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도깨비상 – 동화 부문

1992년에 비룡소가 국내 어린이 문학계 최초로 설립한 어린이 문학상입니다. 어린이들의 정서와 감성을 존중하는 좋은 그림책, 동화책을 공모, 시상하여 국내 어린이 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그 토대를 마련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매해 시상하며, 신인에게는 등단의 기회를 기성 작가에게는 폭넓은 창작의 발판을 제공합니다.

수상작 및 작가

당선작:  당선작 없음

심사위원: (본심) 김화영·김경연·황선미 (예심) 김경연·황선미·김지은


심사 경위

제18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이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지난 10월 21일 원고를 최종 마감하여 장르별로 예·본심을 진행한 황금도깨비상 장편동화 부문에는 총 40편이 접수되었습니다.
예심에 아동문학 평론가 김경연, 동화작가 황선미, 아동문학 평론가 김지은 님을, 본심에는 문학 평론가 김화영, 아동문학 평론가 김경연, 동화작가 황선미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장편동화 총 40편을 각각 예심 위원들에게 보내어 심사한 결과, 총 3편을 본심작으로 천거, 본심 위원들에게 심사를 맡겼습니다. 지난 12월 2일 본사에서 세 본심 위원이 함께 모여 논의한 결과, 아쉽지만 올해는 당선작을 내지 못했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본심작:   「외계의 아이」, 「유리사막 오아시스」, 「우리는 왕궁으로 간다!」
심사위원
– 본심: 김화영(문학평론가), 김경연(아동문학 평론가), 황선미(동화 작가)
– 예심: 김경연(아동문학 평론가), 황선미(동화작가), 김지은(동화작가, 아동문학평론가)

총 40편의 응모작 가운데 본심에 오른 「외계의 아이」와 「유리사막 오아시스」, 「우리는 왕궁으로 간다!」는 공교롭게도 모두 판타지 계열의 작품이었다. 한때 주로 일차세계와 이차세계의 통로에 고심하던 기억을 되살려본다면 판타지 시공간의 설정이 퍽 자유로워졌다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판타지의 기본적인 문법은 이제 어느 정도 공유되고 있음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는 왕궁으로 간다!」는 용이 사는 마을 용무리촌과 인간들이 사는 여러 촌 사이에서 중계무역을 하면서 살아가는 낀촌 마을의 두 대표자가 왕궁의 왕에게 찾아가는 일종의 로드 로망이다. 작가의 작명 감각이 엿보이는 이러한 판타지 공간의 설정은 충분히 흥미롭다. 「유리사막 오아시스」는 늘 지나다니던 발레용품 점에서 드레스를 얻고, 그 드레스를 입은 자신을 보기 위해 연습실의 거울 앞에 선다. 그리고 거울은 현실 세계와 판타지 세계의 경계임이 드러난다. 거울은 문학에서 오래전부터 자기 성찰이라든가 내면의 투영을 위한 장치로 사용되어 왔지만, 바로 그 때문에 어떤 세계를 표현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변주가 가능한 흥미로운 장치다. 「외계의 아이」는 우리 지구에 이미 오래전부터 정착해서 살고 있는 외계인의 존재를 상정한다. 이 역시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미 많이 접한 설정이긴 하지만, 그것이 뜻할 수 있는 복합성 때문에 얼마든지 새로운 연관에서 이야기될 수 있는 소재이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우리는 왕궁으로 간다!」는 문장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왕궁을 눈앞에 두고 “다르게 생겼고 다른 존재지만 같이 할 수 있다는 사실”, “우리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종의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는데, 여정에서 겪는 사건들과 인물들의 사유가 주로 먹을 것을 중심으로 평면적으로 처리된다면 결말의 주제는 느닷없는 선언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외계의 아이」는 안정된 문장과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은 높은 점수를 줄 만했다. 외계인으로 대표되는 다민족의 문제, 이를 풀어가는 휴머니즘, 그리고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녹색 사상과 같은 주제의식을 읽어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친구를 지켜내고 가족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주인공의 심리와 정서는 독자의 공감을 얻을 만하지만, 아들을 배척하는 아버지의 갈등이 지나치게 생략되어 있어 현실감이 떨어진다. 또한 외계 종족과 인간의 대치 양상이 지나치게 이분법적이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범지구적 대사건으로 간주되어야 할 트랜스트리 증후군의 처리이다. 외계 종족의 도움과 협력을 이끌어내는 장치로 설정한 것은 알겠으나, 그 이상의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지 종잡기 어렵고, 해결 역시 진행된 현상에 비해 쉽게 마무리된다는 인상을 준다.

「유리사막 오아시스」는 뭐든지 잘하는 다른 아이에 대한 부러움과 그만큼 잘하고 싶은 욕망을 지닌 인물 설정이 무엇보다도 공감을 끌어냈다. 원하는 것을 얻자면 그만한 실천이 따라야 하지만, 말이 쉽지 그 얼마나 버거운 일인가. 어떤 마법이 있어 모든 것을 이루고 단연 우뚝 설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러한 욕망을 건드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유혹에 넘어가 절망 상태에 이른 주인공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갈등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거울 속 세계다. 주인공이 만난 아버지는 실제 어떤 상태인지, 그 세계에서 스러진 존재들은 현실적 존재와의 연관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반면, 이를테면 생쥐대왕과 호두까기 인형은 너무 단순하게 거울의 ‘거꾸로 세계’를 보여 주는 데 그쳐 아쉽다.

많은 고심 끝에 이번에는 수상작을 내지 않기로 했다. 물론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잘 다듬으면’ 충분히 단행본으로 출간이 가능하리라 여겨진다.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소설 또는 동화를 왜 쓰는지 생각해 보며 마음을 가다듬어 보기로 한다. 이는 응모작 전부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이제 기본적인 서사적 설정은 웬만큼 역량이 축적되었다고 여겨진다. 전체적으로 게임이나 영상매체의 영향이 많이 보이는데, 그 자체로는 시대적 현상이니 나무랄 것이 못 된다. 중요한 것은 서사의 고유성에 대한 천착이며, 그것은 사유의 깊이와 구체성의 추구하고도 통할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이때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들의 현실과 삶이다. 이른바 사실 동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욕망, 의식들도 중요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문학이 근본적으로 삶이 무엇인지 묻는 과정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판타지 형식이든 리얼리즘 형식이든 동화를 쓰는 것 역시 이에 대한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성찰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특히 아이들을 독자로 한 작품을 쓸 때는 그러한 성찰의 깊이를 상대적으로 단순하게 보여 주어야 하는 특별한 작가적 역량이 필요하다. 가능성을 보여 준 응모자분들께 뜨거운 격려를 보낸다.

본심 심사위원 김화영, 김경연, 황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