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도깨비상 – 동화 부문

1992년에 비룡소가 국내 어린이 문학계 최초로 설립한 어린이 문학상입니다. 어린이들의 정서와 감성을 존중하는 좋은 그림책, 동화책을 공모, 시상하여 국내 어린이 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그 토대를 마련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매해 시상하며, 신인에게는 등단의 기회를 기성 작가에게는 폭넓은 창작의 발판을 제공합니다.

심사 경위

제20회 황금도깨비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10월 18일 원고를 최종 마감하여 예·본심을 진행한 황금도깨비상 장편동화 부문에는 총 38편이 접수되었습니다.

예,본심에 아동문학 평론가 김경연, 동화작가 황선미, 동화작가 유은실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먼저 응모작을 각각 위원들에게 보내어 심사한 결과, 총 5편을 본심작으로 천거, 본심 심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12월 2일 본사에서 세 본심 위원이 함께 모여 논의한 결과, 아쉽게도 올해는 수상작을 선정하지 못하였습니다.

내년에는 더욱 참신하고 풍부한 작품들을 만나길 바라며,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본심작:
UFO를 쫓는 아이들
내가 진짜 기자야!
여름 갯벌
꼭두, 길 떠나다
바다를 품은 분홍 돌고래

심사위원:
– 예,본심: 김경연(아동문학 평론가), 황선미(동화작가), 유은실(동화작가)

총 38편의 응모작 가운데 본심에서 검토한 작품은 『UFO를 쫓는 아이들』, 『내가 진짜 기자야!』, 『여름 갯벌』, 『꼭두, 길 떠나다』, 『바다를 품은 분홍 돌고래』였다. 소재나 주제, 구성방식 면에서 모두 다른 빛깔을 갖고 있는 작품이었다.

『UFO를 쫓는 아이들』은 가정폭력 문제를 다룬 리얼리즘 동화다. 폭력에 시달린 아이가 갖는 트라우마를 기저로 주인공과 친구 시몬, 1009호 노인 문제까지 다루었다. 식상한 UFO를 끌어들여 정신적 상처를 다룬 점이 특이했다. 그러나 어딘가 골조만 있는, 짓다 만 건물을 보는 듯한 삭막함이 있었다. 엄마, 누나, 친구들 대화가 엇비슷하고 상투적이었다. 할아버지와 시몬 아빠의 캐릭터도 작위적이고 어설픈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결말에 이르러 너무 싶게 화해하고 용서하는 것도 이 작품이 가진 한계로 보였다. UFO를 새롭게 해석해 새로운 은유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진짜 기자야!』는 학교 신문을 통해 아이들이 겪는 부당함을 스스로 타개해 보려는 작품이다. 소재의 참신함과 작품 전반이 가진 문제의식이 강점이었다. 하지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작가가 어린 인물들을 조작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이의 연애감정 묘사 역시 부자연스러웠고, 이야기의 전개 역시 뻔히 앞이 보이는 정도에 그친 것이 아쉽다. 개성적이고 내면화된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좀 더 치열하고 깊게 퇴고해 보면 좋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여름 갯벌』은 6. 25 전쟁 중 이도저도 아닌 이데올로기 현장에서 어른들과 고난을 함께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안정적인 묘사력을 바탕으로, 진정성이 느껴지는 인물을 그려낸 것이 강점이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공간이 그려지지 않는 게 안타까웠다. 인물들이 처한 아픈 상황은 전달하고 있지만, 개성적인 인물이나 신선한 전개방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한 기존의 작품과 주제나 소재 면에서 다른 면이 보이지 않는 점도 안타까웠다. 어떻게 하면 기존의 역사동화와 변별력을 가질 수 있는지, ‘지금. 여기’를 사는 아이들과 전쟁의 한복판에 있던 아이들이 어느 지점에서 만날지 치열하게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꼭두, 길 떠나다』는 우리 전통 장례 문화 속 ‘꼭두’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그간 언급되지 않았던 장례 문화의 한 가지를 선택한 점과, 또한 이를 깊은 상처를 가진 아이가 구원되는 매개로 연결하고자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프롤로그와, 허술한 구조가 안타까웠다. 허술한 구조로 서사 전달력이 떨어지고, 개성 없는 인물과 진부한 전개 역시 작품을 끝까지 읽어내는 데 어려움을 주었다.

『바다를 품은 분홍돌고래』는 야생돌고래와 수족관에 갇혀 돌고래쇼 훈련을 받는 돌고래의 이야기다. 안정적인 문장으로, 애써서 따듯하게 써낸 흔적이 보인다. 오밀조밀한 모험들과 ‘태풍까지도 바다의 조건“이라는 메시지를 녹여낸 부분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돌고래의 생태가 좀 더 효과적으로 작품 속에 녹아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름 갯벌』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공간이 그려지지 않는 게 안타까웠다. 뻔한 구조와 인물이 가진 전형성 역시 흠결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돌고래에 대한 좀 더 치열하고 깊이 있는 사유가 작품 전반에 뿌리박힐 수 있다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고심 끝에 이번에는 수상작을 내지 않기로 했다. 의미 있는 어린이책이 되려면 탄탄한 구성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든가, 조금 서툴러도 참신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여야 한다는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 때문이었다. 혹시 위의 두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면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진정성과 어린이문학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엿보여야 한다. 본심에 오른 작품이 제각기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의미 있는 한 권의 어린이책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동화는 뜨겁고 치열하고 겸허한 자들이 도전할 수 있는 장르다. 가능성을 보여준 응모자 모두 그 치열하고 빛나는 길에 아름다운 족적을 남기길 빌며, 수상작을 내지 못한 아쉬움을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