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도깨비상 – 동화 부문

1992년에 비룡소가 국내 어린이 문학계 최초로 설립한 어린이 문학상입니다. 어린이들의 정서와 감성을 존중하는 좋은 그림책, 동화책을 공모, 시상하여 국내 어린이 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그 토대를 마련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매해 시상하며, 신인에게는 등단의 기회를 기성 작가에게는 폭넓은 창작의 발판을 제공합니다.

수상작 및 작가

당선작: 대상 성요셉 『핼러윈 마을에 캐럴이 울리면』

심사위원: 황선미(동화작가), 강정연(동화작가), 김유진(아동문학 평론가)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23년 11월 27일 | 정가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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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경위

제29회 황금도깨비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10월 31일 원고를 최종 마감하여 예·본심을 진행한 황금도깨비상 동화 부문에는 단편과 장편을 포함한 총 103편이 응모되었습니다.

심사위원으로 동화작가 황선미, 동화작가 강정연, 아동문학 평론가 김유진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먼저 응모작을 각각 위원들에게 보내어 심사한 결과, 총 5편을 본심작으로 천거, 12월 12일 본사에서 본심 심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심사위원이 함께 모여 논의한 결과, 『핼러윈 마을에 캐럴이 울리면』을 대상작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본심작:
『시유어게인』
『그때목욕탕』
『녹우미술관』
『미스터리 이사 전문 야반도주』
『핼러윈 마을에 캐럴이 울리면』
본심에 올려 검토한 작품은 5편이었다. 모두 판타지 기법의 동화였는데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저마다 장점이 분명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랜 기간 리얼리즘이 강세였던 우리 동화가 이제 판타지에도 자신 있어 보였다. 다만 이처럼 우수한 작품에서조차 판타지에 가려 정작 어린이를 잃은 듯한 염려가 드는 면도 여전히 있었다.
『시유어게인』은 저장강박이 있는 노인과 그를 도우려는 도깨비들 이야기가 중심인 작품이다. 도깨비가 깨어나는 장면에서 도깨비에 대한 작가의 지식과 정보를 짐작할 수 있었으나 그에 비해 작품 속 도깨비들의 활약은 단순했다. 도깨비 캐릭터와 그들이 일으키는 사건이 입체적이지 못하니 수동적으로 도움을 받는 노인의 인생사가 더욱 부각되어 결국 어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됐다. 해외 입양, 소꿉친구와 관련된 묘사와 설정도 다소 전형적이고 낭만적이었다.
『그때목욕탕』은 중의적인 제목과, 어린이의 일상에 밀접한 SNS와 반려동물이 소재인 점이 우선 눈길을 끌었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어린이 인물의 마음을 타임 리프(Time leap)로 보여주는 방식이 참신하다 할 수는 없지만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연상될 만큼 흥성스러운 판타지 공간은 흥미로웠다. 그럼에도 주인공이 서사를 이끌 만큼 주도적이지 못해 그가 잘못된 현실을 수정하려는 행위의 간절함에 공감하기 힘들었다. 더불어 문제 상황이 오직 판타지 세계로 옮겨 가 해결되고 현실과는 별다른 접점을 지니지 못한 채 인물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녹우미술관』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경험하는 폭력을 호러 장르로 재현하면서도 장르 문법에 기대는 데서 나아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점이 돋보였다. 미술관과 비자나무숲을 배경으로 시종일관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묘사는 공포에 슬픔의 정서를 더하며 어린이 인물들의 고통에 공감하게 만든다. 하지만 구성과 서사 전개에 아쉬움이 컸다. 연작 형식의 구성에서 각 장이 동등한 비중으로 완결되지도, 전체 서사의 흐름을 이어 가지도 못했다. 장마다 초점 화자나 시점이 변하면서 주인공은 후계자 미션의 당사자이기보다 사건의 소개자에 머물렀다. 한편 마지막 장의 급한 마무리로 어린이의 폭력 피해를 애도할 장치가 없어지면서 전반부에서 독창적으로 마련한 정서적 공감대가 이어지지 않았다.
『미스터리 이사 전문 야반도주』는 뛰어난 가독성, 속도감 있는 전개, 탄탄한 구성, 생동하는 인물 등의 장점이 많은 작품이었다. 소위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의 현실 인식을 동화에 가져온 점은 현실에서 반 발짝 떨어진 자리에서 윤리를 설파하는 여느 아동문학에 도전하는 듯 통쾌했다. 하지만 이 시대의 ‘이생망’에 담긴 자조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어린이 독자에게 전하는 윤리를 발견하기는 힘들었다. 주인공의 부모가 ‘이생망’의 원인으로 여긴 빈곤은 개인의 근면함으로 극복 가능한 일로 그려졌지만 이는 작품이 제시한 현실 인식의 해답으로 부족했다. 또한 무의미한 노동과 사회적 고립 상황을 장치 삼아 돈과 행복의 불일치를 손쉽게 강조하면서 주제를 다양하게 성찰하는 지점이 축소됐다. 어린이가 아닌 부모의 일로 서사가 진행되고, 가짜 가족의 앞으로 행방이 밝혀져야 하는 문제 또한 남아 있다.

『핼러윈 마을에 캐럴이 울리면』은 핼러윈과 크리스마스라는 기념일의 시간성을 선악 구도의 공간성으로 확장시키며 선이 승리하는 세계를 보여 준다. 주인공이 산타클로스 마을을 구하기 위해 핼러윈 마을에서 활약하는 장면들은 선명하고 역동적일 뿐 아니라 쨍하게 반짝이는 눈과 얼음처럼 깨끗하고 시원스럽다. 때로 우리 동화들이 짙게 밴 부정과 냉소에 머무르는 가운데 온전한 선을 확고히 신뢰하며 세계를 구하는 이 이야기는 유달리 특별해 보였고 반가웠다. 동서양의 옛이야기 캐릭터가 연이어 등장하고, 수백 년 전 문화콘텐츠인 옛이야기와 오늘날 K-POP 현장을 종횡무진하는 서사는 거침없이 혼종적 텍스트를 만들어 냈다. 잭오랜턴을 장황하게 소개하는 도입부가 서사 전개에 필수적인지 의문이 들고, 주인공이 핼러윈 마을의 여러 캐릭터와 만나는 모티프들이 전체 여정에 좀 더 유기적으로 연결될 필요는 있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새로운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생겼다는 즐거움이 훨씬 더 압도적이어서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한다.

황선미(동화작가), 강정연(동화작가), 김유진(아동문학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