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도깨비상 – 동화 부문

1992년에 비룡소가 국내 어린이 문학계 최초로 설립한 어린이 문학상입니다. 어린이들의 정서와 감성을 존중하는 좋은 그림책, 동화책을 공모, 시상하여 국내 어린이 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그 토대를 마련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매해 시상하며, 신인에게는 등단의 기회를 기성 작가에게는 폭넓은 창작의 발판을 제공합니다.

수상작 및 작가

당선작: 우수상 이지음 『강남 사장님』

심사위원: 김경연(아동문학 평론가), 황선미(동화작가), 김선희(동화작가)

시리즈 일공일삼 시리즈 30 | 이지음 | 그림 국민지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20년 7월 17일 | 정가 14,000원
수상/추천 황금도깨비상 외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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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경위

제26회 황금도깨비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10월 31일 원고를 최종 마감하여 예·본심을 진행한 황금도깨비상 동화 부문에는 단편과 장편을 포함한 총 103편이 응모되었습니다.

심사위원으로 아동문학 평론가 김경연, 동화작가 황선미, 동화·청소년작가 김선희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먼저 응모작을 각각 위원들에게 보내어 심사한 결과 총 5편을 본심작으로 천거, 12월 2일 본사에서 본심을 진행하였습니다. 오랜 논의 끝에, 『강남 사장님』을 우수작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본심작: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라미움의 동굴』
『활』
『4380명의 아이들』 외 6편
『강남 사장님』
심사위원:
- 김경연(아동문학 평론가), 황선미(동화작가), 김선희(동화작가)
본심에 오른 5편의 작품들은 참신성, 작품의 완성도, 상상력 등 각각의 매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딱히 이거다 하는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았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으면 참신성이 떨어졌고 참신성이 좋으면 뒷심이 부족해서 마무리가 미흡했다.
동화는 주로 어린이가 읽는, 어린이를 위한 문학이다. 어린이 독자의 흥미를 끌려면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흥미롭게도 어른 화자의 시각이 두드러진 작품은 어린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미도 떨어졌다. 동화를 쓸 때는 화자와 화자의 시점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참신성은 부족하지만 완성도 있는 작품을 선택하느냐, 완성도는 부족하지만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을 선택하느냐 하는 문제로 꽤 진지하게 토의했다. 결국 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작품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공모의 경우에는 작품의 패기나 참신성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이 새로운 시각의 작가 발굴에 기여하리라 믿기 때문이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다섯 편의 단편 모두 탄탄한 문장과 진지한 내용 등 단편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잘 갖춘 작품들이었다. 자기 색깔이 분명하고 문장이 안정된 것도 장점이었다. 그러나 작품마다 어린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지적되었다. 각 작품 속에서 어린이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조력자 역할만 할 뿐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어린이의 고민이 어느 작품에서도 드러나 있지 않다. 또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결말이나 낯익은 주제를 다룰 뿐만 아니라 그 다루는 방식이 크게 참신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라미움의 동굴』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과학자가 만들어 낸 새로운 식물이 결국은 이기적인 어른들 손에 들어가 어린이를 해롭게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모험동화이다. 흥미진진한 사건 전개로 처음부터 끝까지 잘 읽히는 장점을 갖고 있었다. 상상의 식물을 만들어 냈다면 정교하고 치열하게 그려야 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상상의 식물을 다루는 방식은 너무 안이하다. 가령 인류의 미래를 결정지을지도 모를 중요한 식물을 한 개인이 차지하려는 과정에서 또 주인공 어린이가 식물을 없애기 위해 배양실에 침투한다는 설정이 그러하다. 동굴에서 라미움을 먹은 양이 3일 후에 잠들었는데 나중에는 먹자마자 잠드는 등 곳곳에서 보이는 허점도 거슬렸다.

『활』

이 작품은 역사동화가 갖춰야 할 미덕을 충실히 지킨 수작이었다. 문장이 안정돼 있고 무엇보다 현대사회의 예민한 문제 가운데 하나인 기술 유출 문제를 역사동화에 끌어온 점이 돋보였다. 적국에서 만드는 활이 결국은 자신의 나라 심장을 겨누기 때문에 목숨 걸고 활 만들기를 거부하는 궁장과 주인공 동지의 활약이 눈부셨다. 그러나 뒷부분으로 갈수록 기대한 만큼 이야기가 풍부하지 않다는 단점이 지적되었다. 가령 처음부터 끝까지 동지를 지배하던 어머니와 누이에 대한 그리움은 아무 사연 없이 함께 살게 됨으로써 공허하게 해소되고 만다. 뒷심 부족이 많이 아쉬운 작품이었다. 그간 역사동화에서 흔하게 접한 전형적인 형식도 매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4380명의 아이들』 외 6편

침대 밑에 나와 똑같은 4380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다. 휘어진 손톱을 갖고 있는 내가 어느 날 독수리가 되어 날아간다, 나는 벽이고 가끔 벽에서 나와 가족들과 살아간다, 귀가 말을 한다, 마법의 주문을 외면 하늘로 날아 올라간다. 각 단편은 이렇게 독특하고 신선한 발상으로 구성돼 있어 일상을 전복적으로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이 과연 어린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의견은 회의적이었다. 각 작품에서 설정은 어린이로 돼 있지만 철저히 어른의 시각, 즉 작가의 눈만 보일 뿐 어린이의 눈은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어린이문학이 아니라 청소년문학이었으면 훨씬 더 공감을 받았을 것이다.

『강남 사장님』

요즘 어린이나 어른들에게 아마도 ‘유튜브’와 ‘고양이’는 매력 있는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은 유튜브와 고양이를 주제로 해서 독자의 호기심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기존 유튜브를 다룬 작품들이 유튜브를 향한 어린이의 단편적인 욕망을 다뤘다면 이 작품은 한 발 더 깊이 들어가 유튜브의 뒷모습까지 파헤치려고 하는 시의성 있는 소재가 특별했다. 고양이가 자신의 일상생활을 보여주기 위해 직원을 채용해 먹고 치장하는 내용은 상상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작가의 능청 또한 대단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완결성 면에서 급하게 마무리한 점이 거슬렸다. 떵떵거리며 살던 고양이가 어느 날 갑자기 무일푼이 되는 과정에서 너무 급격한 변화를 주다 보니 고양이의 심리를 따라가기가 버겁게 느껴진다. 이 작품 역시 뒷심 부족으로 참신한 소재를 끝까지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읽는 재미가 있다. 심사위원들은 오랜 토론 끝에 『강남 사장님』을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이 작가가 앞으로 펼칠 능청스럽고 상상력 가득한 작품에 거는 기대가 크다.

김경연(아동문학 평론가), 황선미(동화작가), 김선희(동화‧청소년문학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