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도깨비상 – 동화 부문

1992년에 비룡소가 국내 어린이 문학계 최초로 설립한 어린이 문학상입니다. 어린이들의 정서와 감성을 존중하는 좋은 그림책, 동화책을 공모, 시상하여 국내 어린이 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그 토대를 마련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매해 시상하며, 신인에게는 등단의 기회를 기성 작가에게는 폭넓은 창작의 발판을 제공합니다.

수상작 및 작가

당선작:

우수상 우신영 『팥죽 할머니와 고양이빵』

우수상 설상록 『호랑이를 부탁해』

심사위원: 황선미(동화작가), 김유진(아동문학평론가), 김혜정(동화작가)


심사 경위

제30회 황금도깨비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지난 10월 31일 원고를 최종 마감하여 예·본심을 진행한 황금도깨비상 동화 부문에는 단편과 장편을 포함한 총 119편이 접수되었습니다.

심사위원으로 동화작가 황선미, 아동문학평론가 김유진, 동화작가 김혜정 님을 위촉하였습니다. 먼저 응모작을 각각 위원들에게 보내어 심사한 결과, 총 4편을 본심작으로 천거, 12월 4일 본사에서 본심 심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심사위원이 함께 모여 논의한 결과, 『팥죽 할머니와 고양이빵』과 『호랑이를 부탁해』 두 편을 우수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본심작:
『고지식 박사의 무럭무럭쑥쑥 알약』
『우리들의 굿민턴』
『팥죽 할머니와 고양이빵』
『호랑이를 부탁해』
최근 황금도깨비상 수상작들이 독자와 평단에서 고루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올해 응모작에 대한 기대가 컸다. 본심에 올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예심 작품들이 적지 않았고, 그중 본심에서 자세히 논의한 작품은 4편이다.
『고지식 박사의 무럭무럭쑥쑥 알약』은 고지식 박사와 별사탕 머리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연상되고 거침없이 진행되는 전개가 큰 장점이다. 자의식 드높은 발명가가 세상에 도움이 될 거라 믿어 발명한 성장 약이 결국 어린 시절을 빼앗고 허우대만 커진 어른들을 양산한다는 발상이나, 어른의 잔소리로 자라난 미성숙한 존재들이 그 대가를 어른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주는 과장의 방식이 통쾌하다. 어린이의 주체성이 침해받는 현실에서 어린이 편이 되어 어린이 존재를 재차 강조하는 확고함이 반갑다. 하지만 어른과 어린이의 이분법적 대립 구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동화에서 자주 등장한 소재고,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풍자의 형식이 어른의 규율을 전복하는 대안적 상상력을 발견하지 못하고 어린이의 낭만화에 그치고 만 점이 아쉬웠다.
『우리들의 굿민턴』은 방과 후 배드민턴부 아이들의 성장담으로, 프로 선수를 꿈꾸는 소수의 특별한 아이가 아니라 ‘일상’의 아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교실 배경의 이야기가 폭력이나 학부모의 억압, 공부 스트레스에 초점을 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판타지 작법을 시도하는 게 최근 경향인데, 스포츠에 진정성을 보이는 인물들을 배치하여 학교를 건강하고 역동적인 이야기로 그려냈다. 다만 큰 사건을 다루지 않으면서도 인물의 시점을 자주 바꾸어 전개하는 방식이 서사의 가독성을 떨어뜨렸다. 세 명의 초점화자 어린이들의 캐릭터가 작품 초반부에 드러나지만, 서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캐릭터의 행동 동기가 오직 승부욕으로 점철되며 서사와 캐릭터가 흐트러진다. 또한 방과 후 수업 선생님의 수업 방식이나 언행이 교육적인지에 대한 성찰을 제기하지만 이에 대한 대답이 나타나지 않는다. 게임 설명과 게임 중계에 지나치게 이야기를 할애한 것이 아쉬웠다.
인물과 인물 사이의 이야기에 더 집중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수상작으로 최종 논의한 작품은 『팥죽 할머니와 고양이빵』과 『호랑이를 부탁해』 두 편이다.
『팥죽 할머니와 고양이빵』은 옛이야기인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를 재해석해서 현대적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부엌 친구들이 서로 도와 함께 빵을 만드는 판타지 설정이 자칫 어색할 법도 한데, 적절한 설명을 들어 가며 매 장면과 상황을 무난히 이어 나가는 자연스러운 서사가 뛰어나다. 정을 담은 음식을 나누는 이야기를 다룬 많은 작품이 자칫 빠지기 쉬운 신파성을 돌봄의 순환이라는 다정함으로 해결한다. 인물 간 대립을 시도하지 않고도 문제를 자연스레 해결하고, 극한 대립을 강조하는 최근의 응모작들 속에서 아동문학이 잃었던 감성을 지켜낸 작품이다. 다만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인물인 새벽마다 찾아오는 고양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독자의 이해를 구하는 장면이 없는 점이 아쉬웠다. 사물에 불과한 가마솥이나 주걱, 인두, 홍두깨 사발 등이 자발적으로 죽을 쑤고 빵을 만들 수 있는 개연성이 보완되면 더 좋을 것 같다.
『호랑이를 부탁해』는 초등학교 교실에서 달걀을 부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을 다루었다. 지금까지 많은 동화에서 학교는 어린이의 일상이 구성되는 공간 배경으로 등장하거나 학업 압박과 경쟁, 학교폭력 등이 발생하는 문제적 공간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학교와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한 장면을 매우 구체적으로 그려내며 오늘날 학교 교육이 어린이에게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생각하게 한다. 학교 교육에 대한 편견과 오해로 현재 학교 교육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울 정도이고 사회 문제로까지 확산된 요즈음 많은 시사점을 주는 작품이다. 사회적 의미뿐만 아니라 작품 자체가 가지는 이야기의 매력도 살아 있다. 달걀을 깨트린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고, 캐릭터 한 명 한 명을 사랑스럽고 특별한 존재로 그려냈다. 호랑이를 돌보면서 인물들이 깨닫고 배우는 장면이 지루하거나 교육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발랄하게 그려낸 점도 좋았다. 다만 조연 캐릭터는 모두 반짝반짝 빛을 내고 생생한데, 정작 주인공이 관찰자에 그치고 혼자만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점이 아쉬웠다.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를 더 보여 주면 좋을 것 같다.

『팥죽 할머니와 고양이빵』과 『호랑이를 부탁해』 두 편 모두 매끄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뛰어나고 지금의 어린이와 함께 읽고 싶은 작품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어린이가 동화를 읽으며 ‘닮고 싶은 세계’를 만나는 일은 독자인 어린이와 쓰는 작가 모두에게 경이로운 일이다. 두 작품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수상작으로 두 편을 모두 뽑기로 정한 후, 더 논의를 이어 갔다. 두 작품 모두 엇비슷하게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있었기에 작품의 차등을 둘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기존 동화가 가지 못한 지점까지 나아갔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할 수 없기에 두 편을 우수상으로 정했다. 그렇다고 수상작으로서의 무게가 다르진 않을 것이다. 두 작품이 세상에 나와 어린이에게 미칠 영향력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황선미(동화작가), 김유진(아동문학평론가), 김혜정(동화작가)