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에 비룡소가 국내 어린이 문학계 최초로 설립한 어린이 문학상입니다. 어린이들의 정서와 감성을 존중하는 좋은 그림책, 동화책을 공모, 시상하여 국내 어린이 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그 토대를 마련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매해 시상하며, 신인에게는 등단의 기회를 기성 작가에게는 폭넓은 창작의 발판을 제공합니다. |
수상작 및 작가
심사 경위
제28회 황금도깨비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10월 29일 원고를 최종 마감하여 예·본심을 진행한 황금도깨비상 동화 부문에는 단편과 장편을 포함한 총 116편이 응모되었습니다.
심사위원으로 아동문학 평론가 김경연, 동화작가 황선미, 동화작가 강정연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먼저 응모작을 각각 위원들에게 보내어 심사한 결과, 총 3편을 본심작으로 천거, 12월 3일 본사에서 본심 심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심사위원이 함께 모여 논의한 결과, 『천하제일 치킨 쇼』를 우수작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피에로랜드의 마지막 밤』은 ‘폐장을 앞둔 놀이동산에서의 마지막 밤’이라는 흥미로운 배경 설정이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토록 근사한 배경에서 주인공들은 마음껏 뛰어놀지도, 매력을 발휘하지도 못했다. 아이를 잃은 아빠, 엄마를 기다리는 원숭이, 동물 쇼에 지친 동물들의 설명적이고 신파적인 신세 한탄과 억지스러운 설정으로 인해 그들의 여정에 기꺼이 동행하고 싶었던 첫 마음이 너무 빨리 거두어져 무척 아쉬웠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는 ‘자기 결정권’이 무엇인지, ‘자기 주도적’인 어린이란 어떤지에 대한 모범 답안을 보여 주듯 깔끔하고 명쾌한 스포츠 동화였다. 이야기를 진득하게 끌고 나가는 작가의 필력 덕분에 매우 안정적인 작품이었으며, 그로 인해 긍정적인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과하게 ‘모범 답안’ 같았던 탓에 이야기 초반부터 결과가 충분히 예측 가능하였고,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 전개 방식으로 인해 심사위원의 흥미를 끝까지 잡아 두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또한 세찬이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에게는 납득 가능한 서사가 골고루 부여됐지만, 정작 주인공인 이나의 서사는 헐거워서 주인공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뒤로 갈수록 작가의 목소리가 인물들에게 그대로 투영된 점이 가장 큰 단점이었다.
『천하제일 치킨 쇼』는 작품 곳곳에 숨겨진 재치와 유머로 끝까지 즐겁게 읽을 수 있었고, 적절한 과장과 풍자가 섞인 우화 형식이 신선함을 주는 작품이었다. 열악한 공장식 사육장에서 살던 닭 101호는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다. 자포자기한 동료들에게 “꿈꾸는 삶은 결코 후지지 않지. 삶은 생각하는 쪽으로 스며들거든!”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육장 탈출에 성공한 101호. 그는 당당하게 세계 최고 황금 닭을 뽑는 ‘천하제일 치킨 쇼’에 참가한다. 한바탕 쇼를 통해, 아무런 의심 없이 지금의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세태를, 무엇을 위해 달리는지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 나가는 우리의 현실을 보여 준다. ‘세상에 정해진 것은 없고,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고 외치며 101마리의 닭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마지막 장면은 가슴을 뛰게 한다. 이야기의 또 다른 축에서는 요리사도 아니고, 외식사업가도 아닌, 그저 맛있는 치킨을 많이 먹으며 살 수 있는 ‘치킨왕’이 꿈인 1학년 어린이 유이와, 수많은 학원을 전전하며 미래를 위해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건우를 통해 누구나 ‘무용한 것을 꿈꿀 자유’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유이가 좋아하는 다양한 종류의 치킨을 등장시키며 각 치킨의 특성에 맞게 적절한 의미를 부여해 작가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은 매우 감각적이다. 치킨 배달을 하는 번개맨의 마지막 대사와 이야기 끝에 담긴 유이의 ‘천하제일 치킨 쇼’ 관람평은 작품 전체를 찬찬히 되짚어 보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부족하고 가볍다는 느낌은 끝내 해소되지 못해 안타까웠다.
이와 같이 본심에서 언급한 작품 모두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도 많이 논의되다 보니 의견을 합치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천하제일 치킨 쇼』는 뻔하지 않은 형식과 전개로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어 우수작으로 선정하기로 하였다. 독자들이 이 작품을 통해 깊이 있는 사유를 즐기게 되길 기대한다.
김경연(아동문학 평론가), 황선미(동화작가), 강정연(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