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도깨비상 – 동화 부문

1992년에 비룡소가 국내 어린이 문학계 최초로 설립한 어린이 문학상입니다. 어린이들의 정서와 감성을 존중하는 좋은 그림책, 동화책을 공모, 시상하여 국내 어린이 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그 토대를 마련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매해 시상하며, 신인에게는 등단의 기회를 기성 작가에게는 폭넓은 창작의 발판을 제공합니다.

수상작 및 작가

당선작  강정연 「건방진 도도군」

심사위원:    (본심) 김화영·오정희 (예심) 김경연·황선미   
본상: 상패
부상: 1,000만 원(선인세 500만 원/ 창작지원금 500만 원) -특전 볼로냐 도서전 참관 

시리즈 일공일삼 시리즈 48 | 강정연 | 그림 소윤경
연령 11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7년 5월 20일 | 정가 10,000원
수상/추천 황금도깨비상 외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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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경위

제13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이 최종 결정되었다. 지난 10월 20일 원고를 최종 마감하여 예·본심을 진행한 황금도깨비상 장편동화 부문에는 총 23편이 접수되었다.

예심에 아동 문학 평론가 김경연, 동화 작가 황선미 씨를, 본심에는 문학 평론가 김화영, 소설가 오정희 씨를 위촉하였다. 장편동화 총 23편을 각각 12편, 11편씩 예심 위원들에게 보내어 심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두 작품 늘어난 총 4편을 본심작으로 천거, 본심 위원들에게 심사를 맡겼다. 지난 12월 6일 오후 5시30분에 본사에서 두 본심 위원이 함께 모여 논의한 결과, 강정연 씨의 「건방진 도도군」을 당선작으로는 결정, 발랄하고 탄탄한 구성과 산뜻하고 경쾌한 문장력을 인정하여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데 동의했다.

당선작은 이듬해인 2007년 6월 책 출간과 함께 제13회 황금도깨비상 수상 작품으로 공식 발표한다.


시상식

국내 어린이 문학계 최초로 설립한 황금도깨비상이 올해로 13회를 맞아 수상하신 작가와 관심을 가져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며 제13회 황금도깨비상 시상식을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일시:  2007년 5월 23일 수요일 오후 5시
장소:  강남출판문화센터 이벤트홀(지하2층)
참석 대상:  심사위원 및 작가, 관계자


심사평

본심작   이상례 「새터 마을, 소망의 집」   강정연 「건방진 도도군」   유은영 「우정의 목걸이」   강민경 「3시 9분 27초」      
심사위원   본심: 김화영(문학평론가), 오정희(소설가)    예심: 김경연(아동 문학 평론가), 황선미(동화 작가)

예심을 통과한 작품들 가운데 「새터 마을, 소망의 집」, 「우정의 목걸이」 그리고 「건방진 도도군」 3편을 관심 깊게 읽었다. 상당한 소질이나 수준을 보이는 작품들이었다.

「새터 마을, 소망의 집」은 모범생의 작품이다. 문학 창작에 있어서 모범생이 되는 것은 장점인 동시에 한계다. 제목이 이미 다 말해주고 있는 두 집단 사이의 갈등과 오해와 친화는 흥미로우면서도 어딘가 좀 인위적으로 설정된 2분법이 느껴지는 평면적인 구성이다. 좀 더 진실성과 실감이 강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변화를 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심적인 줄거리 못지않게 삶의 디테일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떨림에 민감해지도록 노력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우정의 목걸이」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가진 작가적 소질이 엿보이는 야심작이다. 아득한 옛날, 어린 시절에 할머니의 무릎에서나 멋진 선생님에게서 몇날 며칠을 두고 이어 듣던 그런 이야기 같다. 다만 걷잡을 수 없이 솟아나는 상상의 구슬들을 추슬러 말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실에 꿰는 능력이 아직은 많이 미숙해 보인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야기는 구성이다. 어떤 것은 지금 말하고 어떤 것은 기다렸다가 말해야 한다. 그렇게 하여 전체를 조절 통제하면서 독자의 흥미를 끌고 가는 이야기꾼 특유의 전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줄거리나 인물, 시간과 장소의 변화, 그리고 인물들 사이의 관계 등에 있어서 가지를 쳐내야 할 곳과 상호관계의 균형을 맞추어야 할 곳이 너무 많다. 끊임없이 메모를 하며 읽어야 비로소 앞뒤관계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복잡한 이야기라면 청소년에게는 과도한 부담이다.

「건방진 도도군」은 우선 도입부에서 제시한 문장의 톤을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유지하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탄력적으로 이끌어 가는 작가적 능력이 믿음을 준다. “커다란 거실 창 옆에서 낮잠을 즐기는 건 무척 행복한 일이다. 시원한 대리석 바닥에 배를 깔고 다리를 쭉 편 채 한숨 늘어지게 자다 보면 온 세상이 내 것 같다. 아니, 내 것이다.” 「건방진 도도군」은 이런 “개 팔자”를 타고 난 개의 이야기다. 그러나 바로 이렇게 “내 것”인 줄 알았던 안락한 거실에서 “남의 것”인 세상으로 한발 한발 내려가면서 “나”를 벗어나 “우리”를 발견해 나가는 우여곡절이 도도의 “모험”이다. 그것은 개의 모험인 동시에 개의 눈에 비친 인간세상의 풍경이기도 하다. “야”, “그 인간”, “상자 할머니” 같은 인물, “도도”, “미미”, “라라”, “아지”, “뭉치” 같은 개, “휘청거리”같은 거리의 호칭과 이름이 보여주는 암시성과 재치는 벌써부터 이 작가의 범상치 않은 기량을 감지하게 해준다. 교훈적 의도를 전혀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고 흥미로운 이야기의 흐름을 통해서 개와 사람, 개와 개, 사람과 사람 서로간의 “필요”와 “동반관계”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능력은 그리 흔하지 않은 것이다. 부유한 집 애완견의 수동적 안락으로부터 타자의 “동반자”, 나아가서 장애자를 이끄는 보청견의 적극적 삶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투명하고 통통 튀는 재치와 절제된 감동과 함께 보여주는 이런 작품을 당선작으로 정하는 것은 아주 신나는 일이다.

김화영(문학평론가)


「우정의 목걸이」는 선사시대라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 속에서 발랄한 상상력을 펼치고 있는 야심찬 작품이다. 흥미 있는 소재로 나름대로의 흡인력을 갖고 있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그것들의 유기적 관계와 질서가 허약하여 산만한 느낌을 준다. 선사 시대인들의 생활을 지배하는 우주나 신의 존재에 대한 생각 등이 (물론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좀 더 드러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 부분이 빠져 있기 때문에 성년식, 금지된 동굴, 신비의 봉우리 등이 소도구적 장치로밖에 작용하지 못하여 ‘선사시대’의 특성화에 실패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3시 9분 27초」는 사춘기로 입사하는 초등학교 6학년 소녀의 불행감과 그 치유과정을 ‘과거로 가는 여행’이라는 기제를 사용하여 형상화한 작품으로 매끈한 문장력과 구성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시간을 과거로 돌려 현실에서 이미 일어난 일을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는 발상은 기왕의 영화, SF 소설 등에서 많이 다루어졌던 것이어서 신선감이 부족하였다.

「새터 마을, 소망의 집」는 청각장애자 시설 소년들과 일반가정 소년들과의 갈등과 화해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소년소설의 전형이라 할 수 있겠다. 두 소년 집단 간의,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과는 달리 또한 커다란 악의나 증오심이 없으면서도 조금씩 어긋나는 상황, 급기야는 극렬한 싸움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그리는 솜씨가 능란하다. 소재와 주제, 글의 흐름과 짜임새가 이렇다 할 흠 없이 무난하지만 그런 만큼 도식적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이분법적인 논리를 지양하고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좀더 깊이 있게 파고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건방진 도도군」은 건방진 개, 도도의 시점으로 바라본 세상과 사람들, 개들의 이야기가 능청스럽게, 그러나 진한 페이소스를 담아 펼쳐진다. 활달하고 속도감 있는 문장과 장면전환의 순발력이 탁월하다. 사람의 시선을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개의 눈으로, 개의 목소리로 서술해 나가고 있으면서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람들의 마음과 행태를 씁쓸하게, 적나라하게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쉽게 취하고 쉽게 버리는 작은 개 한 마리가 우리가 소유하는 애완물이 아닌, 당당한 개별적 생명체, 동반자라는 전언을 이처럼 한편의 글을 통하여 훌륭히 형상화시키는 힘이 아름답고 미덥다.

위의 네 작품은 모두 일정수준에 올라 있었으나 「우정의 목걸이」는 구성력의 미숙이, 「3시 9분 27초」는 상투성이, 「새터 마을 소망의 집」은 도식성이 많은 장점들을 가렸다. 신선한 시각과 건강성, 유쾌하게 읽히는 맛과 하나의 주제를 군더더기없이 밀고나간 힘을 높이 사 ‘건방진 도도군’을 수상작으로 뽑는다.

오정희(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