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에 비룡소가 국내 어린이 문학계 최초로 설립한 어린이 문학상입니다. 어린이들의 정서와 감성을 존중하는 좋은 그림책, 동화책을 공모, 시상하여 국내 어린이 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그 토대를 마련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매해 시상하며, 신인에게는 등단의 기회를 기성 작가에게는 폭넓은 창작의 발판을 제공합니다. |
수상작 및 작가
심사 경위
제22회 황금도깨비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10월 30일 원고를 최종 마감하여 예·본심을 진행한 황금도깨비상 동화 부문에는 총 118편이 접수되었습니다.
동화 부문은 올해부터 단편동화 부문이 추가되어 어느 해보다 많은 관심을 보여 주셨습니다. 심사위원으로 아동문학 평론가 김경연, 동화작가 황선미, 동화작가 유은실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먼저 응모작을 각각 위원들에게 보내어 심사한 결과 총 4편을 본심작으로 천거, 12월 7일 본사에서 본심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긴 시간, 치열하게 논의한 결과, 아쉽게도 올해는 수상작을 선정하지 못하였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내년 황금도깨비상에서는 꼭 좋은 작품을 만나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심사평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은 분들이 응모를 해 주셨다. 안팎으로 우울하고 암담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아동문학 창작에 열의를 갖고 매진하는 모든 분들에게 먼저 응원과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
읽어내야 하는 양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들은 큰 기대를 했다. 연 2회 수상작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심사위원들은 창의성, 참신성, 완성도, 주제의식을 중심으로 한 편 한 편 꼼꼼히 읽었다. 그러나 본심에 올리는 작품을 고르는 데도 망설임이 함께했다. 대부분의 작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응모를 습작의 한 획으로 삼는 분들이 있을 것은 당연하지만, 설령 습작이라 할지라도 조탁과 고민의 흔적이 읽혀야 할 터인데 이혼이라든가 가난, 왕따 같은 문제 상황 조금, 전체적 조망 없이 어설픈 환상성 조금, 소소한 일상 조금을 넣어서 얼버무린 듯한 안일함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러한 안일함은 어찌 보면 독자인 아동 또는 아동문학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한 데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진지하게 생각한다 해서 꼭 무거우란 법은 없다. 경쾌한 어조로도 얼마든지 무거운 주제를 다룰 수 있고, 그 또한 문학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본심에서 논의한 작품은 모두 네 편이었다. 「딜쿠샤」는 우리나라 독립 운동을 도왔던 미국인 테일러의 집 딜쿠샤에 심부름꾼으로 들어가 본의 아니게 밀정 노릇을 하게 된 소년의 이야기로 소재의 참신성이 눈에 띄었으나, 인물의 갈등이 촘촘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역사소설과 마찬가지로 역사동화 역시 바꿀 수 없는 역사적 ‘팩트’가 있는 법인데 이 점에서도 치밀함이 부족하게 다가왔다.
인어를 아버지로 둔 소녀가 사라진 아버지를 찾는 이야기 「인어 소녀」는 도입부는 ‘경계인’으로서의 설정도 좋고 이야기 전개 솜씨도 좋았으나, 환경 문제와 결부되면서 재미가 반감되었다.
「리나와 로보크」는 본심에 오른 유일한 단편집으로 SF적인 상상력으로 아이들의 현실의 짚는 장점이 있었으나, 단편 특유의 집약적 효과를 살리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그리고, 남은 이야기’라는 뒷이야기 형식으로 멋을 부리기보다는 본 이야기의 전복적 상상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장시간 논의를 한 작품은 「특종 전쟁」이었다. 특종을 찾는 과정을 소재로 언론과 기자로서의 본분을 생각해 보게 하는 시의적절한 주제의식과 파국으로 치달아가기까지의 사건을 배치하는 구성력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하기에는 미진한 점이 장점보다 컸다. 먼저,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이 방송을 올리는 매체의 구조가 논리적으로 치밀하게 다가오지 못했다. 아이들이 올린 방송이 선생님을 제외한 자신들끼리만 볼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는지, 낙서처럼 초등학교 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구조적으로 가능한지, 그러한 것들이 독자가 보기에 리얼리티를 떨어뜨리지 않는지, 이런 의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아울러 부정적인 캐릭터만 나오는 여자아이들이라든가 문제의 본질은 건드려지지 않은 채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는 장면 처리도 아쉬웠다. 가령 신상 털기 같은 행위는 ‘알고 보니 사정이 있었더라’로 이해되거나 해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문제로 제기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 제기는 작가의 더 깊이 있는 성찰이 전제될 때 가능하지 않을까.
논의에 논의를 거듭하여 최종적으로 이번에도 당선작을 뽑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우리 동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물음을 안고 내린 무거운 결정이었다. 부디 내년에는 신나는 결과가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