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이론가인 마쓰이 다다시는 그림책 보여 주기의 효과에 대해 “조그만 씨앗이 어린이의 마음속에 남아 있다가 긴 세월을 거쳐 여러 가지 체험과 사색을 통하여 싹트고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조그만 씨앗은 바로 그림책,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그림책이 주는 다양한 가치를 말합니다. 그 조그만 씨앗 중에는 금방 싹을 틔우는 것도 있고 아주 천천히, 더디게 싹을 틔우는 것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영영 싹을 틔우지 못한 채 땅속에서 죽어 버리는 씨앗도 있답니다.
어떤 씨앗이 아이의 마음에 남기를 바라시는지요? 첫 번째 씨앗이라고 말하는 부모님들이 많을 겁니다. 두 번째 씨앗은 기다려야 하고, 세 번째 씨앗은 쓸모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이의 성장에는 세 종류의 씨앗 모두가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그림책이라 해도 아이의 무의식에 남아 성장하는 내내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반대로 지금은 열광하며 보는 그림책이 시간이 지난 후 기억조차 못할 정도로 까맣게 잊혀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림책에 대해 아이가 보이는 당장의 반응이 전부가 아니며 세 종류의 씨앗 모두가 가치 있음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종류의 씨앗이 모두 가치 있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이의 연령별 발달 특성을 고려해서 그림책을 고르고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요즘 아이들은 자기 나이보다 높은 수준의 내용을 담은 책을 보고 있습니다. 독서 조기 교육은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내용과 주제까지 조기 교육이어서는 곤란한데 말입니다.
책은 음식과 같아서 이유식을 해야 할 유아에게 어른의 밥과 반찬을 주면 탈이 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 나이에 굳이 알 필요 없는 내용과 정보를 담은 책을 너무 많이 보여 주면 아이는 그것을 소화해 내지 못합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탈은 나지 않는다 해도 무의식 속에 피곤함과 거북함으로 남게 되지요.
2회에 걸쳐 엄마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인 ‘유아가 문학적 경험을 하는 과정’과 ‘연령별 발달 특성을 고려한 그림책 선정’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 볼까 합니다. 이달에는 0세에서 5세에 이르는 영유아기까지, 다음 달에는 5세에서 8세까지 초기 아동기의 발달 특성을 다루고 그에 적절한 그림책을 소개하겠습니다.

그림책에 반응하는 유아들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놀라고 찡그리고 슬픈 표정을 짓습니다. “우우.” 소리를 내거나 재미있는 단어를 따라하고, 그림책 속 주인공을 따라 몸을 움직이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느낌을 한두 단어로 표현하기도 하지요. 이런 반응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으면 그림책으로 아이와 소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통해서 어떤 것을 경험하게 될까요?

어린이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습니다. 악역을 맡은 배우가 등장해 착한 주인공을 괴롭히는 장면에서 유아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야유를 보내는 것이지요. 심지어는 악당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피터팬 공연에서 후크 선장은 곧잘 야유의 대상이 되지요. 어느 누구도 유아들에게 그런 야유를 보내라고 시키지 않았는데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요?
이는 ‘시적 정의(詩的 正義, poetic justice)’ 라는 용어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시적 정의는 정의롭고 착한 주인공은 반드시 이기거나 복을 받고, 힘이 세지만 악한 자는 반드시 패배하거나 벌을 받는 권선징악형 스토리의 핵심입니다. 유아들은 시적 정의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착한 사람이 힘든 상황에 빠지는 것을 아파하고 동정하는 반면 악한 사람이 벌을 받을 때는 매우 기뻐하고 통쾌해합니다. 또한 그림책을 보면서 주인공의 올바른 삶을 동일시하고 내면화해서 자신의 삶에 반영합니다.

유아들은 그림책을 보면서 재미있게 언어를 배웁니다. 그림책을 읽어 주는 엄마의 목소리를 통해 맨 먼저 듣기 능력을 기르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말하기, 읽기, 쓰기 능력을 향상시키지요. 엄마가 들려주는『사과가 쿵!』(보림)을 보면서 “사각사각”, “우적우적”, “쩝쩝” 같은 의성어를 따라하는가 하면, 『곰 사냥을 떠나자』(시공주니어)를 보면서 “덤벙텀벙 덤벙텀벙”을 소리 내어 말하며 즐거워합니다. 7세 유아가 『삐딱이를 찾아라』(비룡소)를 보면서 반복되는 문장인 “오른발, 왼발, 앉았다, 일어났다. 하나! 둘! 펄쩍”이란 말을 몸짓과 함께 따라 합니다. 유아들이 그림책 속의 의성어, 의태어, 반복되는 문장이나 재미있는 문장을 따라하며 언어의 운율을 경험하고 언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유아들은 어른들이 읽어 주는 그림책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책을 보는 동안 기쁨, 즐거움, 슬픔 등의 정서적 감흥을 경험하고 상상력을 발달시켜 나갑니다. 콩쥐 팥쥐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마! 콩쥐가 불쌍해.”라고 말하거나 슬픈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가 슬퍼!”라고 말합니다. 그런가 하면 새엄마와 팥쥐가 착한 콩쥐를 괴롭히는 장면에서는 “새엄마 나빠! 팥쥐도 나빠.”, “내가 콩쥐를 도와줄 거야.”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는 등장인물에 대한 이해와 정서적 감흥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는 내면화가 이루어지면서 나오는 반응입니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시공주니어)를 읽어 준 다음 “그림책 재미있었어?”라고 물으면 “나도 괴물 나라에 가고 싶어요.”, “거기 가면 엄청 재미있을 것 같아요.” 같은 대답을 합니다. 『마녀 위니』(비룡소)를 읽고 나서 “나도 요술 지팡이 갖고 싶어요.”라고 웃으며 말한다면 상상력을 통해 즐거움을 경험했다는 의미입니다. 『쥐돌이와 팬케이크』(비룡소)를 읽고 난 뒤에 색종이로 바나나, 호두, 생선, 당근 모양의 팬케이크를 만들어 동생과 사이좋게 나눠 먹자고 하면 “냠냠” 소리를 내며 맛있게 먹는 흉내를 내며 즐거워합니다. 이는 문학적 체험과 확장이 이루어지는 과정이자 다른 사람과 즐거움을 공유한 데서 나온 반응입니다.

유아들이 그림책을 보면서 문학적 감수성을 발달시켜 가는 변화는 표현력의 향상으로 나타납니다. 시 그림책을 많이 본 유아가 바람이 몹시 부는 날 “바람한테서 ‘슝슝’ 소리가 나.”라는 말을 하면서 바람 부는 날의 느낌을 동시로 표현하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아이의 표현 능력이 발달한 것은 물론이고, 문학적 양식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유아가 강소천의 동시 「나무야」를 들은 뒤, 공원에서 나무를 보고 “키 큰 나무야 안녕! 다리 아프지?” 하고 말하기도 합니다. 문학적 감수성이 발달하면서 사물의 인격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인격화란 동물과 식물에게 애정 어린 관심을 표현하고 화초에 물을 주거나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등 생활에서 바람직한 행동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뜻합니다.

연령별 발달 특성을 고려한 그림책을 고를 때는 인지, 언어, 심리, 신체 발달을 모두 반영해야 합니다.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 프로이트의 심리 성적 발달 이론, 에릭슨의 심리 발달 이론, 매슬로의 욕구 위계설 등 많은 이론가들이 연령대별로 발달 특성을 제시했지만 이 모든 이론을 아울러서 그림책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간단히 영아기(0~1세), 걸음마기(1~3세), 유아기(3~5세)의 전반적인 발달 특징을 다루고, 그에 적절한 그림책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기는 생후 3~4개월이 되면 응시가 가능합니다. 이때는 큰 그림이나 대조적인 색상의 패턴이 실린 초점 그림책, 누워서 볼 수 있는 모빌 형태의 그림책을 보여 주는 것이 좋습니다. 흑백보다 컬러를 좋아하지만 단색 컬러보다는 흑백 패턴을 좋아하며, 직선보다 곡선을 선호하고 대조되는 색 패턴을 좋아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태어나서 백일까지 시각훈련그림책-패턴』(삼성출판사),『보아요』(블루래빗),『까만 고양이 하얀 고양이』(비룡소),『멍멍 왈왈』(비룡소)과 같은 그림책이 적절합니다.
4~6개월이 되면 원하는 물건을 잡을 수 있고 입과 입술을 통해 주위 물건을 탐색하기 시작합니다. 7~9개월이 되면 사물을 떨어뜨리거나 던질 수 있으며 기어 다니기 시작하고 9~12개월이 되면 걷기 시작하고 손을 다루는 기술이 발달합니다. 생후 1년경이면 한 단어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마음껏 물고 빨고 만지고 냄새 맡을 수 있는 장난감책(토이북)을 보여 주어야 하는데 무엇보다 안전성과 감각적 요소를 갖추었는지를 두루 살펴서 골라야 합니다. 인쇄 잉크의 유해성 여부, 제본의 튼튼함, 세탁 가능성, 안전한 모서리 처리, 무게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촉감, 소리, 그림 등이 영아의 호기심을 끌고 자극을 줄 수 있는지, 쥐고 펴고 들춰 보는 등의 물리적 상호 작용이 가능한지를 꼼꼼히 따져 보고 선택해야 합니다.
쉽게 넘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계단식 그림책,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는 퍼즐 형태의 그림책, 세탁이 가능한 헝겊 그림책, 물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비닐 그림책, 크기가 작은 보드북, 마음껏 만질 수 있는 스펀지 그림책, 운율 · 리듬 · 노래가 나오는 그림책, 사물 그림책, 동물 그림책 등이 적절합니다.
10~12개월경에는 눈앞에서 사라진 물건을 찾아낼 수 있는 대상 연속성 개념이 발달해서 까꿍 놀이가 가능해집니다. 이 시기에는 까꿍 놀이를 소재로 한 그림책 『열두 띠 동물 까꿍 놀이』(보림), 신체나 일상생활을 소재로 단어와 문장이 반복되는 『달님 안녕?』(한림출판사),『싹싹싹』(한림출판사), 『손이 나왔네』(한림출판사), 『도리도리 짝짜꿍』(다섯수레)과 같은 그림책을 보여 주는 것이 좋습니다.

 

1~2세경에는 보고 듣고 만지는 감각적 경험을 즐기며, 3세경이 되면 신체적 활동이 무척 활발해지고 자아 개념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단순한 질문과 응답을 통해서 개념 및 정보를 획득하는 인지 능력이 발달하면서 주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해집니다. 더불어 스스로를 돌보는 기본적인 자조 기술을 익힘으로써 자율성을 배웁니다.
12~18개월경이 되면 사물의 이름을 말할 수 있고 의성어를 흉내 낼 수 있으며 한두 단어로 된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글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그림책을 보는 문학적 경험을 통해 책과 글자는 읽는 것임을 압니다. 하지만 긴 이야기는 지루해합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친숙한 사물의 그림과 이름이 있는 그림책, 의성어와 의태어가 많고 단어나 문장이 반복되는 그림책, 일상생활(가족, 수면, 대소변 등 생활 습관)이 담긴 그림책, 스스로 먹고 입기 같은 자조 기술을 다룬 생활 그림책, 반대 혹은 대조 개념이 쉽게 표현되어 있는 그림책, 이야기가 짧고 단순한 그림책, 운율이 있는 전래동요나 자장가가 담긴 그림책, 만져 보거나 잡아당기는 등 상호작용이 가능한 그림책을 보여 주는 것이 좋습니다.
『똥이 풍덩!』(비룡소), 『옷을 입자 짠짠』(비룡소), 『숟가락 들고 냠냠』(비룡소), 『생일 축하해, 훅』(비룡소), 『끙끙 응가놀이』(웅진주니어), 『응가하자, 끙끙』(보림), 『한 살배기 아기 그림책』(길벗어린이),『잡아 보아요』(사계절),『내 배꼽 보았니?』(웅진주니어),『빙빙 돌아라』(비룡소), 『아기 오리는 어디로 갔을까요?』(비룡소), 『무엇이 있을까요?』(시공주니어),『가족 123』(초방책방), 『사과가 쿵!』(보림), 『모두 잠이 들어요』(비룡소), 『잠 안 자는 아이 누구?』(비룡소),『두 살배기 아기 그림책』(길벗어린이),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보림), 『불러 보아요』(사계절), 『곰 사냥을 떠나자』(시공주니어) 와 같은 그림책을 리듬감 있게 읽어 주면 아이가 무척 즐거워합니다.

이 시기 유아들은 주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해지고 관찰을 많이 하게 되어서 하루 종일 아빠 엄마에게 “왜?”라는 질문을 합니다. 또 매우 활동적이고 모험 놀이를 즐기며 또래와 어울려 놀면서 사회극 놀이(병원놀이, 소꿉놀이 등)도 즐겨 합니다. 인지 발달 면에 있어서는 상징적 사고 기능이 발달하여 가상 놀이를 즐기며, 특히 주위의 모든 사물에게 생명과 감정을 부여하는 ‘물활론적’ 사고가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고 개념 습득에 도움을 주는 지식과 정보를 담은 그림책, 유아의 놀이나 모험적인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동물이나 장난감이 의인화되어 있는 그림책을 많이 보여 주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아이』(비룡소), 『괴물들이 사는 나라』(시공주니어),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시공주니어), 『우리 몸의 구멍』(돌베개어린이), 『우리 몸 털털털』(웅진주니어),『개구쟁이 해리』(사파리), 『쥐돌이와 팬케이크』(비룡소), 『그건 내 조끼야』(비룡소), 『구름 나라』(비룡소), 『왜요?』(베틀북) 등의 그림책을 추천합니다.
3세경이면 3~4개의 낱말로 문장을 만들어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언어 능력이 급격히 발달하며 글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이 무렵에는 글자 이해에 관한 그림책, 단어와 어구, 문장이 반복되며 리듬이 살아 있는 운문 그림책, 예측 가능한 이야기 구조로 만들어진 그림책으로 유아의 언어 발달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4~5세경이 되면 유아들은 초보적인 수세기와 일대일 대응, 분류, 서열화가 가능해집니다. 따라서 초보적 수 세기와 수의 개념을 흥미 있게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1부터 10까지』(비룡소), 『사과를 자르면』(비룡소), 『수박을 쪼개면』(비룡소), 『10까지 셀 줄 아는 염소』(한림출판사)와 같은 그림책도 유용합니다. 또 이 시기에는 보통 5~6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을 말할 수 있고, 복잡한 문장의 이야기를 즐기며, 이야기 다시 해보기 등이 가능해집니다. 따라서 글자 없는 그림책 『노란 우산』(재미마주), 『이상한 화요일』(비룡소), 『눈사람 아저씨』(마루벌), 『빨간 풍선의 모험』(시공주니어), 『파도야 놀자』(비룡소)와 같은 그림책을 이용해 이야기 만들기를 하면 언어 표현 능력 향상을 촉진시킬 수 있습니다.
4세 이후 유아가 보이는 또 다른 특징으로는 자기중심적인 특성 때문에 자신의 관점으로 세상을 인식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과 관점을 알 수 있는 그림책, 다른 가치관,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인물들이 등장하는 그림책을 보여 주면 점차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며 환상과 실재를 구별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무지개 물고기』(시공주니어),『아기 오리들한테 길을 비켜 주세요』(시공주니어), 『강아지똥』(길벗어린이), 『으뜸 헤엄이』(마루벌),『노란 택시』(비룡소), 『다 내 거야!』(비룡소), 『병원에 입원한 내 동생』(한림)과 같은 그림책들이 유용합니다.
사회 정서 발달 측면에서는 3세 이후부터가 아주 중요합니다. 이 시기에 유아들은 남녀의 신체 차이, 아기의 탄생 등에 관심을 가지므로 『내 동생이 태어났어』(비룡소), 『나는 여자, 내 동생은 남자』(비룡소) 등의 그림책을 활용해 이 시기에 맞는 간단한 성교육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동생이 생겼을 때 느끼는 질투심과 소외감 때문에 공격적이 되거나 퇴행적 행동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발달 과정이므로 아이의 행동을 인정하고 마음을 헤아려 주되 『피터의 의자』(시공주니어)나 『순이와 어린 동생』(한림출판사)과 같은 그림책을 보여 주면서 성장의 의미를 조금씩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또 3세경부터 자립심이 발달하고 자존감이 발달하므로 이를 주제로 한 그림책『괜찮아』(웅진주니어), 『나도 할 수 있어요』(책그릇), 『내 귀는 짝짝이』(웅진주니어) 등과 같은 그림책을 많이 보여 주는 것이 좋습니다.
5~6세경부터는 도덕적 행동에 대한 기초 개념이 형성되고 이타적 행동이 증가하기 시작하므로 『반쪽이』(비룡소), 『혹부리 영감』(비룡소), 『아기 돼지 삼형제』(웅진주니어)처럼 행복한 결말과 권선징악을 다룬 옛이야기 그림책도 적절합니다.

도서관과 서점에서 그림책 읽기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해 보신 적이 있나요? 책에 몰두해 있는 아이의 모습은 잠잘 때 못지 않게 참으로 사랑스럽습니다. 비단 내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순간만큼은 떼쟁이, 말썽쟁이. 고집쟁이, 울보, 개구쟁이가 아닙니다.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 선생의 묘비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동심여선(童心如仙)’. 어린이의 마음은 신선과 같다는 말입니다. 지금은 비록 ‘미운’ 세 살, ‘때려죽이고 싶은’ 다섯 살이라는 말이 내 아이에게 어울릴지라도 ‘동심여선’을 떠올리며 더욱더 신중하게 그림책을 골라 보십시오.
어린이날 선물로 그림책을 사 주었거나 또는 더 좋은 책을 사 주기 위해 신중하게 고르고 있는 부모님들이 계실 테지요. 책이 너무 많아 오히려 고르는 게 힘들다고, 자꾸 욕심이 생겨 아이에게 다 사 주고 싶다고 말하는 엄마들도 있습니다.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그만큼 그림책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고 그림책을 풍족하게 사 줄 수 있는 형편이 된다는 뜻이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하지만 이 책 저 책 다 사 주고 싶은 욕심은 옆으로 살짝 밀쳐놓으시면 좋겠습니다. 많은 양의 책보다 한두 권이라도 연령별 발달 특성을 고려해서 골라주는 것이 아이의 일상을 더욱 즐겁고 행복하게 하니까요. 물론 지금까지도 아이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그림책을 고르셨겠지만 앞으로 더욱 전문가적인 안목으로 그림책을 선택해 보시길 바랍니다.

참고 문헌
김희경, 『명작동화의 매력』(교문사, 1992)
노운서 · 노명희 · 김명화 · 백미열, 『아동문학』(양서원, 2010)
석용원, 『유아동화의 구연교육』(학연사, 1995)
심성경 외, 『유아문학의 이론과 실제』(학지사, 2003)
마쓰이 다다시,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한림출판사, 1996)
이상금 · 장영희, 『유아문학론』(교문사, 2007)
이송은 · 이선영, 『유아 문학 교육의 이론과 실제』(창지사, 2005)
한국방정환재단 홈페이지 http://www.korsofa.org/

 

글 : 김은아 (마음문학치료연구소 소장, 행복한그림동화책연구소소장)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아동가족상담과 문학치료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행복한 그림동화책 연구소와 마음문학치료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대학에서 아동상담과 아동문학, 부모교육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책 기획자, 특별 기고가로 어린이책이 가진 매력을 전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림책으로 마음 나눔을 실천하고자 행복한 도서관 만들기 운동과 다문화 가정 그림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