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도깨비상 – 동화 부문

1992년에 비룡소가 국내 어린이 문학계 최초로 설립한 어린이 문학상입니다. 어린이들의 정서와 감성을 존중하는 좋은 그림책, 동화책을 공모, 시상하여 국내 어린이 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그 토대를 마련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매해 시상하며, 신인에게는 등단의 기회를 기성 작가에게는 폭넓은 창작의 발판을 제공합니다.

수상작 및 작가

당선작: 없음

심사위원: 김경연(아동문학 평론가), 김기정(동화작가), 김남중(동화작가)


심사 경위

제23회 황금도깨비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10월 31일 원고를 최종 마감하여 예·본심을 진행한 황금도깨비상 동화 부문에는 단편과 장편을 포함한 총 123편이 응모되었습니다.

심사위원으로 아동문학 평론가 김경연, 동화작가 김기정, 동화작가 김남중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먼저 응모작을 각각 위원들에게 보내어 심사한 결과 총 5편을 본심작으로 천거, 12월 2일 본사에서 본심을 진행하였습니다. 당선작을 열띤 마음으로 기다려 온 만큼 오랜 심사숙고를 하였으나, 아쉽게도 올해 수상작을 선정하지 못하였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본심작:
『물닭을 사랑한 너구리』
『호로미전』
『금바치 너른바우』
『반똥가리 할매와 깜이』
『괴물이 숨어 있는 곳』
심사위원:
– 김경연(아동문학 평론가) 김기정(동화작가) 김남중(동화작가)
제23회 황금도깨비상 동화 부문 공모에는 작년보다 많은 123편(단편집 포함)이 응모되었다. 좀처럼 끝나지 않는 아동문학계의 불황에도 기죽지 않고 돋아난 새싹들이 곳곳에 푸릇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집계결과에서부터 기대감을 가지고 예심을 진행했다.
본심 분위기는 그 여느 때보다 긴장되었다. 3년 연속 수상작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수상작을 선정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심사에 임했는데 본심작들을 하나하나 면밀히 논의할수록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전체적으로 응모편수는 늘었지만 완성도가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총평에 심사위원 전원이 공감했다. 어떤 심사거나 심사위원들의 기준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이야기인가?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인가? 둘 중 하나를 완벽하게 충족시킨다면, 더 나아가 두 조건에 다 부합하는 작품이라면 모두가 기다렸던 새로운 작가 탄생에 환호할 것이다.
이번 응모작들은 곳곳에 색다른 이야기들이 숨어 있었음에도 저마다 깊이를 확보하는 데는 미치지 못했다. 소재를 장악하지 못해 표면에만 맴도는 양상이 안타까웠고 재미를 지나치게 의식한 탓에 다듬어지지 않은 언어유희가 두드러진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어린이 독자를 위한 재미와 스토리텔링에 무게 중심이 있는 공모전을 따로 두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황금도깨비상에서 추구하는 동화의 재미란 정통적인 문학성 안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본심에 오른 다섯 편의 작품의 개별 평은 아래와 같다.
『물닭을 사랑한 너구리』는 인물과 상황 설정에서 기존 유명 작품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만큼 기시감이 느껴졌다. 쉬운 문장과 경쾌한 대사로 재미를 주려 했지만 카메라를 힐끔대는 배우처럼 끊임없이 독자를 의식하는 서술, 과장된 대사가 이어져 효과가 반감되었다. 물닭을 향한 너구리의 지순한 사랑, 절대악인 삵의 악행에 뚜렷한 동기를 찾을 수가 없어 삶과 사랑에 대한 성찰을 포기하고 얕은 재미의 우화적인 세계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호로미전』은 옛이야기의 전형을 깨는 매력적인 새엄마를 창조하는 데 성공했지만 거친 문장, 빈틈이 보이는 판타지 설정이 문제가 되었다. 현대적인 가치로 새롭게 태어난 옛이야기 속 인물이 결말에서 다시 전통적인 가족 구도 속에 사라져 버리는 점도 아쉬웠다. 여우인 새엄마를 주인공 소녀가 언니라 부르기로 한 부분에 이 작품을 훨씬 더 깊이 있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숨겨져 있다는 생각이다.
『금바치 너른바우』는 지극히 현실적인 엄마의 등장으로 시작되는 앞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지만 신라시대로 이어지는 뒷이야기와 연결고리가 미약한 점이 치명적이었다. 너른바우가 천년이 넘는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와 주인공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에는 분명한 동기가 필요하며 그것이 양분된 작품 전체를 일관되고 힘차게 이끌어 가는 동력이 될 것이다.
『반똥가리 할매와 깜이』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어시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길고양이의 눈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보통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런데 반똥가리 할매를 비롯한 어른들 이야기가 주를 이루다 보니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멀어진 점이 아쉬웠다.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서사가 약해서 주위를 맴돌다 그친 느낌이었다.
『괴물이 숨어 있는 곳』은 관동대지진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힘 있는 문체로 일제의 잔혹함, 인간의 양면성, 군중심리가 주는 공포를 서슴없이 그려내 논픽션에 가까울 만큼 생동감을 주었다. 마지막까지 논의될 만큼 의미 있는 작품이었지만 작가의 주제 의식이 곳곳에 여과 없이 노출되어 등장인물들을 인형처럼 보이게 만든 점이 발목을 잡았다. 허무하게 마무리되는 사건과 지극히 이상적인 마무리도 좀 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다섯 작품의 장점을 거듭 논의해 보았지만 저마다 단점을 상쇄할 만큼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4년 연속 당선작을 내지 못한 초유의 결과가 나왔지만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에 황금도깨비상 수상의 영예는 다시 내년 공모전의 몫으로 넘기게 되었다. 응모자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전하며 더욱 정진하여 내년에는 아동문학계의 태풍이 될 작가로 도깨비처럼 등장해달라는 부탁을 드린다. 기어이 만날 수 있다면 기다리지 못할 시간은 없다.

김경연(아동문학 평론가) 김기정(동화작가) 김남중(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