눈과 얼음처럼 깨끗하고 시원스럽다. 때로 우리 동화들이 짙게 밴 부정과 냉소에 머무르는 가운데 온전한 선을 확고히 신뢰하며 세계를 구하는 이 이야기는 유달리 특별해 보였고 반가웠다. 동서양의 옛이야기 캐릭터가 연이어 등장하고, 수백 년 전 문화콘텐츠인 옛이야기와 오늘날 K-POP 현장을 종횡무진하는 서사는 거침없이 혼종적 텍스트를 만들어 냈다. 잭오랜턴을 장황하게 소개하는 도입부가 서사 전개에 필수적인지 의문이 들고, 주인공이 핼러윈 마을의 여러 캐릭터와 만나는 모티프들이 전체 여정에 좀 더 유기적으로 연결될 필요는 있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새로운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생겼다는 즐거움이 훨씬 더 압도적이어서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한다.

황선미(동화작가), 강정연(동화작가), 김유진(아동문학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